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부결의 아쉬움과 당 지도부의 무능
    2007년 03월 15일 10: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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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민주노동당 정기당대회는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후보 선출 방법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자리였다. 지난 3월 11일 밤 12시를 넘기며 장장 9시간이 넘는 긴 회의가 진행됐다. 그 속에서 매우 정치화돼 있는 민주노동당 핵심 당원들의 정치적 고민과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효율적인 집행 원하지만 노동자 민주주의 고수

당 지도부가 당헌 개정안으로 내놓은 것은 당 대회와 대의원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예산과 결산의 심의·의결을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회로 넘기고 직선 선출인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을 대표가 지명하는 방식 등이었다. 당 지도부는 예산부족과 비효율성을 이유로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날 대의원들은 당 대회와 대의원, 중앙위원 임기 연장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예산과 결산의 심의, 의결과 사무총장 및 정책위의장을 대표가 지명하는 안은 부결됐다. 대의원 기능을 축소하거나 당원 직접 선거를 대신해 대표가 지명하는 것은 노동자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의원들은 훨씬 민주적인 방식을 지켜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간에 쫓겨 2006년 사업평가와 결산 및 감사보고 승인 건, 2007년 사업계획 승인 및 예산안 승인 같은 사업평가와 사업계획 등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못 하고 중앙위원회로 위임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2006년 감사보고 승인 건 중 재정 운영의 불투명성과 무원칙성, 보조금을 술값으로 유용한, 심각한 진보정치연구소의 회계감사와 관련해 대의원들이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위임됐다. 어이없는 재정운영으로 국고보조금이 삭감된 부분도 마찬가지다.

당 대의원들은 강력한 징계(진보정치연구소 건) 권고 및 불투명하고 무원칙한 재정운영 등으로 생긴 국고보조금 삭감 등에 대한 후속조치에 대한 결과 보고를 차기 당 대회 때 제출할 것 등을 특별결의로 통과시켰어야 했다.

허술한 개방형 경선제 방안

이 대회에서 당원 이외 사람들도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을 허용하는 당헌 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아쉽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1백만 ‘민중경선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민주노총이 이를 뒷받침함으로써 조합원 당원을 확대할 기회이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1천50명 재석 대의원 중 663표를 얻어 절반은 훌쩍 넘었으나 2/3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예시’로 내놓은 선출방안은 사실상 소정의 참가비를 내고 형식적인 당원의 추천만 있으면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예시’ 안은 구체적인 선거인단 대상과 기준이 빠져있기 때문에 숫자를 늘리기 위해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내용이 되고 말았다.

선거인단 참여 대상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 그리고 전농 등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 즉, 민중경선제와 2002년, 2006년 울산에서 시행한 방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이 나왔다면 당헌 개정안은 통과됐을 것이라고 본다.

매수행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지도부

진성당원제를 주장하는 대의원들의 비판은 당의 확대에 반대하기보단 개방형경선제가 어떠한 기준도 없다는 데 있었다.

“개방형 경선을 통해 모집되는 선거인단은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절대다수가 조직에 의해 ‘조직’될 것”이며 “결국 정치는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세 과시의 각축장이 됩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같은 대중조직이 세력을 과시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정치적 내용보다는 돈과 인력이 풍부한 정파 혹은 개인에게 유리한 내용이 될 수 있다. 결국 당 지도부는 대통령후보 선출에서 광범위한 매수행위가 벌어질 것에 대한 대의원들의 우려와 불신을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의 가장 핵심적인 지지층인 민주노총과 전농 등 민중들의 관심을 끌어내 당을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는 선출방안이 마련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노동자당원 확대해야 할 이유

개정안은 부결됐지만 민주노동당을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노동자가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는 것은 진보정치의 주체가 된다는 의미다. 이런 정치활동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민주노총 내에서는 한미 FTA 반대, 전쟁반대, 열린우리당 반대 같은 기초적인 기준에 동의하는 조합원들을 상대적으로 모으기 쉽다.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주도적으로 당 사업을 하면 당의 우경화나 의회주의적 경향 등이 강력한 제동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해 민주노동당은 노사관계로드맵 수정안을 내서 대중투쟁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고, 당 국회의원들이 한미FTA ‘불법’ 집회에는 참가하지 않는 등 의회주의적 경향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이 진보정치의 모든 대안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성장할수록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훌륭한 노동자, 서민 국회의원이 늘어날 수 있다. 동시에 거리와 공장 투쟁보다 국회에 종속될 가능성도 커진다. 국회 활동은 거리와 공장 투쟁에 기반 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노동자 당원의 확대는 중요하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열린우리당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회적 양극화 반대, 한미 FTA 같은 신자유주의 반대, 이라크 파병과 레바논파병 반대 및 전쟁 반대라는 집단적 목소리를 냄으로써 돈이 없어도 ‘빽’이 없어도 노동자, 민중의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 중심성을 잃지 않으면서 정치적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조직된 노동자당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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