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는 주권 없다?
    북핵···방어용 vs 현실적 위협
    ‘신냉전 대결과 한반도 평화’ 토론회
        2023년 02월 09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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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가 갈수록 강고해지는 가운데, 8일 전국민중연대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주최로 열린 ‘신냉전 대결과 다극화로 향하는 한반도 평화의 과제’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연결된 한반도 정세에 관한 격론이 이어졌다.

    생중계 화면 캡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제자로 참여한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네오콘 대리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이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한 것에 미국 내지 서방이 분개해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키러 들어갔다고 하는데, 우크라이나의 주권은 미국에 있다. 우크라이나에 주권이 어디 있나. 네오콘 대리전쟁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게 그런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우크라이나가 주권국가인가. 그런 나라를 주권 국가라고 부르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결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에 관해선 “러시아가 주권 불가침을 어긴 것은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 돈바스를 침략한 것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정권이었다”며 “돈바스 민중들의 자결권을 해친 것은 우크라이나 나치들이다. 그런데도 돈바스 민중의 민족자결권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러-우 전쟁의 원인과 관련해 “나토가 동쪽으로 가면 전쟁이 난다고 했던 것은 20년 전부터 나온 얘기”라며 “러시아에선 (미국이 휴전안으로 제안한) ‘투-코리아 모델(우크라이나의 분단체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러시아의 요구 중) 핵심은 나토 동진 이전으로 군대를 물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우크라이나전 보고를 인용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사가 비율이 1대 10정도인데 정상 전투에선 1대 3만 돼도 패배라고 본다”고 했다. 러시아의 압도적 승리라는 뜻이다.

    이 교수는 러-우 전쟁으로 인해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의 다극체제로의 이행은 불가피해졌다. 이행의 폭과 속도는 러시아 승리의 규모와 강도에 비례할 것”이라며 “나토 즉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충분한 규모로 승리하지 않으면 미국의 패권은 더 빠른 속도로 해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패권 해체 이후) 다극체제의 공동의 정치적, 경제적 가치를 확정할 순 없지만, 미 패권하 단극체제가 신자유주의, 네오콘, 리버럴 데모크러시를 표방해 온 만큼 이와는 구분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토론자인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실장은 이 교수가 언급한 러-우 전쟁의 원인과 분석, 전망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 실장은 “전쟁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지만 나토 확대를 전쟁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상당한 이견이 있다”며 “2008년 부시 행정부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에 가입시키려했던 시도가 있긴 했지만, 그 이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하기 위한 절차가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전쟁의 원인은 나토 확대라기보단 러시아 국내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며 “푸틴의 권위주의, 유가 하락에 따른 경제위기로 높아진 불만, 부정선거에 대한 시위 폭발 상황에서 정권에 대한 내부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러시아가 느낀 외부적 요인이 있다면, 러시아에 노골적인 국내 내정개입에 반대하는 주변국가에서 정치운동, 민주화운동이 커지면서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는 것이 외교정책으로 드러났다. 그것에 러시아가 위협감을 느꼈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외부적 요인이 있다는 건 사실일 수 있다”며 “그건 러시아의 노골적인 타국에 대한 내정개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도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전쟁 승리가 미국 패권화의 단극체제를 공존과 다양성의 다극체제로 이끌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의견”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대내적으론 권위주의적이고, 대외적으론 팽창주의적이고 침략 전쟁을 개시하는 국가가 주도력을 행사는 다극체제가 어떻게 공존이나 다양성이라는 말과 어울릴 수 있느냐”며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헌장 정신을 위배하는 침략행위를 한 것은 유엔 시스템 마비시키는 문제적 행동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비견할 만큼 규탄받아 마땅한 행동”이라며 “러시아 승리 우세라는 것은, 강대국은 유엔을 무시해도 벌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을 받는다는 위험천만한 교훈만을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나토의 전쟁 개입 지적과 관련해선 관련해선 “개입의 의도를 결코 나이브하게 봐서는 안 되고 네오콘이든 리버럴이든 각자 나름대로 설정한 목표와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 의지를 폄훼해서는 안 되고, 우크라이나 민중이 그저 서방의 대리인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라고 짚었다.

    북핵

    북한의 핵무장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과 탈냉전 이후 북한은 적극적으로 핵보유 자체를 목표로 움직였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의 핵보유를 비판해야 한다는 반박이 부딪혔다.

    최은아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장은 “기존 북미 합의, 특히 2018년의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북의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현실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2019년 1년간 북이 트럼프 정부에 유예기간을 준 이후 정책 전환을 선언하고, 바이든 정부 취임 후 1년 동안 신임 정부의 정책을 지켜본 이후 2022년에 핵, 미사일 유예 조치를 철회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애초에 한반도 위기는 수십 년간 계속된 미국의 대북 핵전쟁 위협, 대북 압살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3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여러 건의 북미 간 합의가 있었음에도 이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리비아나 이라크 정권을 제거하는 패권 정책을 이어가지 않았다면 한반도 핵, 미사일 갈등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적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며 “미국의 전횡과 침략정책을 그 어떤 국제법도 국제기구도 막아주지 않은 채 해당 국가(북한)의 역량에 전적으로 맡기는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북의 미사일과 핵개발을 세계 패권을 위한 미국의 핵개발과 같은 성격으로 간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도 했다.

    반면 임 실장은 “북한의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은 명백하게 남측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핵무기는 명백히도 불특정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운을 뗐다.

    임 실장은 “북한이 핵무장 외에 다른 길이 있었냐고 하는데, 당연히 있다. 남북기본합의서 이행, 제네바 합의 이행, 9.19공동성명 이행의 길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긴 역사를 떠나서 1990년대 탈냉전 이후 국면에서 북한의 행태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응적이라기보단, 계속적으로 핵 보유를 목표로 추진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임 실장은 “제네바 합의 이행 과정에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사후적으로 드러났고, 9.19 공동성명 이행 과정의 핵 검증 단계에선 북한이 ‘그런 합의는 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거부했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선 난데없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했다”고 열거했다.

    그는 “이런 과정까지 봤을 때 (북한의 핵 보유가)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한 반응이냐, 하는 데에서 상당히 의문”이라며 “즉 (핵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하나의 카드가 아니라, 핵 보유 자체를 목표로 움직였던 것이 아닌지 의구심히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무력 법제화 등)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고, 지금은 그러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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