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실손보험 간소화-
    원격의료 관련 입법 추진
    시민사회 “개인의료정보 축적, 보험사 수익 극대화···의료 민영화 수순”
        2023년 02월 01일 0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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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추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시민사회계는 개인 의료정보 축적을 통한 민간보험사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법안이자 의료 민영화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청구 간소화가 아니라 개인의료정보 실손보험사 전자전송을 위한 법개정”이라며 “의료기관에서 자동 축적한 전산화된 개인정보를 보험사들이 가입 거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결국 보험금 지급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참여연대

    국민의힘은 환자의 전자 의료정보를 실손보험사에 제공하는 법안과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의 입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지난 12월 발표한 ‘신성장 4.0전략’ 등과 같은 내용이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변화 중 하나가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각종 규제를 타파하는 것이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비대면 진료 제도화”라며 “의료계는 국민 삶의 질과 의료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개혁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최첨단의 과학과 사회변화에 적응을 못 한다면 갈라파고스섬처럼 될 수밖에 없다”며 “의료계가 이를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는 것에 더해,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 청구 과정이 복잡해 청구를 포기하는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보험금 지급률을 높이기 위한 입법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시민사회계와 의료계 모두 반대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경우 환자의 개인 진료기록을 제공 받은 민간보험사의 이윤만 극대화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험금 지급 거절을 위해 가입자 몰래 약관까지 변경해 가면서 암환자들을 거리에 나앉게 하는 게 보험사들”이라며 “영리 추구에 혈안인 민간 보험사들이 환자 보험금 지급률을 높이기 위해 청구 간소화 법을 추진한다고 믿는 것만큼 순진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민간 보험사들이 개인의료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축적하는 것은 삼성 등이 매번 요구했던 것으로,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라고 밝혀왔던 것”이라며 “즉 국민건강보험을 무너뜨리고 민간보험 중심 미국식 의료 민영화로 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말 소액 청구 간소화가 목적이라면 진료비 세부내역 등 건강보험 진료 내용까지 모두 전송하지 않고 영수증만 보내는 등 다른 방법이 있다. 그럼에도 과도한 개인정보들을 의료기관에서 강제 전송하게 하는 것은 의도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여당이 민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률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면,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보험료와 최저 지급 수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간보험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약 15만 원을 내는데도 민간보험이 보장하는 의료비는 정액보험 가입자의 경우 6%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이 약 60%를 보장해 주는 것과 비교해 턱없이 적다”며 “이런 현실은 그대로 두면서 환자 지급률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넘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산간오지와 도서벽지 등을 내세우지만 이런 곳에 필요한 건 공공병원과 인력과 응급 헬기다. 모니터 화면의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편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방문 진료와 제대로 된 복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취약 계층을 빈곤과 복지사각으로 내몰면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할 때만 이들을 앞세우는 것은 역겨운 행태”라고 질타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 SK, LG, KT 등 거대 통신기업, 네이버·카카오 같은 IT기업들이 원격의료가 미래 먹거리라며 투자금을 쏟아 붓는 것은 원격의료를 엄청난 돈벌이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판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택시’를 만들어 영리를 추구하려는 것이고, 이는 의료비의 증가와 과잉진료 등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여당은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들이 의료계 반대로 가로막히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우고 싶어 하지만 시민들이야말로 의료 민영화 정책의 가장 큰 반대자들”이라며 “한국에 진정 갈라파고스 같은 현실이 있다면 OECD 최악의 공공의료 비율과 낮은 보장성이다. 이렇게 의료 민영화에 혈안이 된 정부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예외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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