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신교 보수파, 장로 대통령 만들기?
        2007년 03월 03일 0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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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한나라당측 국회의원 장로 4명과 열린우리당의 유재건 의원은 교회의 (사학법 재개정) 주장이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근거한 정당한 주장인 이상, 교회의 장로로써 우선적으로 이에 따라야 한다는 신앙적 결단에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울러 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속한 입법에 관하여는 정당이 당론을 정해서 국회의원에게 입법시 의사결정을 강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나눴다.” (황우여 사무총장, 국회 대책회의)

    “장영달 원내대표는 집사이고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장로이시니 교계의 목소리를 더 잘 아실 것이다.” (김형오 원내대표, 한나라당·열린우리당 4자회담)

    지난 한 주 사학법 재개정을 밀어붙이며 한나라당 지도부들이 쏟아낸 말이다. 이쯤 되면 이곳이 국회인지, 기독교 집회장소인지 헷갈리게 된다. 국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보수, 진보 기독교계의 사학법 재개정 찬반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 목사들의 삭발에 이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까지 삭발을 했다. 어색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이같은 정교 일치는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이 나라는 신앙의 자유가 허락된 나라다. 종교의 정치 참여 역시 무조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과거 유신 시절, 일부 종교는 독재에 저항하며 이 사회에 바른 소리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중요한 세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보수 기독교 집단의 정치 참여는 과거 회귀, 기득권 옹호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예년과 달리 올해 대선에서 기독교계의 영향력을 실제로 행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 지난달 26일 오전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단 김충환, 이군현, 신상진 의원(왼쪽부터)이 국회 로렌다홀에서 사학법 재개정 촉구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한나라당 홈페이지)
     

    “김대중 정부 말부터 ‘친북좌익’ 위기감에 뭉쳐”

    ‘보수 교계’가 집단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고, 진보세력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서울시청 앞 광장을 차지하며 거리로 나선 것은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과거사법 제정 등 개혁 입법을 추진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들은 사학법 개정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에 이어 사학법 재개정 촉구, 북 핵실험 반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등으로 항상 현 정부의 입장과 대척점에 서서 여타 보수 집단들과 함께 거리 시위를 펼쳐왔다. 자연 이들의 주장은 ‘정권 교체’로 귀결됐고 그들의 구호는 ‘친북·좌파정권 종식’이었다.

    보수 교계의 대표자들은 노무현 정권의 최대 문제를 ‘친북 좌익’으로 꼽는다. 교계 원로인 신신목 한국교회지도자협의회(한지협) 대표회장은 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끌려다니며 좌파세력을 중요한 곳에 다 두고 옹립한 ‘친북좌익’”인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기독교 최대 조직으로 그동안 거리 시위를 주도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박요셉 국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한기총이 정치적 목소리를 높인 시기에 대해 “정확히 김대중 정부 말부터”라며 “김대중 정부가 북핵,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채 평화논리의 자기주장에 갇혀 있어 (기독교 세력이) 변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노무현 정부도 국가보안법 폐지와 대북 지원 등으로 북한과 친북좌파세력을 도왔다”며 “현 정부는 스스로 참여정부라면서 사학법, 사회복지법, 전작권, 북핵, 심지어 FTA 같은 경우도 여론수렴 없이 성급하게 했다. 푸는 방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기독교 세력을 뭉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교계 삭발로 사학법 재개정 올인

    특히 지난해 말부터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교계 지도자인 목사들이 집단 삭발을 진행하면서부터 보수 기독교 세력은 사회 갈등의 한 축으로 부각됐다. 사학법 재개정은 정권 교체의 최대 이유가 됐다.

    지난해 말 최대 종파인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이광선 총회장 등 30여명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을 한 것을 비롯해 목사들의 집단 삭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가 개최한 기도회에서 교계의 사학법 재개정 운동 이후 최대 규모인 100여명의 목사들과 신도들이 삭발식을 가졌다.

