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주의자 정치인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다
    [인터뷰] "퇴행적 양당 정치 바꿔야"
        2022년 12월 27일 09: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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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오후 레디앙 사무실에서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 약 2시간 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정치에서 자유주의 가치 지향의 정치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윤석열 선대위) 양쪽을 횡단하면서도 진영론에 얽매이지 않는 드문 유형의 정치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를 만나 최근의 근황과 생각에서 자신이 몸 담았던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대선 시기 참여했던 윤석열 선대위, 윤석열 정부 7개월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한국 정치지형에 대한 강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드러냈지만, 앞으로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걸로 보인다.

    긴 인터뷰를 압축하다 보니 그의 고민과 문제의식이 잘 전달되었는지 걱정스럽다. 2시간의 녹화 영상은 특별히 손대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대화를 편파TV 채널에 게재한다. 아래는 대화의 주요 주제들이다.

    1. 들어가는 대화
    2. 최근 5년의 정치적 행보 평가
    3. 검사 출신 금태섭과 검찰개혁
    4. 문재인 정부 5년과 윤석열 정부 7개월 평가
    5. 자유주의, 포퓰리즘, 법치주의
    6. 정치적 미래는? <편집자>

    * 인터뷰-1 / 인터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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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종권 :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금태섭 : 저는 정치 현장을 떠나있는 셈이라, 공부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우리 정치의 문제에 대해 얘기도 하면서 축적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일보 한국출판문화 대상 심사위원이 돼서 최근엔 책을 많이 읽고 있다. ‘내가 왜 정치 같은 걸 하고 있나, 이렇게 좋은 책들을 좀 보고 쓰고 그랬으면 좋았을 걸’ 그런 생각도 했다.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고 좋았다.

    정 : 유시민 씨가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리는 분들에 대해 “당보다 자기의 인지도 올리려는 사람”, 출세주의자 아니냐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금 : 학교 다닐 때 유시민 씨의 항소이유서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요즘은 너무 거리낌 없이 사실과 다른 말씀을 하신다. 더 대응하는 게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다르면 어느 것이 맞는지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유시민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카톨릭 사제와 같은 마음으로 국정을 보살피는 분’이라 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복지국가라는 꿈 하나만으로 정치를 하는 훌륭한 분’이라 한다.

    반면 문재인·이재명과 생각이나 노선이 조금 다른 ‘조금박해’에 대해선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이름이나 알리려 하는 ‘관종’이라는 식으로 인신공격한다.

    보수정당에 비해 민주당의 대단한 강점은 계급장 떼고 토론하는 문화, 중구난방이라도 다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토론 문화의 실종을 넘어서 타락한 수준이다.

    2

    정 : 표면적으론 공수처 표결 당론을 어겼다는 이유로 공천에 떨어지고 징계도 받고 당(민주당)을 떠났는데, 이후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하고 대선 땐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도 참여했다. 일련의 흐름이 정치적 롤러코스터와 같은데.

    금 : 사람들이 민주당에 있다가 ‘빨간 점퍼’(국민의힘 유니폼 색깔) 입고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 아니냐고들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방법을 좀 바꾼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해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얘기한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안심하고 못 할 수 있는 이유는 민주당이 못하기 때문이고,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너무 못하니까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반대로 하면 한 군데가 잘하면 다른 쪽도 잘하게 만들 수가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 후에 보여준 독선적인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모색한 것이다.

    정 : 그런 일반적인 문제의식을 넘어선 것 아닌가. 소속해있던 민주당을 떠나 가장 큰 정치 일정인 대선에서 반대 진영의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 들어갔는데, 그 역동적인 변화의 정치적 동기로는 부족한 거 같다.

    금 : 그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계획이 있었다. 계속 안 좋아지는 민주당의 반대편인 보수정당을 혁신해 민주당에도 자극을 준다면 (양당 모두를)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즉 정치권의 상호 업그레이드를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보수정당을 바꾸는 방법이 무엇이냐? 우리나라 보수정당은 권위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그러니까 대선 주자에 따라서 당 자체가 확 바뀐다.

    당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보수성향의 비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었다. 그분들을 통해 보수정당의 혁신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계획들을 많이 얘기했다. 그런 와중에 두 분이 다 국민의힘에 들어가면서 계획이 좀 어긋났고 결국은 실패했다.

