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외
        2023년 03월 25일 07: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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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 씩씩한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

    김수민 (지은이) / 한겨레출판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최연소 아나운서’로 SBS에 입사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아나운서 생활 3년 만의 퇴사와 “배 속에 들어 있는 건 똥뿐인데 결혼한다”는 재기발랄한 결혼 발표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던 김수민. 주어진 길만을 따라가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되물어온 그의 첫 번째 에세이가 마음속에 새로운 기운이 움트는 3월에 출간되었다.

    근사한 성취만을 내세우는 세상에서 숨 가쁘게 살다 보면 종종 길을 잃은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나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지?’ 하는 의문과 함께. 방향을 잃은 채 하고 싶은 것이나 되고 싶은 모습으로부터 멀어진 직장인의 삶은, 지갑은 비지 않게 만들어줄지 몰라도 정작 몸과 마음을 궁핍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순간, 우리 마음속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해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 도망치고 싶다.’

    밤낮으로 병원을 들락날락거리며 버티던 아나운서 생활 3년 차, 저자 역시 온 세상이 멍이 든 것처럼 푸르스름하던 새벽녘에 거실 바닥에 앉아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는 걸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나?’ 겉보기엔 반짝이고 번듯해 보여도, 유성처럼 궤도를 잃고 떨어지기만 하는 자신의 현재 모습이 ‘실패’한 상태라고 느낀 그는 과감히 퇴사를 결심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롤 모델이 되어주는 성공한 아나운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의 씩씩한 실패와 도전이 하나의 레퍼런스가 되어 그와 나란히 선 독자에게 용기로 가닿는 책이다. 우리는 도망이 간절해지는, 크고 작은 좌절의 순간에도 내면의 감정에 귀 기울이기보다 다른 이의 기대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애쓰고 감내한다. 그런 우리에게 “막다른 길 앞에선 용기 내어 자기 자신을 위해 도망칠 수 있으면 좋겠다”(11쪽)라고 힘주어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용기를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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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없는 한> – 남한의 경제발전과 정치적 민주화

    존 리 (지은이),이윤청 (옮긴이) / 소명출판

    사회학자 존 리의 명저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후반에 이르는 동안 남한에서 일어난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대변혁에 대한 남한의 발전을 다룬 개괄서이다. 제목인 ‘한’이 가리키는 것은 남한 그리고 원한의 문화적 표현 양자 모두이다. 이처럼 한강의 기적이 있었지만, 그만큼 고통을 받아온 농민들과 노동자들의 서러운 통곡 소리도 잊혀져서는 안된다. 남한의 발전의 양면성, 즉 그 성공과 비극 모두가 담겨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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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쓰는 기술> – 읽히는 이야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디스 워튼 (지은이),박경선 (옮긴이) / 젤리클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이디스 워튼이 글쓰기 구루가 돼 소설 쓰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현대 소설의 뿌리, 다양한 소설 쓰기 기법, 소설의 형태와 문체를 돌아본다. 정교하게 조율된 단편 소설의 이야기 방식, 장편 소설 구성법, 소설 속 인물과 상황의 중요성도 살핀다.

    독자로서 제인 오스틴, 헨리 제임스, 마르셀 프루스트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 작품도 읽는다. 여전히 가장 사랑받는 작가인 워튼은 쓰기의 기술이란 천재성보다는 ‘읽기의 기술’과 ‘곰곰이 생각하기’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쓰는 마음과 읽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은 덤이다.

    이디스 워튼은 19세기와 20세기에 미국과 유럽을 무대로 작품 활동을 했다. 장편 소설 22권, 단편 소설집 11권, 여행기와 전기를 비롯한 논픽션 9권을 쓰면서 다진 단단한 글쓰기 근육을 바탕으로 삼아 <소설 쓰는 기술>을 썼다. 작가와 예비 작가를 위한 ‘소설 쓰는 기술’과 ‘읽히는 이야기를 쓰는 비법 레시피’를 정리해 한 권에 담았다. 한국어판에서는 영어판에 없는 주와 소제목을 달아 평범한 독자도 다가가기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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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영역>

    쓰시마 유코 (지은이),서지은 (옮긴이) / 마르코폴로

    햇살 가득한 장면으로 ‘빛의 영역’(光の領分)이 열린다. 젊은 엄마와 그녀의 두 살배기 딸이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 있다. 도쿄의 오래된 건물이지만 가장 높은 층(4층)에 있고 사방에 창문이 있어서 내부로 햇빛이 쏟아진다.

    ‘빛의 영역’에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여성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일본 문학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즘적인 캐릭터가 창출된 것이다. 소설 속에서 남편이 그녀를 떠난 후 주인공은 홀로 남겨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혼모의 삶은 만만하지 않다. 딸아이는 밤마다 울고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점점 더 고립된다.

    젊은 엄마는 빛의 질감과 음영, 사물에 비추는 빛에 끊임없이 매료된다. “나 자신이 빛의 입자가 되기 전까지는 나를 녹이고 싶게 만든 이 장소에 대해 아무도 몰랐어야 했다. 빛이 한 곳에 모이는 모습은 비현실적이었다. 나는 한 번도 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그 고요함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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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대 괴담 자료집> – 『매일신보』 수록 괴담 모음

    배정상,손성혁,최석열 (지은이) / 소명출판

    『매일신보』에 수록된 ‘괴담’ 시리즈를 한데 정리하여 모은 것이다. 식민지 시기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괴담’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매체이다. 『매일신보』에 수록된 ‘괴담’, ‘괴기행각’, ‘괴담특집’을 최대한 원본의 형태 그대로 실었다. 삽화를 함께 넣었으며, 최대한 주석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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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겔의 미학과 예술론>

    서정혁 (지은이) / 소명출판

    헤겔 미학에 대한 본격 국내 연구서. 이 책은 헤겔 미학에만 한정된 주제들로 구성되었고, 헤겔 미학에 등장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예술의 종언이나 과거성 문제만이 아니라 예술 형식론과 천재론, 그리고 각 예술 장르들에서 주목할 만한 주제들을 선별해 헤겔이 자신의 미학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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