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의 마지막, 죽음...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
    [책]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유성이/멘토프레스)
        2023년 01월 28일 09:0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의 저자 유성이는 2007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16년 이상 ‘죽음학’을 연구하며 박물관, 호스피스병원, 학교 등에서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해오고 있다. 2011년에는 아동 대상으로 ‘죽음과 삶을 생각’하는 생명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족과 사별로 인한 상실의 비탄에 빠져 있는 이들의 애도 과정을 돕는 일에 종사해왔다. 또한 어머니보다 12년을 더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을 지켜보며 노년의 말기 삶과 인간적 임종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2020년 11월 본격적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21년 1월부터 호스피스(hospice 임종이 다가온 환자를 전인적으로 돌봄) 병원에 뛰어들며 ‘간병사’로서 직접 체험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저자는 말한다. “이 글은 2021년 1월 22일 호스피스병원에서 만난 88세인 어르신(도미니코)이 죽어가는 시간 속에서 생명을 지닌 한 인간으로 존재했던 22일간 이야기다. 어르신은 ‘편안하게 죽고 싶다’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된 마음으로 입원했으며, 나는 어르신을 간병하면서 그의 행동, 생각, 감정 등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하게 보고 느낀 점을 기록했다. 어르신은 호스피스에서 자신과 보낸 시간을 ‘훗날, 글로 써’하며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2022년 12월 2일 오후, 완성된 원고를 손에 들고 어르신의 부인을 만나면서 ‘기록을 남기길 잘했구나’ 안도했다. 무엇보다 도미니코 어르신의 부인께서 떳떳하게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네 아버지의, 네 할아버지에 관한 글이란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책이 되어 정말 기쁘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어둡고 암울하기만 할까.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에게도 생명수 같은 간병사(저자)의 행동으로 환자를 천국에 실어나르기도 한다. 매일 저녁마다 일과를 마무리하듯 얼굴과 발을 마사지해주는 저자에게 어르신은 “남에게 발마사지는 평생 처음 받아봐. 최고야! 천국이다!”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 발로 열심히 사셨잖아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이런 별세계가 가능할까. 이 글에는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자신을 ‘내어줌’이란 무엇인가 ‘영적 돌봄’이 무엇인가, 의문을 던지며 성찰케 한다.

    저자는 말한다. “호스피스환자는 여러 봉사자로부터 목욕 봉사, 발마사지 봉사, 음악치료 봉사, 미술치료 봉사 등 다양한 봉사를 받는다. 한 번 발마사지를 받은 어르신이나 환자들은 대다수 그 시간을 기다렸다.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요한복음 13:14 참고)’ 말씀대로 병실에서 간병사 자격으로 내어주는 사랑의 실천을 할 때, 어르신은 행복한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어르신은 죽음 이후의 마무리 절차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가족을 믿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동안 그는 ‘황혼 일기’를 기록했는데, 의식을 잃기 전 간절한 마음으로 황혼 일기장에 “성령의 나라가 함께 하시길 비나이다,”라고 썼듯이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리라 믿는다.”

    궁극에는 한 개인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책은 인간적인 죽음을 맞기 위해 개인 스스로가 자기 돌봄을 하며 현실적 준비도 해야겠지만, 타인의 도움이 절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일례로 다음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제가 사는 임대 아파트에는 104세 비비안나 할머니가 살고 계셨는데, 85세의 골롬바 자매님이 할머니의 임종 말기 삶과 임종 과정 그리고 장례절차를 거쳐 화장과 유분 처리까지 해주었다. 임종을 맞기 전 열흘 동안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이웃 교우들이 교대로 할머니를 돌보았고, 열하루 만에 퇴원한 어르신은 이웃의 돌봄을 받으며 집에서 임종했다. 골롬바 자매님의 사랑과 책임의식이 공동체와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104세 할머니의 죽음이 바로 ‘인간적인 죽음’의 모델이지 않을까. 골롬바의 이러한 행동이 바로 자신을 선물로 내어준 사랑이라 확신한다.”

    정재우(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는 “생의 말기를 지내는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담긴 이 책은 ‘돌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라고 했으며 이명아(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재무이사)는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가 어떻게 편안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이 책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스템과 환경 구축에 귀한 자료로 쓰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저자는 끝으로 말한다. “죽음을 맞이할 때 본인이 할 일은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본인의 태도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절대적 고독의 시간. 이 순간을 다짐해본다. 무엇으로부터 위로를 얻으며 의연하게 죽음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늘 죽음을 기억하며 삶에서 준비하고, 하루를 차곡히 살아야겠다. 인간적인 죽음으로 삶을 완성하기 위해.”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