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청소미화원
        2007년 03월 15일 06: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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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청소미화원

    엄마는 청소미화원이란다
    월급 69만원을 받으면서
    하늘 향해 폼 나게 솟아있는 건물 안에서
    바닥 향해 하루 종일 허리 굽혀 쓸고 닦는,
    사람들이 그냥 ‘아줌마’라 부르는, 청소미화원.

    여지껏 그 말을 못 했네
    이 큰 건물 어디에도 내 손길 닿지 않는 곳이 없고,
    미끄러질 듯 반짝이는 빛들도 모두 다
    내 발품이었는데,
    사람들은 빛만 보고 빛을 만드는 사람은 보지 않는지
    이 학교에서 우리는, 투명인간이었어
    그래서 그 말을 못했네. 청소미화원이라고

    이제는 말 할 거야
    자식을 낳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일이
    내 생의 가장 큰 일이었는데
    그게 만만치 않은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몇 백 만원에 이르는 딸아이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어느 어미의 사연에
    함께 가슴이 무너지는,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가난한 어미이며 여자들이라는 걸.

    이제는 말 할 거야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되도
    너만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우받고 높은 임금 받는 자리를 차지하라고 했던
    이 어미가 어리석었다고.
    어미가 바닥을 헤매어서 라도
    너만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나아가게 하리라던 마음도
    참으로 어리석었다고.
    그럴 수 없는 세상이라고.

    이제는 말 할 거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마음을 나누고 힘을 보태어
    울퉁불퉁한 세상을 향해 소리라도 지르자고.
    ‘세상아! 세상아! 나도 살아 있는 사람이다’

    ※ 이 글은 유미희 씨가 청소노동자들과 농성장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이들의 애환과 눈물과 이야기를 담아 시로 만들었습니다. 유미희 씨는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 문화국장으로 현재 울산지역에서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필자의 양해를 얻어 <레디앙>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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