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급한 한나라 '중재안'은 손학규 이탈 방지책?
        2007년 03월 16일 03: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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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룰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16일 당의 지도부가 제안한 ‘8월-20만명’ 중재안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 불참 가능성을 내비치고 칩거에 들어간 손학규 전 지사가 이를 수용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먼저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날 오전 강원도 춘천 방문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시기와 방법과 관련해 저는 특정한 방안에 매달리지 않고 당 지도부와 경선준비위원회에 모든 결정을 일임하겠다”며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당이 경선에 관한 안을 내면 저는 따라가겠다”며 “그럼으로써 모든 후보가 함께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제시한 ‘8월-20만명’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대표는 전날 경선시기와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이명박 전 시장과 비공개 만찬회동을 갖고 이같은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은 ‘8월-20만명 중재안’의 수용여부와 관련 “강재섭 대표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저는 6월안을 희망했고 7월안을 최종적으로 (생각)했지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좋은 절충안을 만들어서 (모든 주자들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오후 울산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의 동의 절차를 밟는다면 ‘8월-20만명’안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오늘 오전 강재섭 대표가 전화해 ‘범여권의 후보 결정 상황과 정기국회 개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8월 20일경에 20만명의 선거인단으로 경선을 치러야할 것 같다’고 제안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번 혁신안도 당원들이 만든 것이니까, 만약 당원들이 (중재안에) 동의를 하고 그렇게 찬성을 하면 그렇게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당원들의 동의) 절차를 밟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 대선주자들의 이러한 ‘결단’에는 당내 또다른 대권 경쟁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칩거’가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손 전 지사는 전날 중도개혁세력이 참여한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을 위해 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강원도 낙산사에 들어가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장고’에 들어갔다.

    손 전 지사의 비서실장인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손 전 지사의 고민은 경선 불참이냐 탈당이냐 이런 수준보다 더 큰 것 같다”면서 “손 전 지사는 모든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는 물론 한나라당내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의 ‘이탈’이 당의 경선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자칫 손 전 지사가 탈당해 범여권이나 제3세력을 규합할 경우, 한나라당 승리가 확실시되는 대선 판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측이 주장한 ‘7월 20만명’안과 박 전 대표측의 ‘9월 23만명’안에서 각각 20일씩 양보시켜 기계적으로 만든 ‘8월 20일, 20만명’ 중재안이 손 전 지사측의 ‘추석 이후, 100만 명 이상 준오픈프라이머리’ 주장을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당과 두 대선주자간 합의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손 전 지사의 경선 불참이나 탈당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 전 지사측은 “손 지사가 묵언, 사색 중이어서 할 말이 없다”며 “경선룰은 이미 저희를 떠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손 전 지사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8월 중재안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측 주장을 절반으로 줄인 두 사람의 중재안일 뿐이라고 본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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