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조선에서 현대까지,
    쉽고 재미있는 토지 제도의 역사
    [책소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지 제도 이야기』(김정진/ 주니어태학)
        2023년 01월 14일 06: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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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전제, 전시과, 과전법, 수조권…. 역사책을 펼치자마자 바로 덮고 싶게 만드는 용어들이다. 그래서 덮어놓고 달달 외워 버리고 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지 제도 이야기》는 고조선부터 현대까지의 토지 제도 역사를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설명한다. 한국사의 한 갈래로 ‘토지 제도’만 조명한 건 이 책이 처음이다.

    나라의 흥망 좌우한 토지 제도

    왜 토지 제도를 알아야 할까. 땅은 한정돼 있다. 물건처럼 생산해 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인류는 오랫동안 땅을 어떻게 나누고 관리할지를 고민해 왔다. 그 고민의 결과가 토지 제도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역사를 보더라도 땅을 공정하게 나누고 거기서 세금도 잘 걷은 나라는 흥하고, 몇몇이 땅을 독차지한 나라는 결국 망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자조할 정도로 부동산 빈부 격차가 큰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러므로 토지 제도 역사는 현재 우리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게 할 것이다. 땅 문제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되기 때문이다.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땅’으로 본 최초의 한국사!

    그럼, 우리의 토지 제도는 어떻게 변천해 왔을까. 중국의 오래된 역사책들과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따르면 고조선, 삼국 시대에도 토지 소유권은 있었을 것이다. ‘신라 촌락 문서’를 보면 통일신라 시대에도 토지세는 걷었을 것이다.

    고려 시대, 조선 초기 토지 제도들을 이해하려면 ‘수조권’을 알아야 한다. 수조권은 땅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걷을 권리’를 주는 것인데, 왜 생긴 걸까? 당시엔 통치력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못했다. 당연히 세금을 안정적으로 걷을 수 없었다. 조정에선 관리들에게 녹봉 대신 수조권을 주었다. 관리들은 수조권 대상의 땅에서 직접 세금을 걷어 일부는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생활비 등으로 썼다.

    조선 초중반부터는 통치력이 안정되었다. 양전 사업을 벌이고 ‘전분 6등법과 연분 9등법’ 등의 제도들이 확립되면서 세금도 잘 걷혔다. 하지만 후기로 갈수록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인해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조선은 내리막길을 걷는다.

    해방 직후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농지를 농민에게 나눠 주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 덕분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상태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물론 이후 경제 성장의 결과물을 고루 나누지 못하면서 다시 빈부 격차가 발생했지만 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지 제도 이야기》는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땅’으로 본 한국사이다. ‘토지 제도’만 조명한 첫 책이기도 하다.

    토지 공개념이면 될까

    저자 김정진은 오랜 시간 진보 정당에서 세금에 관한 정책을 마련하는 일에 함께했다. 세금의 역사, 세금과 정치의 관계, 소유 제도의 변천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공부해 왔다. 저자는 학생들이 토지 제도를 어려워하는 첫 번째 이유가 토지 제도들이 한자어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전시과, 과전법 등을 찬찬히 풀이한 후, 그 제도들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다가 사라졌는지 그리고 그것이 국가의 흥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차례차례 설명해 간다.

    우리 뉴스를 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집값과 부동산 투기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 지나치게 땅과 집을 많이 갖고 있다는 말이다. 다행히 우리 헌법은 ‘토지 공개념’을 명시해 놓았다. 토지는 모두의 자원이니, 공익을 위해 땅 주인들에게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연 토지 공개념만으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도달하려고 한 물음이다. 건물주를 꿈꾼들 모두 건물주가 될 수 없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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