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 정치지형과 대중시위
    [L/A 칼럼] 페드로 까스티요 대통령
        2023년 04월 07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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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페루(마추피추, 쿠스코 등)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필자도 페루 남부지방을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면서 먹방도 하던 예능인들의 어떤 프로를 재미있게 본 것이 생각난다.

    페루에 대해 얘기를 하려면 이 사람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페드로 까스티요, 얼굴부터 원주민계 혼혈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페루 사람들은 이렇게 생긴 메스티소가 많다(여행 중에 이런 얼굴의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마음이 푸근하다). 아니면 리마의 부촌에 사는 크리오요, 즉 유럽 백인계 후손이든지 둘 중의 하나다. 리마의 여유 있는 중산층은 원주민계 혼혈인을 차별하고 무시한다.

    페드로 까스티요

    그는 좌파 후보로서 후지모리의 딸(게이코)인 우파 후보와 맞붙어 승리했다. 아버지 후지모리는 인권탄압, 부패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가 있다. 페드로의 정치구호는 ‘자유로운 페루“였다. 2021년 7월 대통령에 취임했는데 2022년 12월 7일부터 사실적으로(의회 쿠데타로 인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현재 구금중이라고 한다. 페루 사법부는 우파가 즉 후지모리주의(아마 잘 먹고 잘살자는 주의일거 같다)가 잡고 있다고 한다.

    대선 이전의 여론조사에서는 게이코의 지지가 형편없었다. 그러나 막상 패를 까보니 만만치 않았다. 앞선 칠레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페루에서도 숨어있는 우파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 중에는 레토릭으로 좌파적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우파 포퓰리즘이 막강한 나라가 페루이기 때문일 것이다(거의, 정치 전통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만큼 페루의 기득권세력이 막강하다. 그럼에도 실제로 대통령까지 끌어내릴 정도일지는 몰랐다.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정치현상으로 ’족장주의(caudillismo)‘라는 것이 있다. 일단 대장으로 인정되면 그에게 무한충성을 바치는 것이다(한번 go면 무조건 go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어떤 사람이 연상된다. 이들 지지자들은 대개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 흐름을 싫어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자유주의자들인데 페루의 경우, 그 숫자도 많다. 그리고 좌파는 힘이 없다. 정치인들이 너무 말만 앞세우고 실천을 하지 않아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인지 게이코의 정치구호는 ”실천하는 사람들“로 다수를 형성하는 ”대중의 힘이다. 과거에는 우파의 정치구호가 ”우리는 할 수 있다“였다. 흥미로운 것이 스페인의 혁신적인 좌파 정당 이름이 바로 그랬다(podemos).

    페드로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이 점이 매우 ‘라틴아메리카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교수와 초, 중등학교의 교사를 위계적으로 구분해서 부르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전부 “프로페소르”(profesor)라고 부른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초등학교 교사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지식인으로 존경도 받고 영향력도 상당하다. 과거에 우리도 잘 모르지만 일제 강점기에, 사범학교 출신으로 초등학교 교사는 권위가 컸던 것 같다. 페드로는 페루 교사노조의 활동을 지역에서 열심히 했다. 서론이 길었다.

    갑자기 우파정부가 사실적으로 권력을 빼앗자 이에 저항하여 격렬하게 시위를 하는 것이 현재의 페루 모습이다. 시위자들은 주로 볼리비아와 국경을 가까이 하는 남부 안데스 지방에서 리마로 왔다고 한다. 이들의 요구는 현재의 사실상의 대통령이 물러나고 새롭게 대선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제헌의회를 설립하고 현재의 의회는 해산하자고 한다. 하지만 많은 남부 사람들은 페드로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나머지 지방은 새로이 하자고 한다. 무언가 지방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어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시위 대중의 요구가 제헌의회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엘리트가 좌지우지하는 기존 체제를 변혁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악화시킨 것은 ‘자유로운’ 페루가 아니라 경찰이 무려 시위자 약 60명의 목숨을 앗을 정도로 폭력 그 자체에 있다. 이 폭력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리고 칠레와 달리 엘리트의 전횡을 끝내고 새로운 페루를 만들 수 있을까? 현재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운 것 같다. 미디어의 주된 흐름이 중요할 것 같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한 명이라도 억울하게 생명을 잃는다면 아주 큰 문제가 아닐까?

    세사르 바예호와 <쓰달픔(Trilce)>

    인문학을 공부하는 필자로서 페루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하고 싶은 시인이 있다. 세사르 바예호(Cesar Vallejo)라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아주 유명한 모더니스트 문학인이다. 모더니즘에 대해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모더니즘과 라틴아메리카의 그것은 의미와 맥락이 다르다. 그는 리마의 중산층이 깔보던 원주민계 혼혈인 메스티소였다. 11명의 형제 중 막내였다.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가난하여 굶어죽었다. 그의 대표 시집 제목은 “쓰달픔”(Trilce)이다. 스페인어로 슬픔은 triste이고 행복은 feliz이다. 이 둘을 합성한 것이다. 정말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필자소개
    성공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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