    정 : 최재형·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들의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민주당에 강한 정치적 자극을 주는 모멘텀으로 생각했다는 건가.

    금 : 민주당을 목표로 특정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보수정치도 바뀌니까 정치권 전체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게 목적이었다.

    저는 2012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도우면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도 안철수 의원이 우리나라를 구원할 정치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안철수 개인보다는 오히려 그 당시 캠프에 있던 300명 정도의 젊은 사람들에게 주목했다. 캠프에 있던 이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으면 양대 거대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깰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했다.

    정 : 적대적 공생관계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제3지대론’을 말하는 건가.

    금 : 그렇긴 한데, 반드시 제3지대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이 나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서 상상하기 힘든 변화가 일어나 서로에게 자극을 줘서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있다고 본다.

    3

    정 : 한겨레에 검찰 관련 칼럼을 쓰면서 검찰 내부에서 비판도 받았겠지만 응원도 있었을 것 같은데.

    금 : 칭찬은 거의 없었다. 민주당에서 나올 무렵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 많이 혼이 났는데 (검찰 내부에선) 그 이상으로 더 혼이 많이 났다. 검찰 지휘부에서만 야단을 친 게 아니라, 후배 검사들을 보내서 “선배님, 같은 검사로서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런 얘기를 하게 했다. 저로서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내가 검찰에서 소위 말하는 세속적인 성공을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정 : 검찰개혁 둘러싼 화두가 문재인 정부 5년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검찰개혁에 대해서 필요성을 충분히 강조했지만 그 방향성이 소속했던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와 상당히 달랐던 거 같다.

    금 : 저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조국 민정수석이었고, 그 다음이 윤석열 검사를 발탁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시킨 것이다.

    저는 그 당시에 검찰개혁을 하고 싶으면 검찰의 힘을 빌리지 말자, 차라리 경찰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보수정당이 집권했을 때 검찰을 이용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전국의 특수통들을 다 불러 모아 적폐청산을 했다. 이게 어떻게 검찰개혁이 될 수가 있나. 저는 지금도 납득이 안 간다.

    정 : 금태섭이 주장하는 검찰개혁의 기본 총론은 검찰의 힘을 줄이는 것인가.

    금 : 그렇다. 과거 대선 공약집들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검찰개혁이 나온다. 수사·기소권 분리도 나온다. 그런데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정치 선진국들 중에 대선 공약에 검찰개혁 얘기가 나오는 곳은 없다. 검찰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을 정치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은 절대 어렵지 않다고 봤다. 검찰 조직 자체가 대통령령으로 많이 만들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을 그렇게 많이 개정할 필요도 없다.

    특수부를 줄여야 한다. 일본은 인구가 우리의 2.5배 정도 있는데 검찰 특수부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3곳 밖에 없는 반면 한국은 서울중앙지검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이것들을 없애면 된다. 국회 협조도 필요 없다. 대통령이 “나는 검찰 이용하지 않겠다. 특수부를 다 없애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서울, 부산, 광주에 한 개씩만 남겨놓겠다” 이렇게 하면 불가역적으로 변한다. 여기에 검찰이 반발하면 개혁에 저항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검찰개혁을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 때 어땠나. 검찰 역사상 특수부 조직이 가장 커졌다. 전국의 특수부 검사들을 전부 다 출세를 시켜놨다. 그렇게 그 조직들을 이용한 다음에 수사권을 빼앗겠다고 나오니 말이 안 되는 거다.

    정 :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이 ‘범죄에 대한 국가의 수사 역량을 줄이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특수부 축소나 검찰의 힘 빼기가 범죄 수사 역량의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인가.

    금 : 결론적으로 말하면 검찰의 수사는 범죄에 대응하는 국가 수사 역량의 문제와 관계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검찰이 너무 많은 정치사건들을 다루는 게 문제다.

    의원 시절에 일본의 협조를 받아 최고위층부터 일선 검사까지 다 만나서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총리였던 아베가 학원 스캔들이 있어서 시끌벅적할 때라 “당신네 나라도 정치적인 논란이 있으면 아베가 야당 의원 고소하고, 야당 의원은 무고로 아베를 고소하는 그런 사건이 있냐”고 했더니 일본 검사들이 막 웃더라. “정치인들이 그런 사건을 가지고 검찰로 오지도 않고, 설사 고소를 한다고 해도 정치 문제이기 때문에 캐비넷에 처박아둔다”는 거다.

