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한 안보실장 사퇴
    배경 둘러싸고 추측 난무
    문화행사 보고 누락? 안보실 갈등?
        2023년 03월 30일 03: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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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전날인 29일 돌연 사퇴한 것을 두고 여당 지도부가 엇갈린 해명을 내놓으면서 사퇴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월 말 미국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김성한 실장은 전날 오후 대통령실 출입기자 공지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김 실장은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이제 그러한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를 김 실장 후임으로 내정했다.

    정치권 안팎으로 김 실장이 한국 여성 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가수 레이디가가 합동공연 보고 누락 문제로 경질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국가안보실은 미국 쪽 제안을 받아 합동 공연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는데, 안보실 실무진이 수차례 보고를 누락해 윤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 갈등설도 나온다. 김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 싸움과 갈등이 김 실장의 급작스러운 사퇴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 발표와 한일정상회담 등 한일관계 문제를 두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배경을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당 지도부까지 엇갈린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보도 나오는 것(사퇴 이유)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피로도 누적되고 여러 가지 매듭이 된 상태에서 진퇴할 시기를 보고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갈등설에 대해선 “그런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합동공연 보고 누락에 대해서도 “단순히 그런 것을 갖고 사임했겠나”라고 일축했다.

    반면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국과 미국 간의 문화프로그램 보고 누락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이 실무적인 선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실장이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더라도 이 정도의 상황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대통령실의 기강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통령 부부와 협력해서 할 수 있는 행사는 (양국의) 신뢰 문제”라며 “실무선에서 문제를 풀어내는 데 실패했을 경우 양 정상 간에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입장을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다음 달 있을 방미를 앞두고 밤을 새워 전략을 짜도 모자랄 대통령실이 대책은 고사하고 온갖 풍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국민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명백히 이유를 설명하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말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 합동 공연 제안을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핵심 외교비서관을 내쫓고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이 사퇴한다는 말이냐”며 “언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 안보실이 이토록 허접한 곳이 됐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태껏 대통령실의 국회 업무보고 마저 회피하며 사퇴를 방치해 온 국민의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이번 미국 순방마저 외교참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국회 운영위원회부터 소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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