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온다 수갑 풀어줘라"
        2007년 03월 16일 0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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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주의 우려가 없으니 수갑을 풀어달라는 변호사의 거듭된 요구를 묵살하다 국회의원이 오자 서둘러 수갑을 풀어줬던 경찰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금속노조 법률원(원장 김기덕)은 16일 "경찰관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해달라는 항소심 재판에서 법원이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전 위원장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 전재환 금속연맹 전 위원장
     

    서울중앙지법 민사6부(이상철 부장판사)는 지난 3월 8일 항소심 재판에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수갑 등 경찰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심리적 위축을 가져와 방어권을 침해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경찰장비 사용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해 사용의 필요성이 구체적이고 명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사의 요구에도 약 1시간 30분가량 수갑을 해제하지 않은 경찰서의 행위는 위법하고 이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된다”며 "영등포경찰서측은 국회의원이 면담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수갑을 풀어준 점, 위원장으로서의 원고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수갑을 채울만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수차에 걸친 변호사의 수갑해제 요구 묵살

    지난 해 2월 25일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전 위원장(당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인고속도로에서 경찰에게 체포돼 부평경찰서로 연행됐다. 그가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은 부평서로 연행하면서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5시 50분 전재환 전 위원장은 영등포경찰서로 이송되면서 영등포서 경찰은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전 위원장을 기다리던 금속 법률원 장석대 변호사는 6시 30분 경 경찰에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권을 보장하고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즉시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또 그는 범죄사실의 요지를 기재한 서면 체포통지를 해줄 것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관은 "수갑해제 여부는 경찰이 판단할 문제"라며 수갑 해제를 거부했고, 서면 체포통지도 하지 않았다.

    장 변호사는 이후에도 저녁 8시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수갑해제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끝내 수갑을 풀어주지 않았다.

    저녁 8시 장 변호사와 영등포서 수사과장, 지능팀장 사이에 수갑해제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져 접견이 지연되고 있는데 민주노동당 심상정 국회의원이 면회를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경찰은 다급하게 전재환 전 위원장의 수갑을 풀어줬다.

    1심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 기각

    이에 대해 장석대 변호사와 전재환 전 위원장은 수갑착용을 해제하지 않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각각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 해 7월 5일 있었던 1심 재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5일 집회 참가자들의 마구잡이식 연행이 무죄라는 대법원의 판결과 함께 이번 판결은 경찰의 잘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상당히 의미있는 판례라고 할 수 있다.

    금속법률원 강동우 변호사는 "도주의 우려가 없다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수갑을 풀어줘야 하는데 경찰들이 감시의 편의만을 위해 수갑을 채워 종종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접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이 보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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