    한국 정치권은 논란이 일어나면 전부 명예훼손 고소장을 써서 검찰로 뛰어간다. 보수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민주당은 ‘보수파들의 잘못을 검찰이 척결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심지어 조국 전 민정수석마저 공직에 있으면서 일반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어느 선진국도 그러지 않는다.

    지금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장관이면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고발하지 않았나. 과거에는 법무부 장관이 누구를 고소하는 일이 없었다. (정치인들이 정치 사건으로 고발하는 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 : 일반 민생범죄나 강력범죄의 수사 역량은 어떤가. 검찰에 힘을 빼고 특수통을 줄여도 그에 대한 수사 역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건가.

    금 : 아니다. 한국은 치안이 굉장히 좋은 나라이고, 검찰도 인정하듯이 99% 이상의 범죄 사건의 수사를 다 경찰이 한다.

    제가 검사가 됐던 1995년엔 검찰이 음주 단속도 했다. ‘가끔 한 번씩은 우리가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경찰이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지르겠냐’는 사고방식이었다. 지금 검찰이 음주단속 안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음주 단속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정 : 공직자들이 자신에 대한 가짜뉴스나 비방에 법적 대응을하지 않으면 오히려 가짜뉴스가 사실인 양 둔갑돼 전파되는 더 큰 사회적 부작용도 있지 않겠나.

    금 : 고소 고발을 한다고 그런 것들이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사람들은 고소 고발 당하기를 원한다. 고소당해서 잡혀가면 슈퍼챗 받지 않나. 그런 상황을 원하는 거다. 큰 부작용이 없다고 보는 편이지만 어느 정도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감수하고 가다 보면 사회적 주목도 줄어들 것이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부작용보다는 적다고 본다.

    4

    정 : 문재인 정부 5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금 : 사람의 일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한국 정치에도 세 번의 기회가 있다면 그중에 한 번이 문재인 정부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국민통합에 합의할 수 있는 공동의 틀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는데, 처절할 정도로 외면해버린 시기였다. 정치가 지금의 체제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심어준 시기가 그 5년이었다.

    저는 2017년 탄핵 국면이 되기 전에 촛불집회를 열심히 나갔는데, 광장에서 탄핵 얘기가 나온 후에도 민주당에서는 상당 기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주장이 나오지 않았다.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시기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사건이 당시 보수정당 국회의원들이 상당수 뛰어나와 탄핵에 찬성한 거라고 본다. 그 힘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아이러니한 게 당시 보수정당이었던 새누리당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친박’이었고,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은 대부분 ‘친이’였다.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의 주류 세력들의 철천지 원수가 ‘친이’ 아니었나. 그런데 탄핵을 함께 추진하는 관계가 됐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 기회였다.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노무현 정부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모아진 듯하다. 왜냐면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이 ‘왜 김수현 씨에게 다시 부동산 정책을 맡길까?’였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실패한 정책이었고, 그 책임자가 김수현이었다. 거기에 대해서 친노·친문 의원들도 답을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짐작이지만, 김수현이 성공해야만 참여정부의 그 억울함이 풀린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즉 집권을 하게 되면 그것은 한 세력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것이라는 공적 의식이 없었던 거라고 본다.

    정 : 노무현 정부의 억울함을 풀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총노선이었다는 평가인가.

    금 : 집권을 하면 전 국민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민주당 대표였던 이해찬 같은 분들은 ‘우리가 50년 집권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이건 특정 세력의 대표로서 하는 얘기다.

    국민과 국가 전체를 대표하고 국가와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생각은 없고. 상대적인 정당성을 강변한다. ‘보수정당은 틀려 먹었다’, ‘친일 기득권이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상대 진영 사람들은 극한 반감을 갖게 된다. 토착 왜구라고 하는데 누가 협조하겠나. 그런 말을 쓰는 자체가 에너지와 잠재력을 모아내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정 : 윤석열 정부 얘기를 좀 해보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넘었는데, 아직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과 한팀이라는 느낌은 약하다. 윤석열 정부 8개월, 성적표를 준다면?

