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노동자 월급이 '25만원'
        2007년 03월 01일 02: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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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사항 ① 임금 ② 숙소불편 ③ 인격모독(욕하고 일 많이 시킨다)
    희망사항 ① 임금인상 ② 한국어 공부 ③ 6개월에 한 번 있는 휴가비용 부담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불만과 바램이다. 지난 해 12월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는 사내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실태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190여명에 달하는 몽고출신 이주노동자들은 월 350~400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3시간씩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은 1년까지는 시급 3,100원, 1년 이상은 시급 3,600원을 받아 월 100만원이 갓 넘었다.

    저임금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숙소였는데, 이는 일부 하청업체가 방 두 칸 짜리 18평 아파트에 8명씩 살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관리자들의 욕설과 폭력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삼호중공업지회 장재인 노동안전차장은 “자기 나라에서 대학까지 나온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작업공구를 집어던지고, 욕하고 성질내면서 인격적으로 모독당한다는 것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중 10% 가량은 작업장을 이탈해 스스로 불법체류자가 되고 있었다.

       
     ▲ 지난달 26일 여수참사추모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가 구호를 외치며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참세상 이정원 기자)
     

    금속노조 사업장 이주노동자 숫자조차 파악 안돼

    지난 해 11일 28일 금속노조는 ‘노동자건강권 쟁취 전국 실천의 날 실천지침’이라는 공문을 내려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들의 안전보건 실태와 작업환경 등을 파악하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언어소통의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노동조합 간부들이 이주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금속노조는 지금까지 산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월 말 현재 대우조선 493명, STX조선 292명, 한진중공업 261명, 현대삼호중공업 190명 등 조선소에 상당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GM대우창원에서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으로 와있는 131명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을 비롯해 자동차나 철강 사업장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어림잡아 3천여명 이상이 금속 산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주노동자 착취 앞장서는 대기업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로 중소기업에 들어오는 노동자와 국내 대기업이 만든 해외공장에서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으로 들어온 노동자가 있다. 특히 해외투자기업 연수생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산업재해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GM대우차 창원공장에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131명의 노동자들이 한국노동자들과 똑같이 자동차조립을 하고 있는데 임금이 250달러, 우리 돈으로 25만원 가량을 받고 약간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35만원 정도 받는다. 법정최저임금에도 한참 못미치는 임금이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철승 소장은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은 산업연수생과 달리 기술연수를 빙자해 착취를 하는 것”이라며 “지난 해 12월 해외투자기업 연수생도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노조 간부들이 나서서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7일 대법원은 경남 창원 소재 D전자가 해외투자기업 연수생 중국인 진 모씨 등 18명의ꡐ미지급 최저임금 및 퇴직금 청구ꡑ소송에서 “실질적으로 대상 업체의 지시 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금품을 수령해왔다면, 당해 외국인도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간부들의 작은 관심이 이주노동자에게 큰 힘

    “그 사업장에 이주노동자 얼마나 있어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최저임금은 받나요?” “글쎄요.” “산재보험은 적용되나요?” “그렇겠죠.” “회사에서 그냥 공상으로 처리하는 거 아닌가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28일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간부들과 나눈 통화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간부들은 이주노동자들이 몇 명이 일하는지, 임금은 얼마나 받는지, 산업연수생인지 해외투자기업연수생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강성노조라고 일컫는 금속노조 간부들의 솔직한 현실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2004년부터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에게 적용하기로 산별 중앙교섭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중앙교섭에 참가하고 있는 사업장은 90여개 회사 조합원 2만여명 정도밖에 안된다. 이번에 산별노조로 전환한 대기업들은 아직 산별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산별교섭에 합의한 사업장들도 금속산업 최저임금(월 832,690원, 시급 3,570원)이 이주노동자들까지 적용되고 있는지 불확실하다. 노조 간부들이 관심갖고 확인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은 언제든지 온갖 편법을 동원해 합의를 교묘히 피해가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1일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지난 해 11월 한국주강에서 과로로 숨진 베트남 이주노동자 반랍 씨의 산업재해 승인을 받아냈다. 10여명의 노동안전 간부들이 “미안해서 그냥 못 보낸다”며 싸웠고 4개월동안 산재승인을 위해 뛰어다녔기 때문이었다.

    경남지부 김정철 노동안전부장은 “그동안 간부들이 이주노동자 문제를 외면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간부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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