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박근혜, 한미FTA 입장 변화 없다?
        2007년 03월 15일 01: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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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협상에 대한 강력한 반대 여론에 노무현 대통령이 "실익이 없으면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범여권 대선주자들도 잇달아 한미FTA 협상 중단 입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아직까지 찬성론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한미FTA 찬반 여부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경우 한나라당 주자들 역시 입장 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감지된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미FTA 협상과 관련 “개방은 시간문제고 세계적 추세”라며 찬성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전 시장은 하지만 지난 3일 제주 방문에서 농업 개방과 관련 “한미 양국간 농업 격차가 크기 때문에 우리 측 요구가 (한미FTA 협상에)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시장 측은 “개방이 시대적 대세라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다만 농업 분야 등은 일부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불과 1달 전만 해도 세계적 추세인 개방에 맞춰 농촌이 변화할 것을 주문했었다. 그는 지난 2월 농업인들이 참여한 ‘희망세상 농업포럼’ 강연에서 “남북통일이 되면 두만강과 압록강으로 넘어오는 값싼 중국 농산물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개방은 세계적 추세”라며 “농업은 더 이상 1차 산업이 아니다. 농촌은 더 이상 순수 농산물 생산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고 농촌의 변화를 요구했다.

    지난 1월 경남방문에서도 그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농업이 죽는다고 반대하지만 언제까지 문을 닫고 살 수는 없다”며 “10년 후 농업 경쟁력 키울 수 있어야 하고 선진 기술 받아들이면 우리 농업도 경쟁력 키울 수 있다”며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개방은 시대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넓은 시장을 가져야하고 시대흐름에 역행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한미FTA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 2월 미국 방문에서 “미국이 산업적인 측면만을 갖고 쌀시장 개방을 요구한다면 한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고 심할 경우 한미관계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며 쌀 개방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혀 시선을 끌었다.

    박 전 대표측은 “농업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박 전 대표가 한미FTA 찬성 입장을 밝히며 농업 분야를 빠짐없이 거론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정확히 “개방으로 큰 피해를 보는 농업 분야 등 취약 분야는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경쟁력강화 방안 등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업 분야 개방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큰 피해가 예상되니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정도였다.

    결국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측 모두 한미FTA와 관련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농업 분야 역시 개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농업 경쟁력 강화나 피해 대비를 강조하던 것에서 ‘농업분야 개방 유예’나 ‘쌀 개방 반대’ 표명으로 작지만 분명한 입장 변화가 읽힌다.

    물론 이들이 한미FTA 신중론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이르다. 농촌 지역 보수층의 표심을 겨냥한 계산된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미FTA 협상에 대한 여론의 추이에 따라 ‘국익’을 명분으로 입장 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대권 경쟁자이자 한미FTA 적극 찬성론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일찌감치 이를 감지한 듯하다. 손 전 지사는 15일 ‘동서포럼’ 초청강연에서 “언필칭 ‘경제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국민들한테 한미FTA 해야 한다고 똑똑히 얘기한 적이 있느냐”며 “국민 표 뺏긴다고…”라고 비난했다. 이는 이명박 전 시장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한미FTA협상에 대한 한나라당 두 유력 대권주자들의 표심 ‘눈치 보기’를 지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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