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과연 북한 핵폐기 바라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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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09일 0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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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3 합의(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이후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노력들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5~6일 양일간 뉴욕에서 열린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1차 회의에선 북미 사이의 전면적 외교관계 정상화까지 논의가 되었다.

    상황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사태 지켜봐야

    이렇듯 격렬한 대립 끝에 북한과 미국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외교관계 정상화의 큰 틀에 합의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 해야 할 것이다.

       
      ▲ 뉴욕에서 열린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 실무회담에 앞서 북측 김계관 외무성 부장과 힐 차관보가 악구를 나누고 있다 (사진=sbs)   
     

    북미 회담이 진전됨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해지고 있으며, 9.19 공동성명에서 제안한 직접 관련 당사국 간의 평화포럼 개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관련국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논의를 보면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진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상황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냉철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분명 지금 상황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전된 상황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가로막거나 지연시키는 여러 변수들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핵문제와는 약간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차원의 군사문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제에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관련국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북미 관계, 급물살 타나?

    북미 양국은 지난 3월 5~6일 뉴욕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1차 회의를 갖고 전면적 외교관계 수립, 평화체제 논의, 농축 우라늄 문제를 포함한 다음 단계의 조치 등에 대해서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였다. 또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에서 키신저를 비롯한 각계 요인들을 만나 북미 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힐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이후에야 국교 수립이 가능하다는 조심스런 견해를 피력하였다. 하지만 북미 사이에 관계정상화 논의가 심도 깊게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미국이 지난 해 말부터 보인 정책 변화를 고려할 때 관계정상화는 실현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임기 말 외교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있고,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비해 북미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도 있다. 더욱이 지난 해 11월 말, 미국이 북한에 18개월 안에 9.19 공동성명을 완료하자고 제안한 것이 사실이라면, 2008년 8월 이전에 핵 폐기와 검증 – 평화협정(평화체제) – 국교수립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북미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몇 가지 변수도 존재한다.

    우선, 핵 폐기 과정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핵은 과거 우크라이나처럼 소련에 의해 배치된 핵을 이전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폐기 및 검증의 과정이 길게 걸릴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이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이를 조기에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정교한 핵 폐기 – 관계정상화의 행동 대 행동 과제들의 조합에서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체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 핵폐기를 추진할까

    북한의 핵 폐기 과정이 2년 이상이 걸린다 해도, 핵 폐기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진전된 상황 하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핵 폐기 이후에 국교 수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 미국이 과연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그리고 북미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작년 말부터 미국이 보이는 태도 변화를 두고,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추가적인 핵무기의 개발과 확산, 이전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이 있어왔다.

    이러한 제한적 비핵화 정책은 핵 폐기에 상당 시간이 걸리는 점, 북한의 핵 폐기 가능성에 대한 회의 등과 뒤섞여 하나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부시 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못 이룬 핵시설의 폐기를 달성하였다는 점을 외교치적으로 부각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으로선 안보 위협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의 핵을 용인하고자 하는 미국의 정책을 순순히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을 용인한 바탕 위에서 대북 지원을 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용납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을 느끼는 한일 양국과 그렇지 않은 미국 사이의 차이점을 봉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의 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에서 추진될 군비증강은 분명 미국의 군사전략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일 양국에서 비등할 핵무장론은 미국의 동북아전략 자체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제한적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통제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이 그러한 사태 전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 역시 별로 없다.

    그밖에도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 존재한다. 또한 일본 등 관련국의 방해 요인도 신중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변수에 따라 북미관계 정상화의 속도와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4월에 미국이 발표하는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북한이 빠지느냐 여부가 중요한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에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과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연계시켜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최근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서 미국은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만약 올해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의 다음 단계의 조치는 연장될 가능성이 크며, 북미 관계 정상화 및 비핵화의 일정도 그 만큼 늦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급속한 북미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남북관계, 급격한 변화가 올 것인가?

    2.13 합의 후 남북한은 장관급회담을 개최하였고, 북한은 그동안 중단되었던 인도적 지원 재개를 요구하였다. 한나라당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002년 2차 핵문제 발생 이후 하강 곡선을 그려왔던 남북관계가 이제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는 생각들이 많다.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재개되고,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제협력도 발전하고, 남북 정부 간 회담도 확대될 것이다. 당장 올해 예산안에서 줄어들었던 남북협력기금의 보완책이 논의가 될 것이다. 그 밖에도 남북 민간교류가 다시금 활성화될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남북이 공동의 전략 하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군사안보 분야의 개혁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위한 공동의 전략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남북관계의 ‘혁명적 전환’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혁명적 전환’을 가능케 할 사회적 합의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을 때, 대규모 남북경협 프로젝트 등을 합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군사안보 분야에서 평화체제를 위한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어마어마한 예산을 남북경협에 투입하는 것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평화선언’ 정도를 발표하는 것 정도로만 그치는 것은 이미 예견된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하더라도 평화체제와 군사안보 협력과 같은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들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 북경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2.13 합의(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를 이끌어 낸 후 각급대표들이 악수을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남한을 평화체제 형성 동반자로 인식해야

