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 조작 자본…베껴 쓰는 언론
        2007년 03월 05일 0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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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노조를 비난하고 임금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자단체가 통계까지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일보는 5일 2면 톱기사 “경제단체들, 통계조작 물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가 ‘고임금으로 한국 기업이 위기 상황’이라는 자신들의 논리를 선전하기 위해 통계 조작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대자동차는 4일 최근 경총이 대졸 초임기준으로 현대차 임금이 일본 토요타자동차를 추월했다고 발표했으나, 일본 도쿄법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관련 기사가 실린 인터넷판 3월 5일자 한국일보 
     

    경총은 현대차 대졸 초봉이 3,100만원으로 도요타(2,432만원) 보다 600만원 가까이 높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토요타가 3,365만원으로 현대차보다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경총은 현대차 임금을 계산할 때는 성과급 500%를 포함시킨 반면, 도요타 임금에서는 125만엔의 성과급을 빼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에 반해 “이들은 또 한국 기업의 고임금을 문제 삼으면서도 스스로는 2007년 인건비 예산을 10% 가까이 증액하는 등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1월말에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 기업이 일본과 중국 기업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통계분석의 오류가 발견돼 보고서를 회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한경연은 당시 일본과 중국 기업의 매출액은 2004년 기준으로 평가한 반면 삼성전자에는 2001년 매출액을 적용했으며, 하나로텔레콤이 현대차보다 매출 규모가 큰 것으로 평가해 보고서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언론들은 사용자단체의 통계조작을 아무런 검토 없이 그대로 받아썼다. 3월 1일 경총의 발표를 받아 대부분의 언론들은 “현대차 임금은 도요타 추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현대자동차를 비난했고, 2월 중순에는 “대졸초임 일본과 비슷하다”는 경총의 주장을 내보내며 “대기업임금 동결하라”고 써댔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14일 “대졸초임 일본과 비슷하다”는 경총의 발표에 대해 “인건비 증가율로 인한 경총의 임금동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자료를 포함해 논평을 냈는데도 대다수 언론들은 이를 외면했다.

    금속노조 민경민 교육선전실장은 "IMF 이전에 비해 노동비용이 줄어들었는데도 경총은 늘 인건비가 높다는 주장을 해왔다"며 "경총이 통계자료를 왜곡해 발표해도 언론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는 점에 대해 기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용자단체의 조작과 왜곡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발 빠르지 못한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언론은 틈만 나면 현대자동차와 도요타를 비교해가며 노조 비난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는데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이에 대한 전문적인 통계자료와 반박자료를 통해 언론에 대한 대응을 재빠르게 하지 못했다.

    민경민 실장은 "노동운동이 전문적인 역량을 키워 대응하지 않으면 매일 이렇게 당하고 말 것"이라며 "각종 조사통계와 전문성의 강화가 산별노조를 강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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