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감인가, 후발주자 전술인가
        2007년 03월 13일 10: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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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심상정 의원실
     

    자신감의 발로인가, 후발주자의 선거 전술인가. 민주노동당 대선주자인 심상정 의원이 당내 경쟁자인 권영길, 노회찬 의원과 차별성을 거침없이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초의 대선후보 경선 국면이 서서히 달궈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2월 13일. 심 의원은 언론을 상대로 처음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기자들의 첫 질문은 당의 대권주자로 알려진 권영길, 노회찬 의원에 비해 심 의원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기존 주자들이 있는데 왜 굳이 출마했냐는 물음이기도 했다.  

    "당내 경선 드라마로 만들 주인공"

    심 의원은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너무 훌륭해서 후보들끼리 경쟁하는 구도는 안 만들려 한다”면서도 “두 분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민주노동당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당 진보정치연구소가 실시한 대선주자 이미지 조사 결과, 높은 평점을 들어 자신의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그는 “아직 대중적 이미지가 형성 안됐다고 한다”며 “대선을 2번 치른 권영길 의원과 2004년의 총선 스타 노회찬 의원에게 주어진 기회가 저에겐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두 의원 또한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은 2%대”라며 오히려 아직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은 자신이 “당내 경선을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했다.

    지난 7일 심상정 의원의 대선후보 출마선언 직후 기자간담회. 이날도 기자들은 다른 대선주자들과 그의 차별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심 의원은 “서민들은 실력 있는 정당, 강한 민주노동당을 원한다”며 “진보의 가치와 비전, 정책을 바탕으로 서민대중 정당으로, 강한 정당으로 만드는데 제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심 의원은 지난 12일 좀더 노골적인 질문들을 받았다. S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에 출연, “권영길, 노회찬 그분들 ‘들러리’ 서려고 나온 것은 아니죠”라는 질문에 이어 “두 분이 다 훌륭한데 그분더러 하라고 하면 되지 왜 나왔나” 하는 질문들이었다.

    국민들은 당의 미래를 주목할 것

    이에 심 의원은 “(축구감독) 히딩크가 몇 골을 넣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기를 어떻게 주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권영길, 노회찬 의원이 국민들에게 훨씬 더 인기도 많고 지지도도 높은데 그건 지금까지 골이었고 앞으로 대선이 본격화되면 심상정이 서민경제를 살리는 알토란같은 정책을 가지고 대선 레이스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달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과거를 대표하고 노회찬 의원은 당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 국민들이 보는 당의 과거와 현재는 최악”이라며 “나는 대선국면에서 우리 국민이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주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다.

    물론 심 의원은 권영길 의원을 가리켜 “민주노동당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개인이 아닌 민주노동당 당원과 그동안 실천이 녹아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도 “지금 민주노동당 의원 중 가장 인기가 높으신 의원이고 아주 손색없는 훌륭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심 의원은 ‘훌륭한’ 두 후보가 대선후보를 하게 하지, 왜 나왔냐는 질문에 “그게 보수적인 생각이고 훌륭한 분을 더 띄워놓는 게 진보”라며 “대통령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보다 뛰어난 후보로 제가 국민 앞에 선보인다면 많은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 분이 가지고 계신 인지도를 가지고는 사실 당선이 어렵지 않느냐”며 “실제 민주노동당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주목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감의 발로" vs "인지도 높이기 위한 전술"

    심상정 의원의 이러한 거침없는 표현에 대해 심 의원측은 “자신감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심 의원의 출마로 민주노동당 경선이 드라마가 되고 있고 결국 예상 못한 결말로 갈 것이라는 자신감과 또 그렇게 해야 당의 경선이 국민의 관심을 받는데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간 네거티브는 안해야 되지만 차이는 보여줘야 선거다운 선거”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측 또다른 관계자 역시 “당연히 자신감의 표명이고 지지자들도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며 “자신감의 근거는 대선에서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 하는 내용과 그것을 생산하는 집단의 비교우위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는 심 의원의 출마선언과 정책자문단 진용에 대한 캠프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심 의원의 차별성 부각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심 의원측의 ‘선거 전술’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주자들이 각각 무엇을 위주로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냐는 판단의 차이”라며 “(심 의원의 차별성 부각도) 선거 전략과 마인드, 후보의 칼라라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심상정 의원이) 아직 대중정치인으로 이미지 형성이 안돼 인지도에서 많이 밀리고 있다”며 “인지도 형성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심 의원이 대단히 ‘공격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에 따라서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는 주장이다.

    홍 소장은 심 의원이 민주노동당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과 관련 “전략적으로 잘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전략적 우위를 한 번 점했다고 판세가 변하는 것은 아니고 많이 누적돼야 한다”며 심 의원이 ‘대통령 후보감’이라는 대중정치인의 이미지 형성에 기존 주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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