    남북이 공동으로 평화체제를 형성해나가기 위해서, 일단은 북한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즉 북한이 남한을 평화체제 형성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남한과의 협력을 전략의 중심축에 놓으려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북한이 민족공조라는 전략 하에서 남한과의 경협이나 자주적 민간교류 등에만 치우친다면 남북관계의 근본적 전환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남한 역시 북한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치중한다면,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2.13 합의 이후 북한의 체제전환 문제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실상의 통일단계를 위한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자동적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족공조와 남북협력이라는 두 개념은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큰 의미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남북은 같은 민족의 일원이지만 동시에 상이한 국가로서,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에 있다.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은 민족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지만, 그 발전의 내용에 따라 남북 어느 한 국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민족과 국가의 상충적 요소를 조정하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현 단계에서 남북이 모색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한반도 평화체제’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협력이 실현되는 평화체제 내에서 남북한은 민족과 국가의 상충적 요소를 조정하면서 통합된 정체성을 형성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체제 걸림돌, ‘작통권 환수와 예방적 선제공격’ 

    2.13 합의를 계기로 핵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2012년 4월 반환하기로 합의하였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며, 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는가에 따라 작전통제권 환수의 의미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언론에 보도되었던 것처럼 작전통제권 환수는 미국에서 먼저 꺼낸 것이었다.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넘기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는 이미 완료가 되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2006년 1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를 하였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주한미군의 입출입과 자유로운 행동을 가로막는 현행 한미연합사 체제를 바꾸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한 배경에서 미국은 한국에 방위부담을 전가하면서, 작전통제권을 넘기려고 해왔던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병렬형 지휘체제로 재편하려는 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 유엔사령부 역시 개폐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안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과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미국의 한반도 내 배치 병력이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지역군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주한미군 철수 쟁점에서 한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랜드연구소와 국방연구원의 공동연구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이후에 지역동맹으로의 재편을 상정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한반도 평화체제 이전에 지역동맹을 추구함으로써 한반도 내 미군주둔을 평화체제와 상관없이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의제가 평화협정 혹은 평화체제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평화협정은 주한미군과 별개의 것으로 다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작전통제권 환수는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미국이 구상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작전통제권 환수를 한반도의 평화와 군축으로 연결 짓는 적극적 구상을 추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에 기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에 역행하는 방향 즉 군비증강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논의되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군비증강은 지속될 전망이다. 나아가 한국은 더욱 공격적인 작전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기존의 작계 5027의 내용을 선제공격 후 북한의 요충지를 점령하는 것으로 수정하였다고 한다. 기존의 반격과 격퇴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럼스펠드가 강조하였던 예방적 선제공격 독트린의 한반도 적용인 셈이다. 만약 한국의 작전계획이 이렇게 구상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정전체제를 법률적으로 해소시킨 체제, 즉 현재의 상태를 법률적으로 추인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문제는 평화체제의 내용이다

    2.13 합의에서 제안하였던 초기 이행조치는 현재까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의 행동과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들이 많다. 하지만 앞서 지적하였던 여러 변수들로 인해, 급속한 비약을 전망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이뤄질 지를 정확하게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이후 구성될 평화체제가 종전선언이나 북미 관계 정상화와 등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종전협정이나 북미 관계 정상화 자체가 현재 상태보다 훨씬 나은 진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나아가야 한다. 미국이 강조하는 평화체제는 현재의 전쟁 없는 상태를 조약으로 제도화하는 것에 불과하며, 북미관계 정상화는 90년대 초반에 이뤄졌어야 할 교차승인 구도를 뒤늦게 실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미국의 입장은 한반도 항구적인 안정을 보장하기보다, 한반도의 급격한 현상변경을 방지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주변 강대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한반도는 냉전시대와 비슷하게 강대국의 세력균형지역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이러한 상태를 ‘평화’ 체제라고 부를 수는 없다.

    남북관계에서 양 당사자는 부분적인 관계 진전에도 불구하고, 군비경쟁을 지속할 것이며 공세적인 작전계획과 전진배치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다. 휴전선이 국경선으로 바뀌었을 뿐, 남한의 자본집약형 군대와 북한의 노동집약형 군대는 국경을 맞대고 대치할 것이며, 북한은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 값싼 재래식 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한미동맹은 지역동맹의 틀 내에서 현재보다 더욱 ‘통합된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미, 미일 동맹이 중국을 봉쇄하는 지역동맹으로 재편되는 것 자체가 동북아시아의 불안요인이다. 이 경우 미중관계의 변화에 따라 한반도 안보가 좌우되고, 남북은 각각 한미동맹, 북중관계의 틀 안에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만큼 한반도가 강대국 간 갈등에 연루될 위험성은 커진다.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는 것 이상의 대안 나와야

    이러한 상태를 평화체제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평화체제’와 ‘평화협정’ 논의에는 분명히 이러한 시각과 인식이 스며들어 있다. 진보세력은 이를 극복하고 보다 진전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형성은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의 해체와 병행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와 동시에 북중 우호협력 조약에서 군사관련 조항 등도 좀 더 명확한 방식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은 남한을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최근 들어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남한이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되기 위해선 북한과의 또 다른 협상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요한 것은 국가의 논리가 아닌 민족의 논리에서 남한을 정당한 주체로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북한의 노력이다.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논의되는 평화협정은 모두 한반도 비핵화 이후에 이뤄지는 것으로 가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문제가 있다. 북한의 핵문제는 정전체제의 산물이며, 따라서 그 해결 역시 정전체제의 해소에 달려 있다. 정전체제의 해소를 위해선 핵문제뿐만 아니라 군비경쟁, 한미동맹, 북중관계, 주한미군 등의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당사자로 참여하는 평화포럼에서 다양한 의제들에 대해서 포괄적 합의를 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과제를 담은 합의 자체가 평화협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행의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제반 문제들의 해결 이후에 평화체제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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