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대선주자 분열' 막기가 힘들다
        2007년 03월 12일 04: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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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대선후보 경선시기와 방식 결정을 두고 서로 공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대선주자간 이견으로 경선룰 합의에 실패하고 당 지도부에 위임했으나, 당 지도부는 경준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하고 다시금 최종 합의를 요구했다. 이번에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당원과 국민 대상의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1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어 “당 경선준비위원회의 활동시한을 오는 18일까지 1주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경선시기와 방식 합의에 실패하고 지난 10일로 활동시한이 만료된 경준위에 다시금 최종 합의 시도를 요구한 것이다.

    유 대변인은 하지만 “18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재연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국민과 당원으로 구성된 일정 수의 집단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참조해 지도부가 단일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로 경선룰 제시, 대선주자 이탈 막는 명분? 

    하지만 경준위 활동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단순히 경준위의 활동 시한을 연장한다고 해서 경선룰을 합의할 가능성은 미미하다. 결국 여론조사를 거칠 확률이 크지만, 경선룰에 따른 유불리가 첨예한 대선주자들이 그 최종안 역시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당 경준위는 대선후보 경선시기와 방식으로, 시기는 현행 당헌·당규인 6월보다 조금 늦추고 선거인단은 현행 5만명에서 20만명 선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7월, 20만명’안과 ‘9월, 유권자 0.5%(23만명)’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경준위원 11명의 표결에서 1명은 현행 당헌·당규 고수를 주장했고 나머지는 5:5로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재 지지율이 높은 이명박 전 시장측은 현재 여세를 몰아 7월 경선을 요구하는 반면, 지지율을 만회해야 하는 박근혜 전 대표측은 9월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간 경선 룰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여권이 분열로 대선후보조차 내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선룰에 대한 대선주자간 이전투구로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까지 점치게 하는 이유다.

    당장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헌법인 당헌, 당규를 후보들의 유불리에 따라 야합하듯이 주고받는다면 그건 공당을 포기하는 것이고 사당인 것”이라며 경준위 논의 과정을 맹비난했다. 그는 나아가 “대선을 앞두고 과거의 구태로 돌아가는 조짐”이라며 “오늘날의 한나라당이 있도록 밑거름이 된 사람으로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준위가 현행 6월 경선에 비해 불과 한 달 늦춰진 ‘7월 20만명’안을 제시한 것은 유력 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측을 위해 아무런 명분도 없이 만든 안이라는 게 박 전 대표측 주장이다.

    일찌감치 경선 불참 가능성을 언급했던 손학규 전 지사측에 이어 원희룡 의원과 고진화 의원도 경준위 결과를 비난하며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시사해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원희룡 의원은 지난 11일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준위 논의 과정은 특정 주자들의 유불리 따지기와 줄세우기에 불과했다”며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경선불참을 포함해 모든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고진화 의원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계파간의 유불리만 따져 경선 룰을 결정한다면 경선 참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가세했다.

    상대적으로 불만 톤이 낮은 이명박 전 시장측도 ‘7월 20만명’안을 수용할 수는 있지만 선거인단 20만명 역시 여당의 개방형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장의 파국을 회피하기 위해 경준위에 다시금 경선룰 합의의 책임을 떠넘겼다는 시각이다. 그리고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국민과 당원 여론조사를 내세워 유력 대선주자의 이탈이나 분열 명분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명박 도덕성 문제없다? 검증 논란도 복병

    ‘경선 룰’에 대한 여론조사가 대선주자들의 결심에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지도 의문이지만, 한나라당 분열의 또다른 ‘복병’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검증 공방이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 전 시장에 대해 그의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가 주장한 ‘위증교사’ 등과 관련 “법적 하자가 없고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도 문제 삼을 일이 없다”고 밝혔다. 당 경준위 이사철 대변인은 “대선후보 검증소위는 김유찬씨의 주장이 사실관계가 불분명하고 진술이 모순 되는 등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씨가 자신에게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달하고 위증을 교사했다고 지목한 이 전 시장의 이광철 비서관이 미주에 거주해 연락이 닿지 않고, 금품 수수 일시가 이 비서관의 구속기간 중이었다는 점, 금품을 전달한 권영옥 사무국장 등도 구체적으로 위증교사는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또한 이 전 시장의 상암동 DMC 사업 관여 여부는 서류상 근거가 없으며, 국회의원 시절 재산신고 누락은 국세청의 착오였다는 주장이다. 이 전 시장의 재산 은닉도 관계자의 부인으로 더 이상 조사되지 못했다.

    한나라당 검증소위의 이같은 발표는 이 전 시장측의 해명이나 관련자에 대한 조사 불가 등에 따른 것으로 향후 다시금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김유찬씨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봐주기’ 면죄부성 검증결과”라고 비난했다.

    김씨는 특히 “이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사람인 이광철 전 비서관은 현재 이명박 전시장측의 미주지역 인터넷관리자”라고 주장하며 “(검증소위가) 미주지역 거주자라는 ‘이유도 아닌 이유’로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한 검증노력을 게을리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측 한선교 대변인도 <레디앙>과 통화에서 당 검증소위의 이 전 시장 검증 결과와 관련 ‘노코멘트’라면서도 만족스럽지 못했음을 내비쳤다. 그는 “앞으로 열릴 한나라당 대선후보 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이 되리라 본다”고 말해 향후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논란의 재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대선주자에 대한 검증은 한나라당의 관여 정도에 따라 검증 대상이 된 대선주자나 검증을 요구하는 대선주자 어느 누구의 탈당 명분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경선룰 합의에 실패하고 검증 논란 역시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한나라당을 향해 정치권 안팎에서 거듭 분열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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