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원들이 떠나는 정책정당
    2007년 02월 28일 09: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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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정책위원회 소속 정책연구원 다수가 최근 그만 뒀거나, 그만 둘 것으로 파악돼 당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2월과 오는 3월 중 민주노동당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정책위 연구원들이 6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책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인데다 정책 정당의 주요 관계자들의 대규모 퇴직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 정책위 소속 연구원은 이들 6명을 포함 모두 35명이다.

이번에 당을 떠나는 사람들은 모두 ‘개인적인’ 사유를 사직의 이유로 제시했으나, 일각에선 적잖은 인원이 비슷한 시기에 그만 두는 것인데, 이를 개인적인 사유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떠나는 이들이 진보 정당에 대해 열정이 식거나 연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활동하는 공간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어서 민주노동당의 정책 생산 라인의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개인적 사유로 돌릴 문제 아니다

실제로 연구원을 그만 두겠다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정책의 생산과 유통을 둘러싸고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문제점을 토로하고 있어, 이들의 사임을 개인적 문제로만 보면 사태의 정확한 본질이 제대로 파악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직 예정인 A씨는 "앞으로 그 어디를 간다고 해도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며 느꼈던 행복감을 다시는 얻지 못할 것"이라며 "미련이 많이 남아 앞으로도 계속 당 언저리를 맴돌 것 같다"라며 연신 착잡해했다.

A 씨는 "정책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과 소통이 당내에서 소화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느꼈다"라며 "정책 정당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책보다는 현안에 급급해 정치에 매몰됐고, 정책은 뒷전인 당의 현실을 보면서 더 이상 새로운 동력을 발견 할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사직 예정자인 B씨는 "솔직히 내부에선 정책위의 침체된 분위기가 이미 오래 된 문제였다. 대선이 끝나면 많은 이들이 그만둘 거라 예상했는데, 그 시기가 좀 앞당겨진 것 같다"라며 "처음엔 자유롭고 폭넓게 많은 정책적 실험들을 하고 싶었는데, 당이 스스로 새로운 판을 만들기 보다는 기성 정당이 만든 판 안에서 단기적으로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는 모습 등을 보여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당내의 깨지지 않는 틀 속에서 여러 번 한계를 느껴 답이 안 보였다"라며 “처우나 환경적인 문제를 떠나 더 이상 행복하지도 않았고, 일할 생각도 나지 않았다. 차라리 당 밖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노동당 일을 돕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당내에 있는 관계자도 심난함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에 강한 열정들을 가지고 온 사람들인데, 연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중차대한 시기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건 당의 큰 손실"이라며 "남아있는 사람들마저도 더 침체일로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민주노동당은 다른 당과 달리 정책 정당이라는 차별되는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큰 자산이 손실 돼 당의 위기를 불러 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정당은 신뢰형성 집단이다. 그런데 당 내부에서조차 신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신뢰가 형성되면 집단의지가 생긴다. 그런데 소모품처럼 대하고 있다. 자판기도 아니고…  일할 열정을 빼앗아가고 있는 당에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연구원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2007년 시무식에서 민주노동당 승리를 다짐하는 중앙당직자들. ⓒ 진보정치 
 

"과연 당과 정책 연구원은 파트너였나?"

반면, 시기상 여느 조직처럼 인사 이동의 ‘적기’인 만큼 이번 일은 자연스런 현상으로써 확대 해석을 경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이러한 시각을 가진 이들 또한 정책 정당으로서 당이 연구원들에게 얼마나 동기를 부여했는지에 관해선 지도부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우연히 그 시기가 겹쳤을 뿐 제각기 개인적 사유가 있어 그만 둔 것이고, 느닷없이 발생한 사안이 아닌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만, 당이 얼마나 연구원들에게 단순한 처우 문제를 벗어나 매력적인 동기 부여를 했는지에 대해선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책 연구원들이 일방적으로 잘했다는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책 연구원의 특수성 및 정책 정당에 대한 지도부의 시각이 연구원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라며 "정책 연구원들과 지도부가 서로 활동하는 메커니즘과 삶의 동력이 달라 그 안에서 연구원들이 좌절감을 많이 겪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당과 지도부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사직 예정자인 C씨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상 마지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적기였을 뿐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정책 연구원을 인식하는 당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C씨는 "당이 과연 정책 정당에 걸맞게 정책 연구원들에게 파트너로써 정당한 책임과 권리를 위임했었는지 의문이다"라며 "정책위원으로써 무언가 오랜 고민 끝에 정책을 제시하면 실제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되기 보다는 단순히 하나의 견해로 그치는 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체계적 인사 시스템 부재 아쉬워”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인력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의 부재 또한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민주노동당 김지성 노조위원장은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은 중요한 문제인데, 평소 일상적으로 인사 시스템 전반을 관리할 중간 조직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안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접근 할 것이 아니라 당의 장래와 앞으로 또 새로 들어올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사직에 관한 사안을 당 내부에서 공론화해야 한다”라며 “이어 그에 대한 대응이나 돌파구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며 당 전반의 시스템과 운영을 점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당내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김선동 사무총장은 "사직 사안에 대해 아직 전혀 전달 받은 바 없다"라며 "일단 왜 그만두는지 이유를 먼저 파악하고, 당 안팎의 사람을 모으는 일이 제 역할인만큼 가능하면 같이 일하는 방향으로 설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용대 정책위 의장은 "안타깝지만 제각기 개인적인 상황 등으로 그렇게 됐다”라며 "새해를 맞아 여느 곳처럼 인사이동이 있는 인력 변화의 시기인 만큼,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 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심각한 문제가 아니니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정책위 쪽의 분위기는 작년보다 더 활력이 있다"라며 "지도부와 논의해 대선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3월 중 공채를 통해 후임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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