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에만 없는 사학비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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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16일 10: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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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16일 주요 조간신문 기사 중 국민들을 우울하게 만든 소식이 있다. 유괴됐던 초등학생 박모군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영화 ‘그놈 목소리’의 수법을 모방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더 늘리거나 아예 없애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에 발목이 잡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15일 사립학교의 부패 실태를 고발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린 네티즌들은 언론이 사학비리 발표를 제대로 보도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 조사결과 주요 언론의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사학재단 이사 또는 이사장으로 참여하는 등 사학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조간신문은 16일 감사원 조사 발표를 어떤 형태로 보도했을까. 보도하지 않은 언론도 있을까. 16일 조간신문을 읽는 주요 감상 포인트이다.

    다음은 16일자 주요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수험생만 날벼락 맞았다>
    국민일보 <재계 "EU 화학물질 규제 비상" 정부 "민관 협력 적극 대응을">
    동아일보 <"세부담 강남주민들 집팔고 이사가면 돼">
    서울신문 <미 발전기·중 중유제공>
    세계일보 <중요 5만톤 북 지원>
    조선일보 <새차 유해물질, 독 기준치의 최고 22배>
    중앙일보 <북미사일 개발 돈줄 단천은행 BDA와 거래했다>
    한 겨 레 <종부세 10집 중 9집은 다주택자 소유>
    한국일보 <통신비 크게 줄어든다>

    사립학교법 관련 논쟁의 핵심은 사학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법과 제도가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의 대립이다. 현행 사학법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부패사학의 현실을 알고 나면 사학법을 후퇴시키는 재개정은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사학법 재개정을 추진하는 한나라당과 이를 지지하는 사학재단, 일부 언론들은 이념적 잣대까지 들이대면서 개정 사학법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이념문제를 들이대고 있지만 속내는 잇속 챙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사학은 부패의 씨앗이 자라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요 조간신문들은 감사원의 15일 발표를 기사화 했다. 그러나 기사의 비중은 각기 달랐고 아예 보도하지 않은 언론도 있었다. 한겨레가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를 했다. 한겨레는 1면과 8면 사설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팔짱낀 교육당국 사학비리 키웠다>는 기사에서 "감사원은 지난해 3월 착수한 ‘사학비리’ 감사 결과를 15일 최종 발표했다. 감사원이 찾아낸 사학비리 실태와 수법은 횡령 유용 탈세, 사례금 수수, 비자금 관리 등 천태만상으로 마치 비리 기업들의 범죄 목록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조사대상 학교법인 중 72% 적발"

    한겨레는 "이번 감사에서는 조사 대상 124곳(전체 사립학교법인 1073곳) 학교법인 가운데 72%에 해당하는 90곳이 검찰 고발이나 징계, 시정조처를 받는 등 문제가 숱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 한겨레 3월16일자 8면.  
     

    사학비리의 유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겨레는 "설립자가 같은 전북 ㅅ대학교 등 학교 다섯 곳에서는 2003년 학교 급식업체 이름으로 차명 계좌를 만들었다. 비자금 64억원이 이 계좌에서 관리됐다. 설립자는 비자금 가운데 4억여원을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8면 <요지경 사학재단>이라는 기사에서 "B학원은 설립자가 학교시설 공사비 28억원을 대납했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이사회 회의록 등 15년 전 서류 9건을 위조한 뒤 이를 근거로 설립자에게 28억여원을 교비에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J학원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이사장의 특수 관계인에게 무상이나 저가로 임대해 연간 11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쳤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요지경 사학재단", 경향신문 "비자금 쌈짓돈 쓰듯"

    세계일보는 "S대학교 등 4개 학교의 설립자 등은 기숙사비 집행잔액 등 교비로 11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18억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또 S여고 등 7개 학교의 직원들은 국고보조금 등 교비를 무단인출하거나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9억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건강보험과 사학연금부담금 등 34억원을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 세계일보 3월16일자 8면.  
     

    감사원이 발표한 사학비리의 현실은 일반인의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 학교법인 중 72%가 문제를 지적 받았다는 것은 사학이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8면 <교비로 수십억 비자금 ‘쌈짓돈 쓰듯’>이라는 머리기사를 통해 "감사원은 15일 지난해 3∼5월 ‘사학지원 등 교육재정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조사대상 124개 학교법인 중 90개 법인에서 219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며 "감사결과에 따르면 사학재단들이 교비를 빼돌리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은 기업의 분식회계 수법과 다를 바 없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3월16일자 8면.  
     