    당시 이광선 총회장은 “오늘 삭발식은 한국교회의 비극이고 다시는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정권이 들어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삭발식에서도 “목사나 장로의 머리를 깎게 하는 건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일제 때도 없었다”며 “이런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지난해 12월 19일 한기총의 삭발식 장면. 이를 시작으로 각계 교단에서 줄줄이 삭발식이 이어졌다. (사진=한기총 홈페이지)
     

    보수 교계 목사들의 잇단 삭발과 사학법 재개정 요구에 그동안 교계의 진보세력으로 불리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가세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말 청와대에 사학법 재개정 요구서를 전달한 데 이어 보수 교계의 삭발식에 참여, 거듭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KNCC 전 회장인 박경조 주교는 지난달 2월 최대 삭발식에 현 KNCC 부회장인 김기택 목사와 함께 참석해 “기독교 사학의 비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의식에서 개정 사학법에 찬성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해왔으나 이제 사학법은 개정돼야 함을 느낀다”며 “진보와 보수가 사학법 재개정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독교 세력의 움직임에 교계 바깥에서는 물론 교계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13개 기독교 진보단체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교회 지도자들이 삭발 등 비이성적 방식으로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며 사회 내 대결의식을 부추기고 있다”며 “교회 지도자들의 삭발 등은 성숙하지 못한 자세이므로 극단적 대결 자세를 버리고 대화의 자리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친북좌파’는 명분, ‘기득권 옹호’가 핵심?

    이에 따라 기독교 세력이 현 정권을 ‘친북좌익’이어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낸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기득권 옹호를 위해 ‘사학법 재개정’에 올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교계는 사학법의 재개정의 이유로 친북좌파인 전교조 교사들의 침투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개방이사 현황’에 따르면 개정사학법 시행 이후 초중등 사학에 임명된 개방형 이사 420명 중 기독교계가 가장 우려해온 전교조 교사는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종교사학의 경우, 개방형 이사의 77%가 재단과 같은 종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김행수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보수교계도) 한 두명의 개방이사로 건학이념을 해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하지만 개정사학법이 부정을 저질렀을 때 임시 이사를 파견토록 하고 친인척 학교장의 취임을 금지한 것에 (교계가) 반대하고 학교장의 무제한 임기 보장을 요구하는데서 볼 수 있는 것은 학교의 사유화와 족벌운영을 제한하는 게 싫은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기총의 최희범 총무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학법 재개정의 이유로 “개정 사학법의 위헌성은 너무 많지만 핵심은 사유재산권 침해고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한 데서도 김 국장이 지적한 교계의 기득권 옹호 입장이 읽힌다. 최근 보수 교계가 사학법과 더불어 사회복지법 개혁에 저항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보수 교계, “대선에 적극 참여하겠다”

    기독교 세력은 하지만 이러한 기득권 옹호라는 비판에도 불구, 올해 대선 정국을 이용해 사학법 재개정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나아가 대선후보 선출에 기독교 세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독교 최대세력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를 비롯한 63개 교단, 20개 단체들이 모인 한기총의 이용규 대표회장은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5월 중 기독교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정책포럼을 열어 여기서 나온 결과를 대선후보들에게 제시해 정책 검증을 하겠다”고 밝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기총의 최희범 총무는 “예컨대 사학법이나 복지기관에 개방형 이사를 도입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계에 영향력이 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기독교사회책임도 대선 개입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목협 손인웅 상임회장은 지난달 15일 ‘정치와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관계와 방향’ 토론회에서 “올해 대선에서 사학법과 사회복지사업법에 맞서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정당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목협은 지난해 기독교 방송 조사에서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뽑힌 옥한흠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단체다.

    기독교사회책임의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도 <레디앙>과 통화에서 “일제시대, 독재 시대, 민주화 운동에서도 기독교가 앞장서 왔기 때문에 기독교 세력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번 대선에서 기독교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사학법에 각 정당이 어떻게 처신해왔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박세일 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로 있는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선진화국민회의 출범 당시 “좌파와 손을 잡은 정치세력이 집권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나아가 이명박 장로 지지로?

