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외
        2023년 02월 04일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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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은이) / 창비

    남북이 분단된 지 어느덧 78년이 되었다. 분단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생을 다할 때가 되었으며, 한국 현대사에 깊게 드리워져 있던 북에 대한 적대감보다 북에 대한 거리감이 훨씬 더 압도적인 감정이 된 지도 오래되었다. 이북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마음’이라는 키워드로 분단의 문제를 탐구해온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북에 대한 무관심은 남한사회의 역사적 중층성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다며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거울상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에서 저자는 전통적인 학술적 글쓰기에 갇히지 않고 산문, 소설, 편지 등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북조선 여성들의 역동적인 삶을 복원해낸다. 사회과학적 연구와 통찰에 기반한 상상력을 덧입혀 소개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서사는 전쟁, 분단 등의 역사적 파고 속에서 한 여성의 삶이 어떠한 궤적을 그렸는지 추적하는 곡진한 기록이다. 여성 한명 한명의 삶은 분단체제가 압도하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는 가부장제의 민낯을 파헤친다. 한편으로 전쟁과 같은 일상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구조를 극복하는 여성들의 실천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은 분단이라는 한반도적 사회구조를 여성의 경험, 인식, 감정의 층위에서 분석한 “북한 연구의 절경”(정희진)이자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강건한 억압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려 노력했던 여성들의 기적적인 삶에 존경을 표하는 연구자 김성경의 절실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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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적 삶> – 티머시 모튼의 생태철학 특강

    티머시 모튼 (지은이),김태한 (옮긴이) / 앨피

    브루노 라투르·그레이엄 하먼을 필두로 세계 지성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른 신유물론, 그중에서도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의 생태학 버전 철학서이다. 미국 라이스대학교 영문학과의 석좌교수인 티머시 모튼은 현 철학계의 화두인 ‘하이퍼오브젝트hyperobject’(초객체)라는 말을 만든 장본인으로, “석유문화의 군사화된 세력에 맞서” 인류세 이후 인류의 모든 분과학문을 포괄하는 생태철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모튼은 묻는다.

    인간과 자연(초객체)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어디서부터 비인간, 비생명, 객체인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모튼은 주체와 객체,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공존할지를 묻는다. 모튼에 따르면, 현재 인류의 최대 과제인 지구온난화는 “거대하고, 시간과 공간에 분산되어 있는 … 수십 년이나 수백 년(실은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나고, 지구 전체에 걸쳐 일어나는” 하이퍼오브젝트, 곧 초객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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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아웃의 종말> – 우리는 왜 일에 지치고 쓸모없다고 버려지는가

    조나단 말레식 (지은이),송섬별 (옮긴이) / 메디치미디어

    번아웃은 우리가 직장에서 경험하는 압박과 불만을 이야기할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번아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말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담론은 지치고 절망하는 노동자들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나단 말레식은 그런 노동자 중 한 명이었고, 종신교수직을 그만두면서 고통에서 탈출했다.

    그는 이 책에서 과학과 문학, 철학 등의 다양한 렌즈를 통해 번아웃을 파고들면서 왜 우리가 순교에 가까울 정도로 일에 높은 이상을 두려 하는지 그 기원을 추적하고,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문화적인 헌신에 이미 저항하고 있는 개인과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낸다. 또한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왜 일에 지치고 소외되고 쓸모없다고 느끼는지를 엄밀하게 조사하기 위해 교수라는 직업에 완전히 소진된 자신의 역사를 추적한다. 나아가 우리가 번아웃 문화를 극복하면서 일보다 삶의 중요성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지혜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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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 프랑수아즈 사강과의 대담 (1954∼1992)

    프랑수아즈 사강 (지은이),이주환 (옮긴이) / 마르코폴로

    1954년부터 1992년 사이 약 38년 동안 이루어진 프랑수아즈 사강의 인터뷰집이다. 소설 <슬픔이여 안녕>을 막 발표한 시점 그러니까 1954년부터 1992년 사이에 가졌던 수 많은 인터뷰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는 작품 뒤에 감쳐진 생생하게 살아있는 프랑수아 사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거침없이 살아갔다. 얼핏 보면 그녀의 대답은 생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38년간의 인터뷰 모음집에서 사강의 대답은 진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진실은 솔직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뭐랄까? 맑고 순수한 영혼이 재잘거린다고나 할까.