    서울신문 "해도 너무한 사학비리" 

     

    국민일보는 2면 <사학비리 법인 3곳·업체 17곳 적발>이라는 머리기사에서 "감사원은 또 이사장 등 사학 임원 11명의 취임승인 취소와 함께 관련 공무원 23명에 대해 징계 및 인사조치를 요청하고 교비 불법유출과 국고보조금 횡령 등으로 사용된 831억8100만원을 국고로 지방자치단체 회계로 환수토록 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 역시 3면 <해도 너무한 사학비리>라는 기사를 통해 "법인 학교 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차명계좌 및 변태 경리로 교비를 횡령 유용한 사학재단 설립자와 이사장 교직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면서 "적발된 사학에는 수도권 지역 대학, 서울시내 이른바 명문고교와 함께 종교사학, 자율학교 등 특목고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2면 머리기사를 통해 감사원 조사결과를 보도했지만 관심의 초점은 조금 달랐다. 중앙일보는 <법대 교수들, 법 허점 악용>이라는 기사에서 "서울 유명 사립대의 일부 변호사 출신 교수들이 교수로 임용된 뒤에도 법무법인에서 월급을 받으며 활동하는 등 일부 사립대 전임교원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학법인 관계자들이 재단 자금을 제멋대로 갖다 쓰는 비리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13면 머리기사와 14면 하단 기사 비교돼

    한국일보도 <12개대 56명, 법무법인 변호사 겸직 법대 교수들 앞장서 위법>이라는 기사에서 "서울 유명 사립대의 일부 변호사 출신 법대 교수들이 교수 임용 후에도 여전히 법무법인 등에서 월급을 받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4면 하단에 실린 <감사원, 3개 비리사학 등 20곳 추가 고발>이라는 기사를 통해 "감사원은 15일 이사장의 재단자금 유용과 교비 횡령, 학교시설의 불법 공사를 통한 리베이트 수수 등의 비리를 저지른 20개 사학 법인과 건설업체 및 관련자 12명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통보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3월16일자 13면.  
     

    동아일보는 사회면(13면) 머리기사로 대학과 관련된 기사를 실었지만 초점은 전혀 달랐다. 동아일보는 <가자! 세계 일류…외국 명문대와 손 맞잡다>라는 기사에서 "외국 유명 대학과 연계해 공동 학위 및 연구 교류를 하거나 외국대학 진학을 받는 특성화 고교가 생기는 등 외국과의 교육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든 언론이 보도했던 사학비리, 조선일보만 ‘침묵’

    9개 주요 조간신문 가운데 7개 신문에서는 기사 비중의 차이는 있었지만 감사원 조사결과를 기사로 전했다. 한겨레는 1면과 종합면, 사설로 보도하고 다른 신문 역시 사회면, 종합면 머리기사 등으로 보도했던 이번 발표를 아예 싣지 않은 언론도 있었다.

       
      ▲ 조선일보 3월7일자 사설.  
     

    평소 사립학교법 재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던 조선일보에는 사학비리 관련 기사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사설을 통해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견지했지만 감사원이 사학비리 실태를 발표하자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상식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일부 언론이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자신들의 시각과 다르다고 주요 뉴스를 보도하지 않을 경우 언론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한겨레 "학교 재산, 교비 자기 재산처럼 주물러"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내용이 뉴스가 되는지 안되는지 헷갈린다면 다른 신문의 보도 내용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겨레는 8면 <‘학교돈이 내돈’ 무법사학>이라는 기사에서 "비리 사학들에겐 법도, 정관도 효력이 없었다. 설립자나 이사장들은 학교 재산은 물론 교비도 자기 재산처럼 주무르며 ‘잇속’을 챙겼다"면서 "사학재단들이 개정 사립학교법에 도입된 ‘개방형 이사제’를 왜 그토록 꺼리는지를 짐작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3월16일자 사설.  
     

    한겨레는 <사회의 견제와 개입이 ‘사학비리’ 해법이다>라는 사설에서 "학교내 견제도 외부의 감시도 작동하지 않는 이런 구조에선 모든 것이 당사자들의 양심에 달렸다. 이래서는 비리를 예방하거나 뿌리뽑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상당수의 사학들은 사회적 견제구조를 갖추는 것을 부당한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재정구조만 봐도 설득력이 없는 말"이라며 "그래서 지금 필요한건 견제와 감시를 약화시킬 법 개정이 아니라 운영 투명성을 높일 법과 제도적 장치 강화"라고 강조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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