    물론 한기총의 이용규 대표회장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서경석 목사도 “이념적 편가르기가 강하게 진행돼왔기 때문에 특정 정치세력과 친화적 성향을 갖는다는 점을 부인하면 안 되겠지만 기독교 단체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학법과 사회복지법은 물론 북핵, 전시작전권 등에 대한 보수 교계의 기존 입장을 감안할 때,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당은 결국 한나라당 밖에 없다는 시각이 불가피하다.

    한기총의 박요셉 국장은 이에 대해 “(교계의 사학법 기준에 따라) 누가 덕보고 안보고 할 수는 있다”며 “열린우리당이 국민들이 원치 않을 때 하지 말아야지 큰 싸움을 앞두고 작은 것에 반대하는 것을 갖고 끙끙 앓고 고집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도 사학법 재개정을 받아들였다며 ‘한나라당 귀결’ 주장을 부인했지만, 민주당에 아직 대선후보가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나아가 신신묵 한지협 대표회장은 기독교 일부 세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신 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각 단체에서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에 (대선후보 지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며 “특정 기독교 단체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결정하면 한지협 임원들도 지지하자고 나올지 모른다. 의견이 모아지면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더불어 기독교 세력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그는 “현재 기독교 흐름은 이명박 전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며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최종 확정될 경우 공개 지지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대안이 없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독교단체들이 함부로 뛰어들지 모르겠다”며 “6~7월까지 가면, 그 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명박 기도후원회 홈페이지
     

    이명박 전 시장은 한기총 소속의 대형 보수 교회 중 하나인 강남 신사동 소망교회에서 장로를 맡고 있는 기독교 신자다. 그는 지난 2004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 <기독신문> 등 일부 언론에는 ‘이명박 기도후원회’(회장 홍신용)라는 조직의 회원모집 광고가 게재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이명박님을 차기 대한민국 지도자로 세워 우리나라가 하나님이 바라시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이명박님을 지도자로 옹립하여 기독교인의 자부심을 살리자”라고 주장했다.

    최근 한목협이 기독교인 1,09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4.7%가 ‘대선 투표시 후보가 기독교인인지가 중요한 기준’(매우 중요, 중요)이라고 답했다. 또한 기독교인 후보가 출마하면 찍어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1.5%가 긍정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기독교 보수 세력이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기독교 인사 외부 영입 당연”

    보수 기독교 세력의 대선 개입 움직임에 그 ‘은총’을 가장 크게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은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독교 신자인 대선주자들의 기독교 챙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초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각각 한기총과 KNCC 신년예배에 참석한 것이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 시장은 한기총 소속 교회의 장로를 맡고 있고 손학규 전 지사는 KNCC 기독교사회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손 전 지사는 현재 젊은 시절 도시빈민운동으로 인연을 맺은 서울 장충동 제일교회를 다니고 있다. 그는 100일 민심대장정 때도 주일마다 교회를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의 또다른 대선주자인 원희룡 의원도 모태신앙의 개신교 신자로 서울 갈릴리 교회 장로다.

    특히 이 전 시장은 교회에서 참석 요청이 들어오면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의 한 관계자들은 “아직은 당보다는 대선후보 캠프에서 각 종교에 대해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역시 사학법 재개정은 물론 향후 대선을 겨냥해 기독교 세력과 관계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기독교 신자인 국회의원이 60~70명 정도로 황우여 당 사무총장이 기독교계와 주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황 사무총장은 한일기독연맹 부회장, 국회 조찬기도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으며 한나라당 기독의원연맹을 이끌고 있다. 또한 한국기독교정치연구소 소장을 맡아 기독교 이념의 정치 접목을 꾀하고 있다. 그는 국회 교육위원으로 8년간 일해 사학법과 관련 한기총 회장단들과도 돈독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황 사무총장의 한 측근은 “대선과 연계해 황우여 총장이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다”며 “기독교는 대선 때 우리 편으로 만들고자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황 사무총장이 조만간 “종교부지 확보를 위한 법률을 발의할 것”이라며 “부수적으로 자연스럽게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더불어 “당의 대선후보가 선출되게 되면 직능 조직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선조직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라며 “기독교계 역시 장로 출신 의원들을 직능위원장으로 임명해 기독교계를 관리하고 외연 확대를 위해 기독교계 외부인사를 영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회귀큰 영향력 없을 것