    프랑스 문학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사강의 솔직담백한 인생 이야기가 370여 페이지에 담겨져 있다. 거짓과 위선의 벽에 둘러싸인 대답이 아니라 삶의 매순간에 그녀가 겪어야 했던 감정의 소용돌이와 번민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한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그리고 여성이자 엄마로서 그녀가 느끼고 사랑했던 모든 시간들이 페이지 하나하나에 강물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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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지마>

    그라치아 델레다 (지은이),나윤덕 (옮긴이) / 마르코폴로

    그라치아 코지마 델레다는 1871년 9월 28일 오전 2시에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누오로에서 다섯째로 태어났다. 그녀의 가족은 불행에 시달렸다. 오빠 산투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동생 안드레아는 절도 혐의로 체포되었다. 아버지는 1892년 11월 5일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남은 가족은 생활고에 시달려야했다.

    그라치아는 작고 폐쇄된 누오로에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로서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그라치아 델레다는 1890년에 ‘이스마일’이라는 가명으로 소설(Stella d’Oriente)을 신문에 연재했고 밀라노에서도 이 책을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구베르나티스, 본기 같은 작가들의 추천으로 1895년 새로운 소설(Anime oneste)을 출판했고 1897년에 사르데나의 자연을 주제로 한 시집도 출판할 수 있었다.

    1899년 10월에 델레다 가족은 모두 칼리아리로 이사했고 이 도시에서 재무부 공무원 팔미로 마데사니를 만나 두 달 후인 1900년 1월 11일에 결혼했다. 남편은 그라치아의 문학적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1903년에 출판된 소설(Elias Portolu)로 작가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그라치아의 마지막 작품이 소설 코지마(Cosima)인데 사후에 발견되었다. 그녀가 사망하고 한 달 후에 안토니오 발디니가 편집해서 문학잡지에서 실렸고 그 다음해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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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맞은 이름들> – 한국 근대문학과 식민지 모더니즘

    최현희 (지은이) / 소명출판

    식민지 시대 한국의 문학과 예술을 식민지 모더니즘이라는 틀로 다시 보는 책이다. 20세기 전반기 한국 문학은 민족주의, 식민주의, 계급주의, 전체주의 등의 이념이 교차하고, 출판문화와 필름 매체가 구성하는 근대 대중사회 속에서 모더니즘적 사유와 실험의 극한 지점들에 도달했다.

    식민지에서의 모더니즘이기에, 한국 근대 모더니즘 문학은 식민지적 제약으로 극한 상황에 폐색되기도 했으나 그 궁경에서 오히려 역설적 초극의 가능성들을 추구해볼 수도 있었다. 이 책은 한국 근대문학의 식민지 모더니즘을, 미학 너머 정치적 가능성의 영역으로 모더니즘을 개방시키는 창으로 정립하고자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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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은이) / 한겨레출판

    18년간 《GQ KOREA》 편집장으로 활약한 이충걸의 인터뷰집이다. 이 책에는 〈한겨레〉에 ‘이충걸의 인터+뷰’ 기획 기사를 연재하며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글들과, 지면의 한계로 미처 다 싣지 못했던 인터뷰이들과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기에 문장의 행간이 풍부히 되살려지고 인물 묘사가 세밀히 덧붙여졌다. 저자는 스포츠와 문학, 음악과 영성, 패션과 새 플랫폼을 망라하며 동시대를 헤엄치는 11인을 조명한다.

    각자 두각을 드러낸 분야도, 성별과 연령도 모두 다른 11명의 이야기는 ‘자부심’과 ‘번민’이라는 공통된 인생철학 키워드로 관통된다. 질문과 대답의 바다에서, 저자는 자신의 일과 삶에 몰두해온 이들의 단단한 자부심과 열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내면의 연약함과 번민을 건져 올린다.

    한편, <질문은 조금만>은 반복되는 문답으로 이루어진 통상적인 인터뷰집 형식을 탈피하고, 인터뷰이의 깊은 자의식과 저자의 인터뷰어로서의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과 사물과 사건, 그 이면의 것을 섬세히 포착하는 저자의 문장들은 독자로 하여금 책 속의 인물과 그가 지닌 태도와 가치관, 고유한 언어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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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그리고 그림책> – 현대인이 겪는 여러 문제와 변화를 담은 그림책 이야기

    곽영미,김주아,김효정,박락원,신미성,정수미 (지은이) / 숨쉬는책공장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변화를 그린 그림책 45권의 이야기와 각각의 그림책과 연관된 에피소드, 사색의 내용이 담긴 에세이를 담았다. 가족, 다문화, 성역할, 관계, 대중매체, 디지털 세상, 과학기술, 자본주의, 도시화, 직업, 기후변화, 동물복지, 바이러스, 미세먼지, 소음공해 등과 관련한 그림책의 내용과 각 저자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어우러진다.

    6명의 저자들은 그림책을 사랑하기에 그림책을 공부하고 그림책을 통해 위로받는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이다. 저자들은 현대인이 겪는 여러 문제와 변화를 담은 45권의 그림책들을 보며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는 동시에 그림책에서 위로와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림책에서 얻은 그 위로와 힘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책으로 엮었다.

