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돼야"
        2007년 02월 27일 07: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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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잘 알고 가치지향이 분명하고 정책 대안이 분명한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정치를 좀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7일 인터넷신문협회와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경제는 어느 때나 나오는 일등 단골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시대정신은 따로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전 시장, 경제학자 출신인 정운찬 전 총장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 안다,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 안다, 경제학 좀 했다고 경제 잘 안다(고 한다)"며 "경제는 차별성이 어렵다"고 했었다.

    "국민들이 원한하고 해서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국민들의 이익에 맞출 것인지, 국민들의 선호에 맞출 것인지 고민"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정치란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자답했다. 반대 여론을 감수하고라도 임기 내 개헌, 한미FTA 협상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원한다고 해서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모두 발언이 예고하듯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 내내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때로는 질문자로 나선 기자들과의 논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가장 많은 발언을 할애한 건 개헌문제였다. 노 대통령은 특히 개헌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도 좋으냐. 여론이 모든 것이냐. 충분히 토론을 지켜보고 답을 찾는 것이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덮어버렸다. 그냥 간다. 왜.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까, 지지율 높은 정당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까, 대통령 인기가 바닥이니까 말 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변화의 속도, 개혁의 속도가 시대의 요구만큼 따라가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낙오한다. 그래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제도개선 문제를 내놓은 것이다. 제가 어리석었다. 우리 사회에 그 정도의 양식과 공론은 살아있을 줄 알았다. 그냥 덮어버리는 것에 대해 제가 난감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사회의 미래를 약간 걱정하는 편이다"고 했다.

    "한미FTA로 양극화가 진행된다는 논리의 근거가 뭐냐"

    노 대통령은 한미FTA 반대론자를 향해서도 "한미FTA로 양극화가 진행된다는 논리의 근거는 어디서 나왔느냐"고 공격적으로 되물었다.

    그는 "저는 (한미FTA와 관련해) 어떤 메커니즘 때문에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인지 모른다. 한미FTA로 양극화가 더 벌어질 데는 없다. 농업이 피해를 입겠지만 정부가 대비할 것이다. 나머지 어디에서 양극화가 되느냐"고 따졌다. 한 기자가 ‘서비스업 가운데 유통분야에서 양극화가 우려된다’고 말하자 "어떤 유통업이냐, 식품유통이냐, 잡화냐"고 물으면서 "유통업은 다 개방됐는데 무슨 양극화냐"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FTA는 한국경제의 자신감과 한국경제의 역량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이 미일FTA로 먼저 치고 나가면 한국에 위기감이 온다. 중국이 먼저 치고 나가도 위기감이 온다. 우리가 밀리는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카드를 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진보진영의 문제제기는 진보의 가치와 논리에 근거하지 않아"

    노 대통령은 자신이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란 글을 통해 이른바 ‘진보논쟁’에 직접 개입한 것에 대해 "진보의 대의가 무엇이며 진보의 가치와 논리는 누가 대변하고 있는가, 지금 논쟁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며 "(이번 논쟁은) 대선과는 관계없고, 대선과 관련짓더라도 누구에게 유불리한가가 아니라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진보진영의 문제제기의 전제가 사실이건 의견이건 뭔가 보편적인 진보를 대표하는 그런 가치와 논리에 근거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그런 글 쓰는 사람이 진보를 표방할만한 균형점 위에 서 있는가 의문"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중립내각 요구에 대해 "국민의정부 이래 정부가 중립성을 지키지 않아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면서 "낡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후임 총리 인선 기준과 관련해선 "정치적 내각보다 행정실무적 내각으로 가는 게 맞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시민, 이상수 장관 등의 거취에 대해선 "특별한 일 없으면 그냥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당적정리 문제에 대해 "밀려났다고 하기도 이상하고 안 밀려났다고 하기도 이상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과연 저 사람 열린우리당하고 관계없다고 믿어줄까, 노 대통령 때문에 표 떨어질 것 다 떨어졌는데 지금 (내가 당을) 나간다면 표가 다시 붙을까. (그런데) 왜 나가느냐. 당적을 갖고 있으면 나가라고 하는 사람이 당에 몇 사람이건 몇 십 사람이건 있다. 시비가 된다. 그러면 시끄러우니까 당적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아직은 때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연내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관련, "상황 전개에 따라 지금이 이뤄질 수 있는 때이고 만나서 할 일이 있다고 판단되면 저도 만나자고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것이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면서 "지금 우리가 만나서 약속을 해도 미국이나 중국에 합의를 다시 받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나서 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의 성격과 관련해선 "상대방이 나를 위협할 때 대응하기 위해, 위협을 하지 못하도록 협상하기 위해 여러 목적으로 핵무기는 따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사용 않는 것이 안전하면 사용 안 할 것이고, 가지고 있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이익이 크면 버리는 쪽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핵무기를 버리고 개혁개방 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종부세는 민주노동당의 부유세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 "지금은 단기적 처방보다는 공공기관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국민들의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공급확대 정책을 하고 있다"면서 "시장의 게임에 참여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 실수요자의 주거복지를 위한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한다는 쪽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부동산 정책을 흔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논리"라며 "집이 싼 동네로 이사 가면 양도세 10% 내고도 한참 남는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에서 부유세를 공약하지 않았느냐. 지금 종부세가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부유세와 결과적으로 비슷하게 가고 있다.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데 아주 적절하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9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답변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150분 가까이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여전히 설명하고 싶은 것, 주장하고 싶은 것, 알리고 싶은 것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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