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저널 파업, 언론위기 징후적 사건"
        2007년 03월 06일 08: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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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사태를 자본권력과 언론자유의 관계라는 맥락에서 조명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간부 출신 전현직 언론인 모임인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 MBC 논설위원)은 6일 프레스센터에서 ‘자본권력과 언론자유’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가졌다.

    이 토론회의 취지는 제목에 잘 나와 있다. <시사저널>의 파행은 한 ‘비정상적’ 발행인에 의한 특수하고 국지적인 사태가 아니며, 외환위기 이후 심화되고 있는 언론의 자본 종속이라는 맥락에서 봐야한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사태는 사소한 분쟁 아닌 대사건

       
      ▲ 전국언론노조와 시사저널분회 조합원들은 지난 23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자본권력 삼성의 언론통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오늘)  
     

    기조발제를 맡은 전규찬 한국영상원 교수도 이런 사실을 환기하는 것으로 말머리를 잡았다. 전 교수는 "(<시사저널> 사태를) 90년대부터 강화되고 최근 들어 더욱 노골화된 (언론) 미디어의 위기와 모순, 그 징후적 사건으로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언론 억압, 소통 방해의 반민주적, 반사회적 작태가 거대 자본 및 이를 지원하는 국가에 의해 지금처럼 제어없이 이뤄진다면, 민주주의라는 것은, 좀 더 근본적으로 사회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면서 "<시사저널>의 문제는 바로 이런 측면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사소한 분쟁이 아닌 매우 중대한 언론의 대사건"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90년대 이후 국내 언론환경의 변화를 몇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자본의 미디어 기업 소유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SBS>를 비롯한 민영방송사들의 지분 및 소유 문제,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한겨레 금속노조 광고 거부, 자본이 진보언론까지 통제

    또 거대 광고주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언론에 대한 자본의 통제력이 대폭 강화되었다고 했다. 전 교수는 <한겨레>를 예로 들었다. <한겨레>는 올 초 ‘노사합의를 깬 건 현대자동차 회사입니다’란 제목의 금속노조 의견광고를 거부한 바 있다.

    반면 한미FTA를 홍보하는 정부의 광고물을 싣는가 하면, 정부의 한미FTA 홍보책자 20만부를 삽지해 배포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큰 돈을 위해 작은 돈을 포기하겠다는 것 외에 어떠한 식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며 "자본권력이 수구매체 뿐만 아니라 진보지까지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라고 했다.

    언론에 대한 자본의 물질적 지배력 강화는 언론 매체 종사자들의 ‘자기검열’과 ‘자율통제’를 통해 ‘내면화’된다. 그 결과 "지배적 상업자본, 주도적 재벌을 비판하는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언론인의 ‘자기구제’부터 서둘러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자본은 ‘삼성’이다. <시사저널> 사태도 삼성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발행인이 자의로 삭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전 교수는 ‘삼성엑스파일’ 사건에 대해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얼마나 집요하게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기자를 관리, 훈육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도전적인 기자를 효과적으로 저지, 처리할 수 있는지 여지없이 보여준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사저널> 사태도 미디어를 관리 대상으로 간주하는 자본권력의 의지가 빚은 산물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재벌이 언론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지, 거꾸로 언론이 자본을 견제할 힘을 보유할 수 있을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재민주화’ 가능성을 좌우할 숙명의 승부"로 <시사저널> 사태를 규정했다.

    전 교수는 언론이 자본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먼저 언론인들 스스로 ‘자기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 교수는 "자신이 지닌 언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자본권력을 견제하고, 자신이 속한 공론장을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자기구제의 임무부터 서둘러야 된다. 고액 연봉의 ‘전문직’으로 만족하거나, 자본권력에 영합한 사측과 이기적으로 타협하거나, ‘복지’나 챙기면서 말 시늉만 한다면 희망이 없다"고 했다.

    노회찬 "대자본과 거대 언론이 지배하는 공룡들의 사회"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헌법정신을 무시한 현대판 분서갱유", "자유언론의 근본을 뒤엎는 적반하장의 사건"이란 표현을 써가며 삼성과 <시사저널> 사측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특히 삼성의 언론정책을 겨냥해 "글로벌스탠다드가 아닌 패밀리스탠다드에 머물러 있다"며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고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99명 국회의원 가운데 삼성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다. 삼성 본관에 자주 간다. 오늘도 김성환 위원장 석방 촉구대회 하느라 삼성 본관 앞에 들렀다 왔다"고 운을 뗀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시사저널> 사태는 독특한 행동방식을 가진 발행인에 의한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특성을 말해주는 일반적 사례"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자본과 언론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사회적 견제와 통제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민주화 이후의 우리 사회를 "(대자본과 거대 언론이 지배하는) 공룡들의 사회"로 규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위험사회’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 의원은 <시사저널> 기자들의 파업과 같은 ‘작은 싸움’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안은 없다"면서 "’작은 싸움’을 통해 거대한 힘과 맞서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군사독재를 무너뜨린 것도 몇 사람의 길거리 시위에서 출발했다"면서 "(<시사저널> 사태는) 중요한 연대의 출발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MBC 이인용 기자의 삼성행은 70~80년대 기자가 군부와 결합한 것과 같아"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국내 주요 방송, 신문사의 총 수익 중 4대 재벌의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이른다는 통계적 수치를 인용하면서 "이런 구조를 벗어나지 않으면 자본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은 요원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또 ‘감시자’의 ‘감시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거대 언론사에 대한 사후적 규율수단으로 유효한 것이 별로 없다. 소유, 편집권에 대한 사전적 규제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시사저널> 사태를 취재해 보도한 강지웅 MBC ‘PD수첩’ PD는 "방관할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취재를 하면서 나도 의식화됐다"고 했다. 문정우 <시사저널> 대기자는 MBC에 재직하다 삼성의 홍보담당 이사로 전직한 이인용 전무에 대해 "70, 80년대에 기자가 군부에 결합한 것과 똑같다. 그런 것을 바탕으로 보도지침도 나오고 살생부도 나왔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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