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복체포조-캠코더가 당신을 노린다"
        2007년 03월 11일 11: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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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2월 막무가내식 연행으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당한 경찰이 지난 10일 반FTA 집회에서 사복체포조와 캠코더를 이용해 ‘표적검거’를 벌여 80년대로 회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0일 저녁 6시 30분 경. 세종로 사거리를 막고 있던 전투경찰이 곤봉을 하늘 위로 들고 소리를 지르며 강제진압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바로 그 경찰의 오른쪽(시위대가 보기에 왼편) 인도에 검은 색 점퍼 차림의 건장한 사내들 3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복체포조였다. 6~8명씩 한 조를 이룬 이들은 캠코더를 든 경찰 한 명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캠코더를 든 경찰이 “빨간 모자 뒤집어 쓴 애 잡아”라고 하자 옆에 있던 사복체포조가 신속하게 옆으로 전달한다. “빨간 모자 잡으래.”

       
    ▲ 10일 서울 종각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1차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연행하고 있는 사복체포조 (사진 참세상)
     

    인도에서 움직이는 30명의 검은 점퍼들

    잠시 후 전투경찰이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그 앞으로 사복체포조 10여명이 달려가 스크럼을 짜고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을 낚아챘다. 그들은 곧바로 기동대 뒤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사복체포조는 이번에는 깃발을 든 사람을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이날 사복체포조 30여명은 집회가 완전 해산될 때까지 캠코더를 든 경찰이 찍은 사람을 낚아채는 일을 했고 전투경찰은 이들과 호흡을 맞춰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이런 방식으로 경찰들은 이날 10여명을 연행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경찰은 진압명령이 떨어지면 전투경찰들이 달려나와 시위대를 연행했다. 그러나 이날 전투경찰들은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면서 폭력을 가할 뿐 예전처럼 연행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지난 해 12월 6일 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연행했던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연행된 사람들에 대해 “주최단체의 간부도 아니고, 단순참가자인데 집회를 주최하거나 주도했다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었다.

    그러자 검찰은 "법원이 ‘불구속 원칙’이라는 이상론에 갇혀 폭력시위를 막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불법 폭력시위를 막으려면 과격시위 주동자에게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며 영장이 기각된 6명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2차 영장청구도 모두 기각했다.

    80년대식 표적검거와 폭력은 더 큰 저항 부를 것

    10일 ‘한미FTA 저지 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보여준 검거방식의 전면전환에 대해 경찰이 80년대로 되돌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적지않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순간적으로 구호를 외치는 장면을 촬영해놓고 그 사람을 찍어서 연행을 한 후 진술조서에 구호를 선창하면서 선동을 했다고 구속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그냥 구호를 외친 단순참가자를 주동자로 둔갑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사복체포조의 표적검거는 최근에 보기 힘든 진압방식”이라며 “참가자들이 불법시위도구를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폭력시위도 아닌 평화시위를 했는데 표적검거를 하는 것은 과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와 농민, 학생들은 오는 25일 2차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1980년대가 입증했듯이 폭력진압과 대량구속은 더 강력한 저항과 폭력을 낳았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노무현 정권의 폭압은 더 큰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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