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봉쇄에 게릴라 시위로 맞서다
    2007년 03월 11일 10: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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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8차 협상이 진행되고, 여러 분야에서 속속 타결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 농민 3천여명이 경찰의 원천봉쇄와 폭력에 게릴라시위로 맞섰다.

10일 오후 2시 50분 서울 홍대입구 전철역 5번 출구. 한 민주노총 간부가 메가폰을 잡고 “굴욕적인 한미FTA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자 골목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던 평상복 차림의 노동자들이 갑자기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1천여명의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홍대 앞 편도 4차선 도로를 차지하고 신촌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이용식 사무총장과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 신임 임원들이 맨 앞에서 행진을 이끌었고, 노동자들은 “한미FTA 강요하는 미국을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달려나갔다.

   
  ▲ 사진=참세상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시청 앞 집회를 경찰이 원천 봉쇄하자, 산하조직에 비상연락을 통해 홍대 앞으로 집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동교동 삼거리를 지나자 대오는 1,500여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노동자들은 “한미FTA 중단하라”와 “노무현은 물러라가”는 구호를 번갈아 외치며 시민들에게 한미FTA의 부당성을 알렸다.

   
  ▲ 사진=금속노조
 

신촌로터리에서 노동자와 농민 만나다

3시 10분 신촌로터리 현대백화점 앞에 이르자 앞쪽에 1천여명의 시대대가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농민, 학생들 1천여명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신촌로터리에서 만난 노동자와 농민,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신촌역 주변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던 사람들이 집회에 합류하면서 인원은 3천여명으로 늘어났다. 민주노총 이용식 사무총장은 “한미FTA는 반노동자적 협상이고 반 민중적 협상이며 매국적 협상이고 반민족적 협상”이라며 “민주노총과 민중은 이 협상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3시 40분 시위대는 이대 전철역 앞에 도착하자 경찰은 버스 50여대로 서대문으로 향하는 길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경찰은 “해산하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해산하겠다”고 경고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다시 비상연락을 했고, 노동자 농민들은 모두 자진 해산했다.

2차 집결지인 불광역이 경찰에 의해 완전 봉쇄되자 시위장소가 독립문으로 바뀌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노동자와 농민들은 복잡한 서울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독립문역을 향해 갔다.

   
  ▲ 사진=참세상
 

시위 막기 위해 지하철 무정차 통과까지

이날 서울지하철은 집회 참가자들이 이동하던 시간에 3호선으로 갈아타는 을지로역과 집결지인 경복궁역, 합정역 등을 무정차 통과해 지하철 이용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독립문역에 집결한다는 소식을 알아챈 경찰은 역 출구를 완전히 봉쇄했다. 곳곳에서 참가자들과 경찰들의 실랑이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참가자들에게 지하철을 이용해 종각역으로 모이라고 알렸다.

이 연락을 받지 못한 참가자들은 경찰을 뚫고 독립문역으로 나왔다. 500여명의 시위대는 편도 4개 차선을 차지하고 가두행진을 벌이며 “한미FTA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종각으로 모이라는 연락을 받고 종각을 향해 30분을 넘게 달렸다.

5시 20분 종각역 4거리 국세청 빌딩 앞 4거리는 지하철에서 올라온 시위대와 행진해 온 학생들, 이를 막으려는 경찰들도 뒤범벅이었다. 다급하게 막는 경찰을 피해 세종로 방향으로 시위대가 향하자 경찰과 시위대가 뒤엉켜 달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을 국세청 앞에서 100여명의 학생들을 포위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뒤엉켜 달리는 진풍경 연출

5분만에 세종로 쪽에서 수백명의 경찰들이 나타났다. 1001부대 등 기동대가 방패와 몽둥이를 들고 시위대를 포위했다. 시위대가 경찰에 밀려나고 있었고, 일부는 골목으로 피했다. 바로 그 때 세종로 쪽에서 500여명의 시위대가 나타났다. 독립문역을 뚫고 30여분을 달려 나타난 노동자와 농민들이었다.

경찰들이 시위대에 포위당한 형국이 된 것이었다. 한 노동자는 “경찰은 포위됐다. 빨리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경찰이 인도 쪽으로 빠지면서 시위대는 ‘극적인 상봉’을 했다. 1,500여명의 시위대는 더 큰 목소리로 “한미FTA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5시 40분.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무대도, 마이크도, 방송차도 없었지만 참가자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금속노조 김 모 국장은 “똑같은 연설과 따분한 집회가 아니라 거리를 뛰어다니며 집회를 하니까 훨씬 신나고 재밌다”고 말했다.

6시 30분. 강제진압하겠다는 경고방송을 마친 경찰은 종로서 기동대와 전경, 사복체포조를 동원해 진압을 시작했다. 살을 에는 듯한 강풍이 몰아치고 있는데 경찰은 물대포를 쏘았고, 곧바로 경찰들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달려나왔다.

시위대와 경찰, 기자들이 뒤엉켰고, 곳곳에서 노동자,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어둠이 내려앉자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곤봉과 방패를 마구 내리치기 시작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기자고 여성이고 가리지 않고 때리고 잡아가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분개했다.

7시 10분. 경찰은 도로에 있는 시위대를 보신각 앞 인도로 밀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넘어졌다. 경찰은 방패로 찍고 곤봉을 휘둘러 시위대와 사진지가 십수명이 이 과정에서 다쳤다.

   
  사진=참세상
 

수십명의 기자들 경찰에 항의하다

종로서 1기동대 한 경찰의 방패에 코를 찍힌 오마이뉴스 최윤석 사진기자는 “경찰에 밀려 넘어졌는데 여기저기서 밟혀 헬맷이 없었으면 머리가 박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방패에 여러대의 카메라가 깨졌고, 많은 기자들이 다쳤다.

기자들에 대한 사상 유례없는 폭력에 수십명의 기자들은 경찰 고위 책임자들을 찾아 격렬히 항의했다. SBS, KSB, MBC 3대 방송사 사진기자들이 모두 다쳐 경찰들에게 항의했고, 경찰들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항의를 받다가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도망가기도 했다.

이날 10여명의 시위대가 연행됐고 다친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집회 원천봉쇄와 폭력진압이 한미FTA 반대의 함성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참가자들은 밤늦도록 “한미FTA 반대한다”며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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