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호, 박수, 웃음, 잔칫집 분위기
        2007년 03월 07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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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덕수궁 근처에 있는 정동극장에서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했었다. 보라색 정장 차림을 한 강 전 장관은 대한문 앞에서 출발해 정동극장까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었었다.

    심상정 의원이 대권 출사표를 던진 민주노동당 당사는 문래동 공단 지역에 위치해 있다. 당사 주변에는 ‘공업사’ ‘금속사’의 상호를 달고 있는 크고 작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심 의원은 수배 중이던 80년 미싱사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85년 스물 일곱의 나이로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했다. 문래동 당사는 노동운동의 격류에 삶을 실어온 한 정치인이 대권선언을 하기에는 맞춤인 장소로 보였다.

    민주노동당 당사는 마치 잔칫집처럼 붐볐다. 기자회견장인 4층 회의실은 당원들과 지지자, 취재진이 가득 들어차 말 그대로 발디딜 틈도 없었다.

       
      ▲ 대선 출마선언을 한 심상정 의원(사진 위)과, 출마선언을 한 뒤에 단상에 올라 함께 축하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지도부 (사진=민주노동당)
     

    기자회견장에 들어오지 못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복도와 계단에 빽빽했다. 임수강 보좌관은 "300명분의 자료집을 준비했는데 금방 동났다. 400명은 온 것 같다"고 했다.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 일부 지지자들은 ‘심상정’을 연호하기도 했다. 떠들썩한 웃음과 박수가 뒤따랐다. 어느 지지자는 ‘심상정 의원의 대통령 출마를 환영합니다’란 글씨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한 당직자는 "경선을 거치면서 당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경선이 너무 조기에 과열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면서 내빈들이 하나 둘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권영길 의원은 "심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승리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네며 내빈석으로 갔다. 노회찬 의원도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찾았다.

    당초 예정시간인 11시를 조금 넘겨 본 행사가 시작됐다. 행사 진행은 김학규 서울시당 동작구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행사는 크게 2부로 나뉘었다. 1부는 의정보고회였다. 심 의원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격려사, 축사 등의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동영상에선 심 의원이 살아온 내력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구로동맹파업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로 끝나는 ‘사계’가 경쾌하게 흘렀다.

    의정활동을 다룬 분량도 많았다. 심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수입 쇠고기의 검역 문제와 관련해 한명숙 총리를 추궁하는 장면도 있었다. 한 총리는 여권의 대권후보 중 한 명이다.

    문성현 대표는 격려사에서 "심상정 의원의 승리를 기원한다. 노회찬 의원 출범식 자리에 가면 또 다른 얘기를 할테지만 오늘은 그렇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참석한 이소선 어머니는 "심 의원이 출마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부풀어서 잠을 못잤다.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 이소선 어머니의 격려를 받고 있는 심상정 의원 (사진=심상정 의원실)
     

    ‘순수 무소속 정치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종인 의원은 "국회 법사위의 일본 출장을 취소하고 왔다. 대선에서 심 의원이 승리한 다음 ‘당신 그 때 왜 안왔느냐’는 얘기 할까봐 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행사장 한 켠에 외국인 노동자 한 명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방글라데시 국적의 안와르씨. 이주노동자연대 초대 의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심 의원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2003년 농성할 때 처음 알게 됐다. 심 의원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자랑스러운 사람이다"고 했다.

    2부는 출마선언 기자회견으로 채워졌다. 심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홍세화 선생이 영상으로 심 의원을 소개했다.

    단병호 의원은 ‘아름다운 마귀’라는 금속노조 시절 심 의원의 별명을 소개하면서 "저랑 생각이 가장 비슷한 사람"이라고 했다.

    심 의원이 대선출마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은 끝났다. 이날 행사장 정면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글씨가 적힌 걸개가 걸려 있었다. 신영복 선생이 써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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