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체공간 만드는 6년의 분투기
    [책소개] 『시민 자산화로 로컬의 거점 공간 만들기』 (나상윤 외/ 벽너머)
        2023년 03월 25일 07: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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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공간자산화? 시민자산화? 공유지? 커먼즈?

    이런 말들을 들어 보셨나요?

    서울시 강서구 우장산로2길6. 이곳에는 3층 짜리 아담한 건물이 있습니다. 사람과공간은 건물의 이름이자, 이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 모인 7개 단체를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공간이 해낸 일이 바로 공동체공간 자산화입니다.

    <시민 자산화로 로컬의 거점 공간 만들기>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공간이 작지만 소중한 공동체 공간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각 단체의 사무 공간, 노동 공간을 넘어서 함께 공유하고 나누며 각자의 사회운동을 지역으로 확장하려 했던 우리들의 분투가 담긴 의미 있는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공동체를 가능케 하는 기본적인 요소인 공간, 건물, 토지 등은 부동산이나 사유재산의 개념 안에 갇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재개발이나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내몰림 현상이 일어나 마을과 공동체가 붕괴되어도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도시에서는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공공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주민센터 등을 제외하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거나 만남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마을회관, 경로당, 놀이터, 공원, 벤치… 하다 못해 마을의 우물가나 정자나무 그늘 아래 평상과 같은 곳은 중장년의 추억담에나 등장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시민자산화, 공유공간자산화 개념이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유럽에서는 노동자와 민중이 힘을 합해 민중의집(people’s house)를 세우고, 그곳에서 민중 복지와 교육 근거지로 삼은 역사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버려진 건물을 활용하여 예술을 꽃피우거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할렘화된 황폐한 지역을 공유지로 가꾸어 도심의 명소로 만든 사례 등이 존재합니다.

    공유공간자산화, 시민자산화라는 개념이 낯설고 사례도 많지 않은 한국에서 ‘사람과공간’ 자체는 작고 아담하지만 비영리단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공동체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사익을 추구하기보다 지역공동체와 민주적인 가치를 위해 뜻을 모으는 분들이라면 공간을 마련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것입니다. 공간자산화를 위해 여러 사람이 뜻을 모으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이후에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부동산 관련 문제와 세금, 법률적인 문제 등 실무적인 처리에서도 난관은 끝이 없습니다.

    사회운동의 공동체공간 자산화, 사람과공간 책 출간은 눈 덮인 산을 홀로 걷는 행인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내딛는 우리의 발걸음입니다. 비틀거리며 때로는 넘어진 발자국일지라도 뒤에 오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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