    저자들은 “현대사회에서 지치고 힘들어 문득 책장을 넘긴 당신에게 우리가 받았던 그림책의 위로와 힘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지금 문제들이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일들이니 절대 외로워하지 말”고 함께 풀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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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쉿! 깨비가 듣고 있어>

    김정민 (지은이),은희 (그림) / 북극곰

    눈 오는 밤의 시골, 비가 내리는 도시의 공원에서 맺어진 따뜻하고 소중한 인연에 관한 동화집

    『곰곰아, 괜찮아?』 『행복한 가방』 의 김정민 작가가 선보이는 첫 번째 동화책입니다.

    『쉿! 깨비가 듣고 있어』 에는 외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인연을 맺는 두 편의 따뜻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표제작 「쉿! 깨비가 듣고 있어」의 배경은 일주일째 눈이 내리는 시골의 한겨울 밤입니다. 꼼짝없이 집에 갇힌 건 사람만이 아닙니다. 지붕 아래 천장 위에 깜이도 하릴없이 지루합니다. 그때, 아래에서 할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깜이도 귀를 기울입니다. 느릿느릿 이어지는 할머니의 도깨비 이야기는 왠지 낯익습니다. 깜이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마술」의 배경은 소나기가 내리는 공원입니다. 비를 피해 길고양이 한 마리와 할아버지가 나무 벤치 아래로 뛰어옵니다. 길고양이 눈에 비친 할아버지는 다정하고 인정 많고, 사람들 마음을 휘어잡는 일도 잘하는 신기한 사람입니다. 그런 인기 많은 할아버지랑 한낱 길고양인 내가 연결될 수 있을까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의 소중한 가치에 작가만의 발랄한 창의력이 더해진 색다른 동화

    옛날,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의 가치와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접하기 전,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먼저 배우고, 상상의 즐거움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익히게 해 주지요.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이 전통을 경험할 기회가 적습니다. 김정민 작가는 할머니표 옛이야기의 현장이 어떤 모습인지 고스란히 재현합니다. 이야기 앞과 뒤가 궁금한 손녀가 끼어들어 흐름을 방해하고, 기억이 흐린 할머니는 하던 이야기를 자꾸 까먹지요. 여기에 한 명이 더 숨어서 귀동냥을 합니다. 바로 눈 오는 밤, 천장 위에 갇힌 ‘깜이’입니다. 독자들은 자연스레 자신을 깜이와 동일시하게 됩니다. 자꾸 이야기를 끊는 손녀 때문에 답답해하기도 하고,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할머니에게 훈수를 두고 싶어지지요. 그렇게 깜이가 된 기분으로 할머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반전을 맛보게 되는 동화가 바로 「쉿! 깨비가 듣고 있어」입니다.

    사람들 마음속 ‘꿈’의 의미를 길고양이의 시선으로 되새겨보는 동화, 「마술」

    꿈을 찍어 주는 사진기가 있다면, 여러분을 찍은 사진은 어떤 모습일까요? 「마술」에는 지금은 외롭고 쓸쓸한 은퇴한 마술사 할아버지가 나옵니다. 길고양이 눈에 자신과 처지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입니다. 외로운 존재는 서로를 알아본다고 했던가요! 냥이는 할아버지를 집사로 간택하려 합니다. 어, 그런데 할아버지는 너무도 신기한 마술을 하는 대단한 마술사였습니다. 바로 사진기로 사람의 꿈을 찍어 주지요. 이룬 꿈이든, 못 이룬 꿈이든 가슴속에 간직한 꿈이면 뭐든 찍어 내지요. 냥이는 꿈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적

    인 반응이 신기하고 궁금합니다. 자신은 하루하루 먹이를 구하고, 목숨을 부지하느라 꿈 같은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냥이는 다시 우울해집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집사로 낙점하기엔 너무 유명인 것만 같지요. 할아버지와 냥이의 인연은 어떻게 될까요?

    100% 손으로 그려낸 색연필화의 맛과 멋이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층 더 매력적인 동화책

    『쉿! 깨비가 듣고 있어』의 그림은 은희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렸습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의 그림 작업을 이어온 은희 작가는 이번엔 색연필을 재료로 하여 100% 손 그림을 선보입니다. 은은하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은희 작가만의 색연필 그림은 이야기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독창적인 구도의 그림과 개성 만점의 캐릭터 모습은 인물의 비밀을 잘 지켜주면서도 이야기의 묘미를 더해 마지막 반전을 한 층 더 효과적이게 합니다. 책 속의 그림들이 보여 주는 색연필화의 매력 또한 한껏 맛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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