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담 스미스 한국에 오면 화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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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02일 0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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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전경련과 교육부가 합작하여 새로운 경제 교과서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노골적으로 친 시장, 반 노동조합, 친 기업적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본의 힘이 가치와 규범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매우 우려가 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전경련은 우리나라의 경제교육이 경제적 효율성과 시장원리를 추구하는 자본주의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영광스러운 자본주의 영토인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아버지인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잘 안 통하고 있으니 제대로 ‘손 좀 봐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담 스미스 본인은 자신의 복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한국의 자본주의체제를 보면서 과연 기뻐했을까?

       
     

    아담 스미스는 익히 알려진 대로 『국부론』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양조장, 빵집 주인들의 자비 덕분이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다른 수많은 경우에도 그렇듯이 (개인의 이기적인 행위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유도 된다” 라고 언급하면서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적 이익과 효율성을 달성하게 한다는 자유방임론을 주장했으며 이러한 그의 사상은 주류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자본주의체제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방임론은 경제적으로 타당한 면은 있으나 시장 근본주의 내지 시장 교조주의로 확대 해석될 수는 없다. 왜냐면 자본주의의 사상적 원류인 아담스미스는 처음부터 그러한 주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유방임론이 탄생한 시대는 봉건적 체제를 유지하려는 왕정과 봉건 체제를 해체하려는 신흥 자본가 계급인 부르주아들과의 대립이 심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자유방임론은 이러한 구체제를 해체하고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논리로서 펼쳐졌기 때문에 자유방임론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그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봉건체제가 해체된 현재에서 까지 자유방임론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실제로 아담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중에서 국부론보다는 『도덕감정론』이라는 저서를 더 아꼈을 뿐만 아니라 평생 윤리학 강의했을 정도로 윤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

    조나단 B. 와이트가 지은 『아담 스미스 구하기』라는 책에서도 “이기심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절대 사람들과 동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과 공존하며 바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사람들끼리의 상호작용이 사회를 구성하는 중추적인 힘이 되고, 바로 이러한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도덕적 행동의 기초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시장의 힘이 비인간적이라고 해서 사람들끼리 비인간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라는 메시지를 아담스미스가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아담 스미스는 이기성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시장경제보다는 공존과 형평 그리고 윤리가 보장되는 시장경제를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장근본주의자들은 이러한 그의 깊은 뜻(?)을 모른 채 존재하지도 않는 그의 복음을 그의 이름으로 전파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까지 만들었던 것이다. 오히려 현재까지 살아있다면 아담 스미스는 사람은 없고 이윤만 있는 현재의 한국 자본주의체제를 비판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리고 아담 스미스뿐만 아니라 이미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또한 미국이 그동안 경제적 불평등을 외면한 결과 세계화의 함정에 빠졌다며 신자유주의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이미 신자유주의체제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신자유주의의 맹주인 미국조차도 심각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경련은 누구를 가르치려는 경제교과서를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생각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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