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현장 불법·비리는
    눈감고 노동자 때리기만”
    경찰, 이번에는 건설노조 압수수색
        2023년 01월 19일 05: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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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조합원 채용 강요, 채용을 빌미로 한 금품 요구 등 불법행위와 관련해 19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양대노총 건설노조 압박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 10분부터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5곳과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실 3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노조의 운영·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경기북부지부와 산하 서남·서북·동남·동북지대 사무실, 한국노총은 금천구에 있는 서울경기1지부와 송파구에 있는 서울경기2지부, 금천구에 있는 철근사업단 서울경기지부 등 8곳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 노조 관계자 주거지 8곳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양대노총 건설노조가 아파트 신축 등 공사현장에서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채용하지 않을 경우 금품을 요구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8일부터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특별단속 중이다. 경찰청은 올해 6월 말까지 ▲집단적 위력을 과시하는 업무방해·폭력 행위 ▲조직적 폭력·협박을 통한 금품갈취 행위 ▲특정 집단의 채용 또는 건설기계 사용 강요 행위 등을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를 통해 불법행위가 전국에 걸쳐 총 1천494곳 현장에서 2천여 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체 불법행위 중 부당금품 수취가 대부분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까지 2주에 걸쳐 민간의 12개 건설 분야 유관협회 등을 통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지역별로 수도권이 681곳, 부산·울산·경남권이 521곳으로 약 80%에 달해 해당 권역에 피해가 집중됐고 대구·경북권(125곳), 광주·전라권(79곳), 대전·세종·충청권(73곳), 강원권(15곳) 순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불법행위를 유형별로 12개로 나눠 피해 사례를 조사했으며 총 2천70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월례비 요구가 1천215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노조전임비를 강요하는 사례가 567건으로 뒤를 이어 부당금품 수취가 전체 86%에 달했다. 이 밖에 장비 사용 강요 68건, 채용 강요 57건, 운송거부 40건 순이었다.

    계좌 지급내역 등 입증자료를 보유한 118개 업체 기준, 최근 3년 동안 피해액은 1천686억원이었다. 1개 업체에서 적게는 600만 원에서 많게는 50억 원까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다음 주부터는 각 협회별로 익명 신고 게시판을 설치하여 온라인으로도 접수 받을 예정”이라며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확인하여 피해 사실이 구체화 된 건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건설노조

    양대노총은 일제히 반발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 활동은 노동조합의 기본적 책무이며 초기업적 노동조합의 필수불가결한 활동”이라며 “정부가 건설노동자의 안정된 고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 없이, 노동조합만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 근절 조사는 공안탄압”이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정권과 건설업계가 함께 합심해 노동조합만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안탄압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며 “건설업계가 전국 건설 현장에서 벌이는 자신들의 불법행위는 가리며 이를 지적하는 건설노조를 눈엣가시로 지목한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노총도 논평을 내고 “이번 건설노조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노동조합을 비리집단으로 몰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정부로 향한 비난의 화살을 노조로 돌려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건설현장에 실제로 노조의 조직적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향후 수사와 판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형 재개발·재건축 비리, 수억원대의 부정청탁과 불법재하도급 등 토착비리엔 눈감으면서 만만한 노동자 때리기나 하는 정부의 꼴이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이런 식으로 노동계를 고립시키고 악마화하여 굴복시키려 하면 할수록 노동개혁은 멀어진다는 사실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닫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동법률단체들도 경찰의 건설노조 압수수색에 대해 “건설사의 불법적 이윤추구 행위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건설노조의 조합원이 아니면 근로기준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니 조합원 고용을 차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며 “이를 용인할 경우 노동조합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이 단체들은 “건설현장의 이러한 문제를 외면한 채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건설노조의 채용요구를 마치 부당한 목적에서 비롯된 범죄로 몰고 가는 것은 이해관계의 일방 당사자인 건설사의 편에 서서 건설사들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행위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불법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을 동원해 이해관계의 일방당사자인 건설사의 불법적 이윤추구 행위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전방위적 노동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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