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별무기로 사회구조적 모순에 맞선다"
        2007년 03월 14일 07: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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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민중의 삶이 나아지는 사회가 되는데 강력한 ‘진지’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15만 조합원의 금속노조이지만, 우선은 조합원들의 권익과 이해를 지켜나가는 데서부터 시작돼야한다. 산별 이름에 걸맞는 규모를 가진 금속노조의 사실상 초대 노조 위원장인 정갑득 신임 위원장의 생각이다.

    13일 <레디앙>이 "나이 오십에 어렵사리 서울에서 홀애비 생활을"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산별 노조가 부동산, 교통, 교육과 관련된 대안적 정책들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 구조적 모순을 바로 잡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조직 내적으로는 “15만 조합원의 입장을 적절하게 잘 조화시키는 큰 정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대선과 관련 정 위원장은 “무엇보다 후보자 선정 문제에 대해 잡음이 없어야 한다”면서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처럼 ‘한국형 사회복지’를 만들어 시민들이 진보 정당을 직접 체험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신임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 
     

    – 20년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난 해 6월 금속노동자들이 산별노조를 선택했다. 산별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바람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정규직의 경우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산별노조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중소 사업장의 경우는 불공정 하도급을 비롯한 원청 중심의 부당한 거래 관행 개선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고용 불안을 비롯해 생산 공장 해외이전 문제 등 고용, 산업 문제에 대한 조직적, 정책적 대안을 주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운동적으로는 기업별 경제주의적 교섭 틀을 깨고, 사회 구조를 바꾸는 정치적 투쟁을 통해 산별 노조 정신에 입각한 운동으로 전환하길 바라는 요구가 있을 것이다. 제가 볼 때는 그 어느 것 하나가 쉽지 않다. 아직은 한국형 산별노조 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전문가 그룹 및 현장에서 산별 ‘마인드’를 가지고 조직하고 교육했던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이 분들과 어떤 형태로 결합하고, 노조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일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해 현재 고민 중이다.  

    – 지난 4년 동안 중소사업장 중심의 4만 금속 노조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금속산업 최저임금제, 비정규직 노조활동 보장 등 기업별 노조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합의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있다. 지금까지 금속노조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장을 돌면서 만난 지회장들의 생각이 산별노조에 관한 한 나보다 이해 폭이 넓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몇 년동안의 경험을 4만의 조합원들은 다 안다. 그에 반해 새로 산별 교섭을 해야 하는 조합원들은 아직 경험이 없어 이해가 부족하다.

    대단위 사업장 산별 체제에선 단체 교섭권을 지부·지회장이 아니라 산별노조 위원장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조합원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간부들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산별노조이긴 했지만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부분도 있었다. 4만 조합원 중 2만 정도의 덩치 큰 사업장은 중앙교섭에서 빠졌고, 교섭을 한 곳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 노동조합이란 게 1차적으로 조합원들의 권익과 이해를 대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

    – 산별교섭과 관련된 올해 목표치와 전망은?

    산별 중앙 교섭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일정상 조직 내 한계가 많다. 현대 자동차의 경우 집행부 선거가 끝나면 또 대의원 선거를 하고 파견 대의원도 뽑아야 한다. 또 9월에는 금속 노조 각 지부, 지회가 집행부 선거를 한다. 

    15만 산별 노조 중앙 교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화하는 데에는 이런 저런 제약이 따를 것이다. 내년에는 중앙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 대의원대회에서 1사 1조직이라는 방침이 결정돼 정규직의 보호를 받으며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 전 투쟁하면서 정규직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사 1조직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럴 경우 집행부 내부나 노조 내부에 갈등이 발행할 수도 있다. 상황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비정규직 동지들이 조급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동 토론, 공동 결정, 공동 투쟁, 공동 책임의 원칙이 중요하다. 특히 이런 상호 책임성 있는 양쪽의 자세가 필요하고 이것이 현실화해야 한다.

    –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이젠텍 등 장기투쟁사업장들의 경우 아주 힘들게 오랫 동안 버티고 있다. 이들 사업장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대해 기대를 많이 가질 것으로 본다. 실제로 산별노조가 지금까지 재정 등에 대해 지원을 해주고 있기도 하다. 어떤 복안이 있는가. 

