• “정말 무리한 요구 할까요? 남편 살려내라”
        2007년 03월 22일 07: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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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을 넘게 한눈 팔지 않고 일했는데, 이 회사 사장이 와서 그동안 수고했다, 구조조정, 회사분할 때문에 이렇게 된 거 미안하다, 그 말 들려주고 싶었고, 듣고 싶었습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까?

    정말 무리한 요구를 해볼까요? 제 남편 살려내소. 우리 다시 행복하게 살게 해주소. 너무 억울합니다. 저는 힘이 약하지만 여러분들이 지금처럼 제 옆에 있으면 저들이 여기서 무릅 꿇고 비는 거 꼭 보겠습니다.”

    회사의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의 한을 풀겠다며 197일째 소복을 입고 싸우고 있는 고 최동규 조합원의 아내 이우정 씨. 그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절규하자 그를 지켜보던 금속노조 간부들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거렸다.

       
    ▲ 21일 인천 부평 대우자동차판매 본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대우자동차판매 자본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21일 오후 3시 부평 대우자동차판매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정갑득) 주최로 열린 ‘대우자동차판매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는 전국에서 올라온 1천여명의 금속노조 간부들이 참가한 가운데 처연하게 내리는 빗속에서 진행됐다.

    15만 금속노조 위원장에 당선돼 처음으로 연단에 오른 정갑득 위원장은 “희망퇴직한 것으로 하고 돈 계산을 하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죽은 사람이 어떻게 희망퇴직하냐?”며 “조직이 정비되는 대로 모든 조직력을 쏟아부어 이 싸움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는 15만의 힘으로 장기투쟁사업장을 하나하나 격파해가겠다고 다짐했다.

    15만 금속노조가 출범한 이후 열리 첫 금속노조 집회에는 멀리 부산과 창원에서부터 가까운 인천지부까지 간부들이 많이 참가했다. 빗줄기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는 여섯 살짜리 아들을 안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 최동호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 몬 회사강제분할

       
    ▲ 최동규 열사의 부인이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고맙고 든든하다"며 울먹이고 있다.
     

    사건은 2006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창립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보지 않았던 ㈜대우자동차판매 이동호 사장은 지난 8월 11일 담화문을 통해 10억짜리 회사를 만들어 직영영업직 전원을 보내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노사합의사항이라며 끝까지 버텼지만 회사는 9월 1일 분할회사로 가지 않으면 정리해고하겠다고 공지했다. 회사의 압력에 시달리던 최동규 조합원이 9월 6일 새벽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고, 이 때부터 긴 투쟁이 시작됐다.

    금속노조 대우자동차판매지회와 유가족은 회사의 강제적인 회사분할과 정리해고 협박으로 최 조합원이 사망했다며 장례를 연기하며 회사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전국에서 일하는 220여명의 조합원들은 상경총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회사는 500여명이 넘는 용역깡패를 동원해 조합원 주주들을 막고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을 통과시켰고 10월 3일자로 전원 발령냈다.

    올 1월 23일 노조는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가처분신청을 내 대우차판매주식회사의 지위가 있음을 확인하자 회사는 조합원들을 복귀발령을 냄과 동시에 사실상 준 해고상태인 대기발령을 냈다. 회사는 최동규 조합원에 대해서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버텼다.

    15만 금속노조의 연대에 힘을 얻다

    대우자동차판매 김진필 지회장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2천명이 넘던 직영 정규직 노동자를 500명까지 줄어들었는데, 회사는 이마저도 모두 없애려고 하고 있다”며 “1조 9천억의 회사에 있던 노동자를 10억짜리 회사로 가라고 협박하는 과정에서 최동규 열사가 온갖 탄압에 시달리다 돌아가셨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금속노조 최용규 사무처장은 “이동호 사장은 미망인에게 무릎꿇고 사죄하고 대우자판 노동자들의 생존권 말살을 중단하지 않으면 금속노조의 이름으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겹게 싸워왔던 대우자동차판매 조합원들은 15만 금속노조 간부들이 함께 싸우는 것에 대해 큰 용기를 얻고 있었다.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대우자동차판매 본사를 지나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콜트악기 공장에 들러 연대집회를 벌인 후 1시간 가량 부평 도심을 가로지르는 행진을 벌였다.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투쟁 이후 6년만에 다시 부평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투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하나뿐인 목숨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15만 금속노조의 이름으로 끝없는 자본의 ‘탐욕과 광기’에 맞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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