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버스 말고 기차를 이용하세요"
        2007년 03월 09일 05:1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경찰이 10일 서울 시청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FTA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원천 봉쇄한 가운데 9일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주요 단체들은 비상연락을 통해 긴급하게 서울상경지침을 수정해서 내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정갑득)은 9일 각 지부별로 긴급 비상연락을 가동해 10일 범국민대회 참가지침을 변경하느라 온종일 분주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5일 "한미FTA 저지 3월 투쟁 1차 지침"을 내려 10일 오후 2시 서울시청으로 집결하라고 했으나 경찰의 봉쇄로 장소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11월 29일과 12월 6일 경찰은 한미FTA 저지 총궐기대회에 참가하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관광버스를 공장 입구부터 막아 상경을 원천봉쇄 했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이날 관광버스를 이용하지 말고, 고속버스, 기차, 승용차 등을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또 경찰에게 무차별 연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이동 시 노동조합 조끼 등을 착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날 긴급 지침을 받은 노조 간부들은 당황했다. 이미 관광버스를 주문해놓은 상태였고,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경우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관광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의 참여가 떨어지는 점도 걱정거리였다.

    금속노조 조직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해 집회에서 보듯이 관광버스를 이용할 경우 현지에서 원천봉쇄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같은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충남본부 소속 100여명의 노조 간부들은 이날 기차를 이용해 서울 집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금속노조의 한 지부 간부는 "경찰의 봉쇄를 뚫기 위해 비밀 장소에서 만나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전남 나주군농민회의 한 관계자는 "관광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참가 인원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어쨌든 좋은 방안을 찾아서 반드시 서울 상경투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원천봉쇄로 10일 총궐기대회 장소도 서울시청이 아닌 제3의 장소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의 봉쇄로 지난 해 12월 6일처럼 도로 곳곳에서 가두시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은 산하 조직에게 제2, 제 3의 장소를 알려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반드시 집회를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서울로 향하는 주요 길목에 병력을 집중배치해 상경을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들 절반이 반대하는 한미FTA 협상에 대해 ‘반대 목소리’ 마저 봉쇄하려는 노무현 정권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농민들의 투쟁이 10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