    하지만 기독교계 내부나 교계 바깥에서는 기독교 세력이 이번 대선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더불어 보수 교계의 한나라당 지지 움직임과 반대로 교계 진보세력 일부는 반한나라당 세력과 연대를 모색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상증 목사는 지난달 한목협 토론회에 참석, “요즘 한국사회는 출애굽 시대를 보는 듯하다”며 “자유를 위해 지도자를 따라 나섰는데 앞이 안보이니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이스라엘 백성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목사는 “교회는 방황하는 지도자에게 신뢰회복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며 “백성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면서 묻지도 않는 질문에 답변하는 게 한국교회의 실태”라고 말해 보수교계의 정권교체 주장과 한나라당 지지 움직임을 겨냥했다.

    원주시기독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재일 목사도 이날 “특정 정당과 연합해 기독교인 대통령을 창출하자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라며 지적했다.

    나아가 보수 교계의 한나라당 지지 움직임과 상반되는 교계 진보세력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개혁진보세력의 결집과 반한나라당 연대를 표방한 ‘창조한국 미래구상’에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 소속 목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목정평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진우 목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서 한국 기독교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며 “뉴라이트, 올드라이트로 불리는 진영에 기독교가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에큐메니칼 진영 기독교의 역할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 진보세력은) 평화, 사회복지, 생명, 경제정의 등 담론을 제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키우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목정평 총무인 임광빈 목사는 <레디앙>과 통화에서 “개혁과 변화의 과정에서 소외된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과 정치지향적 그룹들이 기독교 세력의 대선 개입을 준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 목사는 하지만 “보수의 생리 상 집단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부 대형교회 목사와 정치지향 세력들 준동

    그는 보수 교계의 대선 개입이 “현실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보수 교계가) 사학법이나 북핵 등 문제를 선동 수준에서 이끌고 있는데 서서히 검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수 교계가)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는 행태가 지금보다 노골화되면 내부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예장 통합(한기총 예수교장로회) 내 목회자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지금도 일부 반발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 바깥에서도 기독교 세력의 정치 참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구약성서 폐기론’으로 논란을 일으킨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기독교인들은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종교인들이 거대한 사교클럽을 만들고 압력단체화해 정치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독교가 학교를 많이 갖고 있으니 사학법에 대해서는 발언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정치·외교 문제까지 참견하면서 역사를 리드하려 하고, 제정일치 시대 신정정치로 가려하고 있다”며 “종교권력이 역사를 이끄는 신정정치를 한 나라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신학계 지성인으로 꼽히는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도 “비상한 상황이 끝나면 종교인들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며 보수 교계의 정치 참여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70~80년대엔 약자들을 아무도 대변하지 않았다.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해 더 이상 종교세력의 정치 참여가 불필요함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우파들은 안보를 위해 한-미 동맹이나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등 하나님의 뜻을 빙자하며 강자에게만 동조하고 있다”며 “이것은 특정 이데올로기이지 성서의 정신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는 보수 교계가 도올 김용옥 교수의 성서 해석에 ‘교회를 파괴하려는 음모’라며 민감하게 반응한 것에 대해서도 “도올의 〈요한복음 강해〉로 인해 기존의 신관과 교권이 흔들리는 데 불안을 느끼는 것”이라며 “또 약자와 함께하고 그들을 섬김으로써 예수의 사랑을 실현하려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정치적 메시아주의’를 통해 세상적 힘을 갖기 위해 정치적 우파들과 결속하는 것에 대한 방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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