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흘간 62시간 노동에 '과로사'
    노동계 “근로시간 개편 방안 철회하라”
    정의당 "이번 노동개악은 사회의 미래 파괴하는 법"
        2023년 03월 13일 05: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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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흘 동안 약 62시간 연속으로 일한 경비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행 법정노동시간인 주52시간을 넘어서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3일 성명을 내고 “현장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으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한 해 500여 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법을 개악해 장시간 집중노동을 제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8일 아침 7시10분경 서울 종로구 한 빌딩 관리업체 소속 보안팀장인 이 모 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유가족은 지병이 없던 고인이 ‘급작스러운 과로’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무표를 보면 이씨는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야간근무를 시작해 9일 새벽 4시까지 닷새에 걸쳐 24시간 당직 근무를 했다. 출근 나흘 동안 약 62시간(8시간+24시간+24시간+6시간)을 일하고 사망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노동시간 개편방안에 대한 노동계의 과로사 조장법이라는 비판을) ‘최악의 상황을 대비시킨 선동’이라 항변하지만, 오늘 보도된 이 끔찍한 현실을 보고도 계속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주 52시간(기본 40시간+최대 12시간)’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노사 합의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할 수 있게 했다. 노동자 건강권 보호 방안으로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또는 ‘휴식 없는 주 64시간 상한’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주64시간 이하로 일하면 퇴근과 출근 사이 11시간 휴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연장노동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제시하며 이번 노동시간 개편안을 선진국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게’ 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연차를 쓰는 것도 눈치를 보는 현실, 있는 휴가마저도 다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고발하며 냉소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답이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가 제도 사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3명은 법정유급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아울러 민주노총은 “노동자 본인의 건강에 치명적인 독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 근로 등 수당을 받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정부의 안대로 하면 주 80.5시간을 넘어 그 이상의 노동이 가능해지며, 이와 연계되어 노동자의 수입은 감소한다. 정부안을 연간 단위로 적용해 환산하면 수당의 30%가 삭감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누구의 이익으로 돌아가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오로지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장시간 집중노동과 임금 삭감을 내놓은 윤석열 정부의 개악 안을 반드시 저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노동시간 개편방안 저지를 위해 총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노동 개악은 정부가 국민의 삶을 돌보길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자, 사회의 미래를 파괴하는 법”이라며 “우리 사회에 대해 국민들은 이미 세계 최저의 출생률로 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주 52시간을 일해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어떻게 ‘그럼 더 많이 일해라’가 될 수 있나. 죽어라 노동해도 삶을 돌볼 수 없는 사람에게 ‘노예처럼 일하라’는 걸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윤석열 정부는 이미 정부의 본령을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몰아서 일하다간 사람이 죽는다”며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은 이후의 쉼으로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의 몸과 영혼을 황폐화시킨다. 정부는 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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