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한미FTA 반대 급속 확산
        2007년 03월 14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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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여권에서 한미FTA 협상에 대한 반대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대권주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은 14일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 협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이어 김근태 전 의장도 조만간 반대 입장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계기로 범여권이 한미FTA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게 될 것이지 주목된다.

       
      ▲ 사진 왼쪽부터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사진=연합뉴스)
     

    정동영 "현 정부 내 협상 끝내는 것에 반대"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은 이날 ‘현안에 대한 입장’이란 발표문을 통해 한미FTA 협상과 관련, "현재 협상이 불평등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간을 정하고 미국이 입장대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현재까지 협상내용을 중간계산하면 ‘마이너스 FTA’였다"며 "’플러스 FTA’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이 고려하고 판단하고 토론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에 쫓겨 많은 것을 잃는 것보다 신중하게 고려해서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해야 한다"며 "참여정부 임기 내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은 철저하게 국민이익의 관점에서 개성상인의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갈지 계산하고 개방으로 인해 고통받을 계층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3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장은 "`대외적 개방, 대내적 복지.민생’이 우리의 생존전략이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무조건적 개방이 아니라 원칙과 가치를 지키는 개방전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협상 중단하고 차기정부에서 협상해야"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현 상태로는 협상을 중단하고 국민적 논의를 거쳐 차기 정부에서 협상하도록 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천 의원은 8차 협상까지의 결과에 대해 "협상이 매우 잘못돼가고 있다. 우리가 얻은 것은 거의 없고 내주기만 해 왔다"고 혹평했다.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예로 들며 "이 제도가 시행되면 우리의 주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책 추진에 심각한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놀라운 것은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먼저 제안한 쪽이 우리 협상단이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앞으로 고위급 협상을 연다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잘해도 손해고 못하면 더욱 큰 손해만 남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냉소적으로 전망했다. 

    김근태 전 의장도 금명간 한미FTA 협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장측 핵심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김 전 의장은 한미FTA 협상에 대해 비판적인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면서 "금주 중 선명한 반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연합의 길닦기?

    한편 이들이 한미FTA에 대해 이처럼 반대 목소리를 키우는 배경으로 ‘미래구상’ 등 시민사회세력과의 선거연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래구상’은 한미FTA 반대를 선거연합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한 상태다.

    지금종 ‘미래구상’ 대변인은 "올 상반기 중 선거연합의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제출토록 정치권을 압박할 것"이라며 "범여권을 한미FTA를 기준으로 갈라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개혁적인 입각점에서 노 대통령과 맞서는 구도를 만들어 냄으로써 떨어져나간 개혁적 지지층을 복원하겠다는 계산도 했음직하다.

    일차원적인 수준에선 한미FTA를 명분 삼아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한미FTA에 대해 찬성에 가까운 입장을 보여온 ‘통합신당모임’이 8차 협상 이후 비판적인 논평을 내보낸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이 모든 비판적 움직임의 근본적인 원인은 "누가 봐도 잘못된 협상"(민주노동당 당직자) 자체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미FTA 저지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

    민주노동당은 범여권 일각의 이런 움직임이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는 데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 손낙구 보좌관은 "범여권이 한미FTA 반대에 가세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권영길 의원실 이호성 보좌관은 "민주노동당이 주도한 한미FTA 반대 운동에 대해 옳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국민들의 시각이 있다"면서 "범여권 일부의 결합은 이런 편견을 불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권 의원은 이날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은 즉각적이고 조건없이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FTA 반대 올인은 위험" vs "정치적 이해관계 이전의 문제"

    그러나 당 일각에선 한미FTA 반대 흐름이 선거연합 논의로 직결될 경우 범여권 개혁 분파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귀결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미FTA 반대의 단일전선으로 가면 과거의 민주대연합 비슷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한미FTA 반대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구축을 목표로 의제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한미FTA는 정치적 이해관계 이전의 문제"(손낙구 보좌관)라거나 "한미FTA를 막아야 한다는 절대적 요구와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건 별개의 문제(이호성 보좌관)"라는 반론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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