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락가락 주 69시간 정책
    정의 ‘탁상공론 정책 폐기’
    김대기 비서실장 해명에 “유체이탈”
        2023년 03월 20일 03: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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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주69시간 노동’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극단적 프레임”이라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20일 정의당은 “노동정책을 책상머리가 아니라 현장의 현실에서 확인하라”며 정부의 탁상공론식 노동정책을 비판하며 정책 폐기를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이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연장 정책에 대해 어이없는 변명을 내놓았다”며 “몰아서 일하자고 하다가, ‘60시간 이상은 불가’라고 대통령이 그 정책을 뒤집더니, 이제는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유체이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주69시간제에 대한 반발이 과연 극단적인 프레임과 홍보 부족으로 일어난 것이냐”고 반문했다.

    앞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인 19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주 69시간’까지 일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하는 정책이었는데 ‘주 최대 69시간’이라는 극단적이이고 별로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 씌워져 진의가 잘 전달이 안됐다”며 “입법 예고 중인 만큼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당과 같이 잘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김 실장의 해명에 대해 “주 최대 69시간이라는 시간 책정은 다른 어디서도 아닌 정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며 “노동시간 연장을 찔러보려다 국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다면 자신들의 정책 오류를 진지하게 반성하면 된다. 느닷없이 무슨 프레임 타령이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일터에서 왜 20대 노동자의 50% 이상이 연차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지, 정말 노동자 스스로 노동시간을 직접 정할 수 있는 환경인지, 노동정책을 책상머리에서가 아니라 현장의 현실에서 확인하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스스로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평가한 장시간 노동정책은 지금 당장 폐기돼야 한다”며 “장시간 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 노동자들의 ‘시간 주권’을 보장하는 노동권 강화는 결코 뒷걸음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주 69시간제를 밀어붙이면서 청년팔이에 여념이 없을 때, 한 경비노동자가 62시간 연속 근무 끝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몇 년 전 IT업체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는 주 89시간을 크런치모드로 일하다 사망했다”며 “이렇게 곳곳에서 과로사로 죽는 노동자가 매년 최소 500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주 극단적이고 별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매년 500건씩 일어나고 있는데 몰아서 일하고 쉴 때 푹 쉬자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맹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주 120시간이 주 69시간이 되고, 주 69시간이 주 60시간이 되는 동안 보인 윤석열 정부의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는 극치에 다다른 정책 무능, 현장성 없는 탁상 행정을 여실히 입증했다”며 정부의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 폐기를 비롯해 노동개혁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노동개혁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노사정의 긴밀하고 치열한 대화와 협상이지 밀실 전문가 집단의 책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노동약자’를 말할 것이 아니라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와 국회 협치부터 정상화하라”고 강조했다.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도 “원래 법이란 것은 극단적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주 69시간, 실제로는 80.5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해 놓고 그런 극단적인 사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니 ‘사람이 설마 사람을 죽이겠냐’며 살인죄를 없애자는 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부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해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는데, 이미 현행법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주 64시간 노동이 가능하다”며 “오히려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할 게 아니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 60시간도 과도하다. 애초에 크런치 모드 양성화를 목표로 시작한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은 조정이나 보완이 아니라 폐기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포함한 노동개혁안을 추진하면서 ‘MZ 세대’를 자주 언급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주 69시간제’를 발표한 후 “2030 청년층도 다 좋아한다”, “MZ세대는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며 청년세대가 해당 정책을 찬성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작 정부여당이 각별히 챙기는 ‘MZ노조’인 새로고침협의회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는 MZ세대가 누군지 한 번 데려와 보시라”며 “주 80.5시간 노동 개악, 노조 탄압과 공안 몰이 등 모든 사안마다 MZ를 소환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 MZ가 누구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국민들은 출생률 0.7명으로 나라를 자체 수거하고 있다. 우리는 운 나쁘게도 대한민국에 태어났지만 이 나라를 우리 자식에게 물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하는 모든 일에 ‘MZ세대’를 언급하는 것은 ‘MZ세대를 이용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김 대표는 “청년 세대의 요구는 명백하다. 일한 만큼 대우받으며, 저녁에 기절하는 삶이 아니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주 80.5시간도, 주 52시간도 모두 틀렸다. 주 37시간 노동 사회로 돌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연차를 쓰지 못하는 이 실태를 제대로 조사해서 법정 휴가를 정확히 보장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 보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쪼개기 노동, 5인미만 사업장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 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소위 ‘MZ세대’가 바라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경기도의 한 돼지 우리에서 태국인 노동자가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10년간 이 태국 노동자는 돼지우리에서 생활했고, 그를 고용했던 양돈업자는 ‘불법체류 단속에 걸리기 싫다’는 이유로 시신을 인근 야산에 버렸다”며 “쓰다 망가지면 버려도 되는 사람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는 한국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참담한 고용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그 누구도 국적과 인종에 차별당하고, 쓰다 버려지는 기계처럼 대우해서는 안 된다”며 “340만 이주민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노동권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만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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