    세 가지가 있다. 투쟁 사업장에 대한 여러가지 지원 사업이다. 투쟁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그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양한 연대 투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산별노조의 ‘규모’를 가지고 정부를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장기투쟁 사업장들은 대부분 사용자들이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서 생긴 것이다. 노조의 큰 힘으로 정부를 압박해들어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정부야말로 법을 지켜야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얘기해야 한다.

    이밖에  투쟁과 함께 대화와 교섭도 중요하다. 회사 쪽과 투쟁도 해야하겠지만, 동시에 대화와 설득의 노력도 필요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더라도, 이런 방식이 유효한 측면이 있다. 일종의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집단인데, 그간 경험을 돌아보면 기업이 개인적 감정에 의해 인사 문제를 결정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그런 것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정치력을 발휘했던 경험을 살리겠다.

    – 산별노조는 민주주의의 거점이고, 민중의 삶을 지켜주며 지금보다 낫게 만들어주는 우리 사회의 중요하고 유력한 진지라고 본다. 기대를 갖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노조의 역할이고 임무가 될 텐데. 

       
     

    선거 기간 동안 산업정책과 관련된 공약을 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해외 이전 등에 따른 산업 공동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투자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고 고용을 늘리는 등의 대안을 제시를 산별 노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는 지금까지 해외로 공장이 나가서는 안 된다는 말만 해왔지 이에 대한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또 사교육비가 월 70∼80만 드는데, 이것만 줄어들게 해도 10년 동안 임금 협상 투쟁한 효과만큼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 교통, 교육과 관련해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사회 구조적 모순을 바로 잡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15만 조합원들의 조건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입장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큰 정치’가 중요하다. 

    – 올해는 대선의 해다. 금속노조의 정치방침 또는 대선방침을 따로 결정할 것인가.

    민주노총의 대선 지침을 어떻게 잘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지, 독자적인 정치방침을 가질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고, 민주노총과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는데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선과 관련돼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대선과 관련해서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의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없어야 한다. 승리를 위해 과도하게 경쟁을 하게 되면 자칫 쪽박을 깨는 운동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세 분은 이런 대목에서는 모두 잘 할 거라 믿는다.

    당 대회에서 결정돼서 별도로 토를 달 얘기는 아니지만, 경선방식에 대한 결정은 아쉽다. 진성 당원제가 당의 중심성을 강화 할 수는 있어도 표의 외연으로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나도 울산에서 지역 사업을 해 보았는데, 진보정당 하기가 참 어렵다.

    과거에는 도덕성이나 신선함, 깨끗함 같은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모두 똑같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생활협동조합 운동 등 주민들과 함께 할 다양한 사업이 필요하고, 또 당원들에게 주는 것 없이 책임만을 강요하면 안된다.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탈당한다"는 말이 나오는 맥락이나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원들이 당 활동을 하며 성취욕을 느끼고, 자발성을 높이는 방안을 한번 쯤 고민했으면 한다.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처럼 한국형 사회복지 시스템을 만들어 시민들이 직접 진보정당을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말씀 고맙다.

    정갑득 신임 위원장은 지난 2일 55,126표(51.43%)를 얻어 47,809표(44.60%)를 얻은 기호 1번 정형기 후보를 누르고 금속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그는 현재 금속노조 사무실이 있는 영등포(민주노총과 사무금융, 전교조 등 주요 노조 사무실이 함께 있다) 부근에서 한시적 ‘홀애비’들끼리 살고 있다. 노조가 지방에서 올라온 상근 인력들을 위해 얻어놓은 셋방에 어느 날은 3명이 어느 날이 5명이 자기도 한단다.

    잘 조직된 15만명은 1천5백만의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끼칠 일들을 해낼 수 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물론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좋은 쪽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지와는 독립적으로 그 일을 잘 해내는지의 실질적인 결과는 실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국 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기원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금속노조 위원장의 어깨는 아주 무거워 보였다.

    조직 내 다양한 의견과 정파가 존재한다는 것이, 신임 위원장과 지도부를 중심으로 산별노조를 제대로 세워내는데 힘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가 돼서는 결코  안되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인터뷰였다. 산별노조는 너무나 소중한 우리의 무기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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