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그림책] 『첫 인사』(클레르 르부르 글/ 미카엘 주르당 그림/ 옐로스톤)
        2023년 01월 31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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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밝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서울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강릉 부모님 댁에 갔습니다. 주문진 시장에 회를 뜨러 갔던 아내와 처제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회를 뜨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예 생선을 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들 해 뜨는 걸 보러 온 줄 알았는데, 회 뜨는 걸 보러 온 모양입니다. 하하하.

    하지만 지금도 지구 이곳저곳에서는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금리는 오르고, 경기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새로운 해를 바라보며 꿈을 꾸고 소망을 기원합니다. 우리 앞에 주어진 삶은 언제나 두 가지뿐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며 불행해질 것인가, 아니면 꿈꾸며 행복해질 것인가.

    첫 인사

    새벽 6시, 어느 항구입니다. 아직 등대와 달이 바닷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이윽고 달이 지고 배 한 척이 항구로 다가옵니다. 바닷물이 물러간 바위 위에 조개들이 하품을 하고 입을 다뭅니다. 소라게들은 껍데기 밖으로 얼굴을 내밉니다. 그리고 항구에는 빈 배가 묶여 있습니다.

    마침내 등대의 불이 꺼지고 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자전거가 달려가는 길을 따라 나무와 꽃과 풀들이 하나씩 깨어납니다. 풍뎅이도 지나가는 파리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파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등대지기 아저씨를 따라갑니다.

    자연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림책 『첫 인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등대지기 아저씨를 따라 이른 아침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연에는 아침에 퇴근하는 아저씨를 반기며 첫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조개와 소라게, 나무와 꽃과 풀 그리고 풍뎅이와 파리도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마치 어두운 밤을 밝히느라 수고한 아저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자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전거를 타고 묵묵히 달려갑니다. 과연 아저씨 집에는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저씨는 누구를 그렇게 보고 싶어서 앞만 보고 달려갈까요? 보통 저는 맛있는 저녁을 먹을 생각에 달려갑니다만. 설마 아저씨도 저처럼 배가 고파서 달려가는 걸까요?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오늘 저는 이 그림책의 결말을 미리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출판사에는 너무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항의를 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결말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 그림책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책인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등대지기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간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집에서 아저씨의 첫 인사를 기다리는 어린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과 전율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아빠를 기다리는 어린이의 모습은 너무나 흔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흔한 장면에서 감동과 전율을 느꼈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어린이

    세상에는 많은 생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에게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꿈과 사랑입니다. 그리고 이 꿈과 사랑이라는 삶의 의미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새로운 생명인 어린이입니다. 우리는 어린이와 함께 사랑하고, 어린이와 함께 꿈꾸며 살아갑니다. 어린이가 바로 우리의 꿈이며 사랑입니다. 어린이가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등대지기 아저씨는 밤새 어두운 바다를 비추며 세상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의 고단한 일상을 지켜주는 힘은 바로 아저씨의 꿈과 사랑인 어린이입니다. 그래서 아저씨는 어린이를 만나러 부리나케 달려갑니다. 아저씨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어린이를 지켜주세요!

    최근에 아주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방적으로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는 예산을 없애고 지원 사업을 종료했다는 것입니다. 작은 도서관의 이용자는 주로 어린이입니다. 그리고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분들은 어린이를 키우는 분들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어린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우리의 꿈과 사랑입니다. 따라서 저는 어린이를 괴롭히는 모든 일이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예산을 없앤다는 것은 어린이와 어린이를 키우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기꺼이 세금을 내는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낸 세금이 무엇보다 우리 어린이를 위해 쓰인다는 믿음입니다. 세금은 가장 먼저 어린이를 위해 쓰여야 합니다. 세상에 어린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습니다.

    새해에는 어린이에게 인사하세요!

    새해에는 아침마다 등대지기 아저씨처럼 우리의 꿈과 사랑인 어린이에게 인사하세요! 더불어 모든 자연에게 인사하세요! 모든 생명에게 인사하세요! 우리가 사는 이유는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명예도 아닙니다. 꼭 기억하세요! 우리가 사는 이유는 우리의 꿈과 사랑인 어린이 때문입니다. 부디 어린이와 어린이를 키우는 모든 분들을 지켜주세요!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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