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농성장에서 불붙는 반FTA 전쟁
        2007년 03월 16일 08: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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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같이 없는 사람 위해 일하는 건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는 걸 나도 잘 안다. 부탁이니 정말 잘 싸워서 꼭 살아남아 달라"

       
      ▲ 단식 8일째인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 문성현 당 대표는 수많은 지지자들의 방문과 여권의 주요 대선 주자군에서 한미 FTA 협상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 탓인지 오랜 단식의 고단함 속에서도 오히려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청와대 앞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지 8일째 되는 15일. 눈에 뛰게 수척해진 문성현 당 대표의 얼굴은 화창한 봄 날씨와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지지 방문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5분이 멀다 하고 쉴 틈 없이 찾아오는 방문자들에게 웃음을 보이며 투쟁에 대한 승리를 자신했다.

    "FTA가 워낙 내용이 없어 정부도 지금 진퇴양난에 빠졌을 겁니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FTA를 강행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곧 민주노동당의 진정성을 국민이 알게 될 겁니다"

    FTA에 관련된 책을 전부 다 읽어가며 공부를 했다는 문성현 당 대표는 "정부가 FTA의 맹점을 제대로 알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걱정하며 찾아온 지지 방문자들에게 오히려 힘을 북돋아줬다.

    아침 7시 신문을 보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문 대표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지지 방문자들과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느라 "도대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정신이 없다"면서 "(방문자들 덕분에)지칠 틈이 없다"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하루만에도 전국 각 지역에서 찾아온 민주노동당 당원들, 공공연맹, 흥사단, 미주 동포 전국협회, 노회찬 의원의 팬클럽 찬들 넷 관계자 등 40명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오후 5시 무렵. 청와대 앞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목요집회를 마치고 온 민가협의 어머니들이 문 대표의 얼굴을 보자 "얼굴이 반쪽이 돼버렸네…우리는 언제까지 이래야 되냐?"라며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 농성장을 찾은 민가협 어머님들과 일일 동조 단식중인 노회찬 의원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는 문성현 대표 
     

    또 일일 동조 단식에  함께 했던 노회찬 의원에게는 "경선 준비해야 할 분이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표하자, 이에 노 의원이 "청와대 지리를 미리 살피려 왔다"고 ‘정치적 너스레를’ 떨어 농성장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줬다.   

    이어 문 대표가 "설사 이번에 FTA를 못 막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집권해 FTA를 다시 파기해 버리겠다"고 답하자 민가협 어머니들은 "서민의 희망이 되어달라"고 연신 당부하며 ‘물값’을 두고 갔다.

    지나가는 일반 시민들도 문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수입산 소고기로 인해 여러 번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곽상현(59, 자영업)씨는 "나 같은 사람을 위에 일하는 건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흐름을 뒤집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부탁이니 정말 잘 싸워서 꼭 살아남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곽 씨는 "근데, 왜 이런 건 매스컴에 한 번도 보도가 안 되냐? 오늘 여기 지나가지 않았으면 평생 모를 뻔 했네"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지겨울 만큼 나오더만 참 이해가 안 된다"라며 언론 보도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 정태인씨의 칼럼을 통해 <레디앙>을 알게 됐다는 이 아무개(37, 공무원)씨는 "참여정부 지지자였지만 FTA로 인해 돌아섰다. 청와대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해도 문 대표의 존재감이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문 대표의 단식이 홀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으로 반FTA 흐름을 형성하는데 불씨가 됐으면 좋겠다. 언론들 또한 이 같은 흐름을 잘 보도해 일반 시민들에게 FTA의 위험성과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면서 "사회적으로 반 FTA 시민 운동이 확산 된다면 나 또한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여행객과 함께 청와대에 관광차 온 김자연(40, 주부) 씨는 "한미 FTA 찬반을 떠나 지금 같은 시대에 아직도 단식을 해야 하는 게 참 안타깝다"면서 "괜히, 정부 때문에 문 대표가 몸을 심하게 망가뜨리진 않았으면 좋겠다. 단판 승부가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전략을 잘 짜서 정부와 잘 타협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저녘 7시. 해가 떨어지자 화창했던 오후와 달리 살을 파고드는 밤 바람 속에는 겨울의 찬기가 여전했다. 잠자리를 위해 비닐이 쳐진 정자로 옮겼으나 강한 바람에 이내 구멍이 나버렸다. 바람이 비닐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요란해 질수록 문 대표의 눈까풀도 무거워지고 목소리 또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저녁엔 업무를 마친 원내 의정지원단 관계자 및 중앙 당직자들이 방문했다. 문 대표는 "솔직히 전문가가 아니면 FTA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어렵다. 국민들이 FTA를 보다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해설서를 준비해 달라"고 몇 차례 당부했다.

    이날 일일 단식 동조 농성에 함께한  심재옥 최고위원은 "지금은 한미 FTA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는 시기"라며  "한미 FTA 반대 투쟁 흐름이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동조 단식 농성에 함께한 이용길 충남도당 전 위원장도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민주노동당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무기력하기도 하다"면서 "노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이 신념화 되는 것이 문제"라고 개탄했다. 

    밤 10시. 하루 동조 단식에 들어갔던 노회찬 의원과 그를 지지하는 찬들 넷 회원들의 방문을 끝으로 문 대표는 분주한 하루를 마감했다. 열흘 후인 오는 26일은 문 대표가 55회 생일을 맞는 날이다. 물과 소금으로 생일상을 맞아야 하는 문 대표는 이에 아랑곳 없이 FTA 투쟁에 자신감을 표하며 정부의 각성을 주문했다.

    "오늘 보셨죠? 이렇게 한미 FTA에 반대하는 마음이 많은데, 잘 되지 않겠어요?  한미FTA와 북미관계 진전으로 인해 지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당황을 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우리 민주노동당만이 이를 잘 알고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어요. 정부는 우리의 진짜 투쟁이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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