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더 아름다울까요?
    [그림책 이야기] 『마틸드』 (루이스 코헤이아 카르멜로 글/ 목요일)
        2023년 03월 24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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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운 토요일

    개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놀라운 토요일』을 좋아합니다. 연예인들이 노래를 듣고 가사를 맞추면 지역 시장에서 가져온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못 맞추면 먹방 유튜버인 ‘입짧은햇님’ 씨가 음식을 다 먹습니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연예인으로는 엠시 붐, 개그맨 신동엽과 문세윤과 박나래, 가수 키와 태연, 래퍼 넉살과 한해 그리고 격투기 선수 김동현이 있습니다.

    물론 가사를 맞추는 실력으로는 단연 아이돌 가수 키가 최고입니다. 키는 노래 가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노래의 안무까지 외우고 있어서 시청자를 놀라게 합니다. 반면에 가장 가사를 못 맞추는 사람은 김동현입니다. 그런데 저는 김동현을 가장 좋아합니다. 키가 가사나 퀴즈를 맞추는 것보다 김동현이 가사나 퀴즈를 못 맞추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많은 시청자 또한 희극인 김동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김동현은 ‘놀토의 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21세기 나르시스 신화, 『마틸드』

    나르시스 씨는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고양이입니다. 어쩜 이름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입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나르시스 씨는 자신의 영혼이 아니라 자신의 외모를 사랑합니다.

    어느 날 아침 나르시스 씨는 아래층에 새로 들어온 가게를 보았습니다. ‘에스메랄다’라는 이름의 옷 가게였습니다. 그런데 나르시스 씨는 에스메랄다 앞을 지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쇼윈도에 비친 자기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 완벽한 모자, 깔끔한 양복, 세련된 지팡이까지! 나르시스 씨가 본 나르시스의 외모는 너무나도 완벽하고 멋졌으니까요!

    다음 날에도 나르시스 씨는 에스메랄다 쇼윈도 앞에서 자기 모습을 비춰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게 안에 있던 마틸드가 우연히 그 모습을 보았답니다. 바로 마틸드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잘생긴 이웃 남자의 모습을요. 마틸드는 마음속에서 뭔가 몽글몽글한 것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완벽한 오해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제 자기 외모를 사랑하는 나르시스 씨와 나르시스가 자기(마틸드)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마틸드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설마 그리스 신화처럼 둘 다 불행해질까요?

    마틸드와 나르시스의 매력 비교

    그림책 『마틸드』의 표지에는 옷 가게 에스메랄다의 계산대에 앉아 있는 마틸드가 나옵니다. 마틸드는 왼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서 십자 낱말 퀴즈를 풀고 있습니다. 하얀 털에 발그레한 얼굴 그리고 노란색 스카프에 깃털 무늬 웃옷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평화롭고 따뜻한 표정이 참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주인공 마틸드는 독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반면 마틸드의 이웃 나르시스는 좀 웃기는 편입니다. 첫 장면에 에스메랄다 2층에 사는 나르시스의 집이 나옵니다. 창문이 열려있고 나르시스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웃고 있는 게 보입니다. 자기 외모에 반해 웃고 있는 나르시스가 좀 많이 웃깁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장면이 창문 밖에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 외모에 신경을 쓰는 나르시스가 창문 밖에 버젓이 빨래를 널어놓은 것입니다. 검은색 양말 두 짝, 빨간색 나비넥타이 두 개, 러닝셔츠 하나 그리고 팬티 두 개!

    그런데 정작 아름다운 마틸드는 자신이 아름다운 줄 모릅니다. 반면 마틸드에 비해 웃기고 뻔뻔한 나르시스는 자신이 너무 멋져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도대체 누가 더 아름다운 걸까요?

    누가 더 아름다운가?

    그럼 마틸드와 나르시스 가운데 누가 더 아름다운가요? 아름다운데 자신이 아름다운 줄 모르는 마틸드일까요? 아니면 웃기는데 자신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나르시스일까요?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태연은 태연이어서, 문세윤은 문세윤이어서, 김동현은 김동현이어서 재미있고 매력이 넘칩니다. 누가 더 잘생겼는가? 누가 더 예쁜가? 누가 더 아름다운가? 이런 질문들이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재미와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틸드는 마틸드라서 아름답고, 나르시스는 나르시스라서 매력적입니다.

    왜 제목이 마틸드일까?

    그림책 『마틸드』를 분량으로만 본다면 그림책의 주인공은 자기 외모를 사랑하는 나르시스입니다. 그런데도 분량이 적은 마틸드가 그림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왜 제목이 『나르시스』가 아닐까요?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본성을 담고 있습니다. 나르시스처럼 외모를 사랑하는 모습은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나르시스는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르시스의 상대역이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나르시스가 만났던 아메이니아스와 에코의 비극은 없습니다. 21세기 나르시스의 상대역은 마틸드니까요! 무심하고 이기적인 나르시스에게 상처받은 마틸드는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당당하게 거절합니다. 행복의 열쇠는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우리는 모두 사랑하거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이루리의 그림책 이야기> 연재 링크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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