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놀 때와 같이 할 때
    2007년 03월 26일 01: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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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출입 기자들은 26일 오전 2통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한 통은 노회찬 의원실에서 왔다. 김근태 의원,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에게 ‘한미FTA 국정조사’ 공동발의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송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한 통은 의정지원단에서 왔다. 권영길 대표가 11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미FTA 협상과 관련된 중대 제안을 할 것이라고 했다. 중대 제안의 내용은 국정조사와 청문회였다.

권 의원과 노 의원은 당의 대권주자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심상정 의원측에 전화를 걸어 별도의 제안을 낼 예정이 있는지 물었다.

"그게 그건데…."하며 난감해 하던 심 의원측 관계자는 잠시 후 별도의 제안을 낼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심 의원도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한미FTA에 관한 한 세 주자의 입장은 다를 게 없다. 이날 세 사람이 제안한 내용도 ‘그게 그거’다. 그런데도 ‘따로 또 같이’ 제안을 내놓은 건 지금이 경선국면인 탓이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개별 후보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 각자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고 또 올바르다.

그러나 당 전체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세 주자의 개별 노출도의 합보다 세 주자를 묶어 노출시키는 게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오늘의 경우가 그렇다.

민주노동당 대권주자 공동 명의로 제안을 하는 게 정치적인 무게를 높이는 데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이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둔 절박한 시기임을 강조하는 데도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인간적, 정치적으로 화해 불가능해 보이는 보수정당의 진흙탕 레이스와는 달리 치열하게 붙고 싸우더라도 필요할 때는 거침없이 어깨를 겯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 자체로 가치있는 일이다.

이해관계로 묶인 보수정당과 이념으로 묶인 진보정당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렇다.

단기적으로 개별 주자와 당의 이해관계는 어긋날 수 있다. 그러나 큰 맥락에서 보면 당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 개별 주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때문에 당은 당의 이해를 관철해야 한다. 그를 위해 필요한 게 조정력이고 기획력이다. 이날 세 주자의 대동소이한 제안을 제안을 보며 아쉬웠던 건 당의 능동적 자세다.

최근 후보선출 시기 문제를 놓고 노 의원과 심 의원간 공방이 뜨겁다.

노 의원은 "(후보선출 시기를 늦추자는 주장은) 선거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고, 심 의원은 "미리 후보를 뽑아두면 필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래구상’이 30일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문제를 놓고도 후보들 사이에 뭔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모습에서 불건전한 ‘과열’의 징후를 읽는 건 아직 섣부르다. 그러나 경선이 치열해질수록 중심을 잡으려는 당의 노력이 더욱 요구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닌 문제를 갖고 까탈스럽게 시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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