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무인기, 비행금지구역
    침범 확인···야당 “책임자 문책해야”
    합참, 부인했다가 일주일 안돼 인정
        2023년 01월 05일 01: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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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군 당국은 야당이 북한 무인기의 용산 침범 가능성을 제기하자 강하게 부인해왔다. 야당들은 정부와 군 당국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지난주부터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기록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하며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P-73)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3.7㎞에 달하는 구역으로, 용산뿐만 아니라 서울시청과 중구, 남산, 서초·동작구 일부도 포함된다.

    합참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지점이나 침범한 거리 등의 정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군의 전비검열 결과 북한 무인기의 침범 당시에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탐지됐으나 무인기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무인기가 앞서 군의 발표와 달리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사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투했을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러나 군은 무인기가 서울 북부 지역에서만 비행했다고 주장했고, 합참도 비행금지구역 진입은 부인해왔다.

    특히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자,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작전에 참가했던 장병들의 사기도 있고, 또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의 분석을 ‘이적행위’라고 규정했던 셈이다.

    이처럼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투 가능성 제기를 ‘이적행위’라고 규정했던 군 당국이 일주일도 안 돼 결론을 뒤집자, 야당들은 일제히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무인기 대응의 총체적 실패와 제대로 된 확인 없이 그저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군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 문책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한 것 자체도 엄중한 문제지만, 침범 당시 무인기 항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 군의 무능은 더욱 처참한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 등으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이 바로 어제이고, 그 후 이 일정에 대한 김은혜 홍보수석의 브리핑이 있었지만 이러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며 “책임회피를 위한 은폐 시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대로 된 대책 없이 연일 대북 강경발언만 남발한 것은 군의 이러한 실패의 실체를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실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군이 북한 무인기에 무방비로 영공을 침범당한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지만 열흘이나 국민을 속인 국방부와 경호처의 거짓말은 군사작전에 결코 있어선 안 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군의 작전실패와 허위보고야말로 최악의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군 당국이 김병주 의원의 분석을 ‘이적행위’로 규정한 데에 대한 반박이다.

    박 대변인은 “합참은 어디까지 속인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 침묵한 것인지 답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경계 실패도 모자라 허위보고로 국민께 혼란과 불안을 안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방부, 군이 은폐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발표를 번복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내부 조사를 해서 당시 그런 단정적인 답변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해 국방부 내에 문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군의 입장 번복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일부 매체에선 ‘9월 평양공동선언 효력 정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평양공동선언 효력 정지 검토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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