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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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05일 12: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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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2.13 합의’를 통해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면 중유 100만 톤을 제공하기로 했다. 언론사들은 이 소식을 ‘북핵 타결, 대체에너지 지원’ 또는 ‘대안에너지 지원’이라는 제목을 달아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여기서 조건부로 제공하기로 한 에너지원은 ‘중유’인데, 중유를 지칭하면서 ‘석유’를 대신한다는 의미의 ‘대체에너지’나 ‘대안에너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북한이 원한 것은 결국 에너지

    북한이 ‘핵무기’라는 유일한 카드를 포기하고 받아들인 것이 ‘에너지’이다. 1990년대 들어 북한은 잇단 자연재해와 에너지난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에너지 기근은 심각하다. 오죽하면 ‘1W의 에너지는 한 방울의 피와 같다’는 구호가 나왔을까.

    1994년 긴박했던 북미간의 긴장 상황도 10월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 측은 경수형 원자로 발전소 2기를 건립하는 동시에 경제원조로 연간 50만 톤의 중유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 북한에너지 전문가 피터 헤이즈는 “에너지는 북한 핵무기 도전의 핵심 구성으로 해결책에서 빠져선 안 될 요소”라며 북한 핵문제 접근에서 북한 에너지 문제의 결정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그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재 북한의 에너지 사정은 지난 1965년 남한과 비슷하고 석탄과 나무, 농작물 찌꺼기 등이 전체 에너지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밝혔다.

    어떤 에너지를 지원할 것인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1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들어오게 되면 경수로 지원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에 영향력이 큰 그가 다시 경수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다.

    수년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런 파국을 만들어낸 원자력에너지 자체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이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지만 2003년 이후 중단된 채 지금까지 북한에 단 1W의 에너지 생산도 안겨주지 못했다.

    한국정부가 제시한 북한 에너지문제 해법은 전력 송전이다. 2005년 9월 한국이 약속한 200만㎾ 전력 공급은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된 이후에 논의될 예정이다.

    노틸러스 연구소 북한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강정민 박사는 "양주~평양 간 송전망 및 관련시설 투자비로 초기 비용만 3조4천억 원이 든다"고 지적했다. 200만㎾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에 약 1조 원, 평양까지 송전망 건설에 6,000억 원, 200만㎾ 송전 전력을 수용하기 위한 북한의 송ㆍ배전망 절반을 개선하는 데 1조8천억 원이 든다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송전정책은 북한의 에너지 체제를 중앙집중식 대형발전소 위주의 에너지 체제가 갖고 있는 문제를 고스란히 이전한다는 데 있다.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대안 재생가능에너지

    북한은 산지가 많아 지형이 높고, 송배전망이 이미 분산형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분산형에너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노후화된 발전 설비 및 송ㆍ배전망 개선하고,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한 산업단지는 가스복합화력을 통해 전력과 난방을 함께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는 고갈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소규모 지역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북한은 일찍이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대한 정책을 펼쳐왔다. 2006년 11월 북경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 에너지안보 워크숍’에서 북한대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978년부터 전국의 풍력자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그 결과 ”풍속이 초당 4.5m 이상인 지역이 전체의 18%에 이르러 상당히 양호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약 4GW의 전력을 풍력으로 생산할 수 있다.

    실제 풍력발전기 보급은 외국의 국제 NGO들의 지원으로 시작되었는데, 1986년 덴마크가 지원한 90kW급 2기가 있고 1998년 노틸러스 연구소가 지원해서 운하리에 총 11kW 규모로서 병원, 탁아소, 20가구의 에너지를 지원하고 있다.

    2004년 북한에서 풍력에너지로 생산하는 양은 3MW인데, 2020년까지 500MW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평양 국제신기술정보센터(PIINTEC)는 북한의 재생가능에너지 연구 중심센터이다. 놀라운 것은 2005년, 2006년 세계풍력박람회에 북한이 꾸준히 대표단을 파견하고 있다는 점이다. 풍력발전에 대한 북한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2000년 10월 노틸러스 연구소가 운하리에 풍력발전소를 설치하는 모습(사진 왼쪽)과, 운하리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로 불을 밝힌 모습 (사진=노틸러스 연구소)
     

    한국정부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사고 전환을

    한국정부는 북한에너지 문제 해결 대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한국정부의 상식으로는 재생가능 에너지는 에너지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생가능 에너지의 존재가치는 2011년 5% 목표 달성의 수치로만 있다.

    6자회담 참가국은 2.13합의를 실행하기 위해 5개의 워킹그룹을 구성했는데, 그 중에서 에너지 경제 지원 분야의 의장국은 한국이다. 정부는 최근 대북 에너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 재생가능 에너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차기 6자 회담은 3월 19일 개최하고, 이제 우리는 북한의 에너지체제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 구축은 한국의 에너지체제 변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블루오션은 북한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와 에너지 관련 일지

    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북한 핵시설 사찰 관련 북미간 협상 진행
     1994년 5월 18일 북한은 영변에 있는 5MW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연료봉 인출을 시도. IAEA는 6월 6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 북한은 6월 13일 IAEA를 공식 탈퇴.
     1994년 10월 21일 북미 제네바 3차 고위급 회담에서 기본합의문 채택, 북한은 핵 동결을 미국은 경수로 2기(총 200만㎾) 건설 약속
     2003년 11월 21일 KEDO 집행이사회, 경수로 건설 중단 공식 결정
     2005년 9월 19일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200만 kW 전력공급 제안
     2006년 10월 9일 북한 핵실험
     2007년 2월 13일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면 중유 100만 톤을 제공하기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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