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진코리아, '짬뽕 곱배기' 정당?
        2007년 03월 15일 04: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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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년 국민당, 97년 국민신당, 2002년 국민통합21. 이들은 다섯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먼저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이다. 이들 모두 대선이 있던 해에 창당됐다. 둘째, 특정인을 위한 ‘사당’이다. 국민당은 정주영당, 국민신당은 이인제당, 국민통합21은 정몽준당이었다.

    셋째, 대선 이후 모두 자취를 감췄다. 넷째, ‘새로운 가치’의 추구를 창당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다섯째, ‘새로운 가치’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줬다. ‘경선불복'(이인제)이나 ‘공조파기'(정몽준)는 전형적인 구태다.

    ‘전진코리아’가 15일 창립대회를 가졌다. 중도성향의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이번 대선에서 독자 후보도 내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전진코리아’는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의 외곽조직인 ‘선진한국연대’를 모태로 하고 있다. 지난해말 ‘선진한국연대’가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위한 전진코리아 창립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전진코리아’는 앞서 존재한 선거용 ‘사당’과 공통점과 차이점을 갖는다. 먼저,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다는 점에서 같다. 이들은 올 하반기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운다는 점도 같다. 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인물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중심정당을 창출하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새로운 가치’를 내세웠지만 별로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이들이 제시한 비전과 정책, 인물을 보자.

    먼저 비전. 이들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현 정치권의 낡은 대결 구도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 한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을 ‘진보’로, 한나라당을 ‘보수’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 자신들을 놓고 있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정책보다 좀 더 오른쪽으로 꺾겠다는 얘긴데, 이게 새로운가?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진보인가? 참으로 ‘새로운’ 견해이긴 하다.

    다음은 이들의 정책. 교육의 공공성 강화 – 수월성 중시, 한반도 평화 구축 – 한미 협력 강화, 투명경영 – 재벌 경영권 안정.

    짐작컨데, 그들의 인식 공간에서 각 쌍의 좌측항은 ‘진보’적, 우측항은 ‘보수’적 입장일 것이다. ‘보수-진보’적 의제의 병렬적 추진을 통해 이항대립에 매몰되지 않고 실사구시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가상의 이념공간에서 진보와 보수를 멋대로 분할한 다음 양 극단을 기계적으로 절충하는 게 새로운가? 4.15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이 걸어온 이른바 ‘실용노선’이 이와 다른가?

    끝으로 인물. 이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인물은 다음과 같다. 정운찬 전 총장, 손학규 전 지사, 원희룡 의원, 고진화 의원.

    창립대회에 참석한 인물은 다음과 같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임종석 의원, 민주당 김종인 의원, 국민중심당 신국환 대표. 이들 가운데 도대체 어떤 인물이 왜 새롭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짬뽕이라는 음식이 떠오를 뿐이다. 고루고루 섞였다는 점에서 보면 짬뽕 곱배기로 불러줄 수도 있겠다.

    ‘전진코리아’가 다른 선거용 ‘사당’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특정인을 위한 사당은 ‘아직’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영향력 있는 ‘특정인’이 아직 합류하지 않은 탓도 있을지 모른다.

    ‘전진코리아’가 ‘공당’의 면모를 확보할 것인지는 정운찬 전 총장이건, 손학규 전 지사건 유력 정치인이 결합한 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따져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역대 선거용 정당은 대선 이후 소멸했다. ‘전진코리아’는 어떨까? 지금 이를 점치는 건 부질 없는 짓이다. 그 문제는 이들이 당을 만든 후에 따져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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