    금 :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있는 분들과 선거 외에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국민의힘 사람들도 잘 모른다. 윤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니까 국민의힘 사람들도 일체 아무 얘기를 안한다. ‘민주당 나쁘다’, ‘이재명 나쁘다’ 이 얘기만 한다.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한 개인의 힘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정당이 있는 건데, 국민의힘의 역량이라는 게 발휘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집권 세력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윤 대통령밖에 없고, 대통령이 또 그걸 좋아하는 것 같다. 부처에 마이크를 주지도 않는다. 말로는 ‘스타 장관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초기에 고용노동부에서 몇 마디 했다가 박살 난 적도 있지 않나. 아주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정상화의 계기를 만든다면 일단 (정부와 대통령실에서) 검찰 출신들은 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 분들 역량으로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다.

    정 : 국민의힘 내에 윤 대통령과 정치 철학을 공유하는 세력이 없다면,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과 철학이 비슷하거나 경험을 공유하는 세력은 검찰 출신밖에 없는 것 아닌가.

    금 :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한데, 어쨌든 한 사람이 여러 방면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고 정치 경험이 없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러면 국가운영과 정치를 혼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했을 때, ‘여론조사에선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는 기자들의 말에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도 중요하지만 지도자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생각이 있겠지만, 윤 대통령이 정치철학을 얘기할 수 있을 만한 경험이 있지 않고, 경험을 축적하는 게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대통령실에 국제 법무비서관이 생겼다. 또 검찰 출신이 들어갔다. 대통령실에 가장 급하게 필요한 게 국제 법무 파트인지 모르겠다. 인적 쇄신을 하거나 인적 구성을 변경해야 할 때에, 검찰 출신 또 하나 늘어나는 게 무슨 신호를 주겠나. 이런 얘기들이 필요한데 그게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정 :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검찰공화국, 검찰정권’이라고 하는데 이런 비판에 동의하는 건가.

    금 : 검찰공화국의 토대를 만들어준 곳이 민주당이다. 지금 정부는 검찰공화국보단 ‘소수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개인 정권 비슷한 거다. 국민의힘 내에선 뭘해도 윤 대통령의 마음에 안 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러니 ‘국민의힘이 과연 집권을 한 것이냐’는 말이 나오는 거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의 색채가 드러난다기보다, 오히려 소수의 사람들이 모든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 : 이 정권의 실세는 검찰하고 김건희 여사라는 말도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같은 것은 특별감찰관이라는 제도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보수언론에서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고 하는데, 왜 안 된다고 보나.

    금 : 특별감찰관은 적어도 김건희 여사에 관한 문제들을 얘기를 할 권한이 생긴다. 윤 대통령이 듣든 안 듣든 이렇게 하셔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김건희 여사에 대해 말하면 ‘왜 가족 얘기를 하냐’ 이렇게 할 수가 있다. 그래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하지 않는 거라는 의심을 강하게 하고 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특별감찰관은 반드시 임명을 해야 한다.

    정 :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법치주의, 공정을 강조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얘기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 제기들이 사라진 것 같다. 현재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지 않고 한국 정치의 정상화가 가능할까.

    금 :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수정부가 오래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탄핵으로 문재인 정부가 등장했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니까 기대를 걸었는데 또 꽝이 됐다. 다시 등장한 보수정부에 대한 지지는 문재인 정부가 싫은 데서 왔다. 국민들이 양당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지난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된 것도 국민적 기대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런 것이 대통령제의 문제고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만 더 심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에서 단순히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대표하고 대변해 줄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정 : 국민들한테 제일 인기 없는 정치 이슈가 대통령제나 선거제 개혁의 문제 아닌가.

    금 : 지금은 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2012년에 안철수 의원을 도울 때만 해도 제3세력이 뭘 하려면 이길 가능성이 있는 대선주자가 있어야 했다. 단판 승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이 뭔가를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기대를 많이 했지만 실망한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정한 개인 사람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사람을 내세우지 않고 ‘시스템을 좀 바꿔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

    정 : 박근혜에서 문재인, 문재인에서 윤석열로 바뀌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탈진한 것 같다. 이제는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현행 대통령제를 바꿔보자는 세력들이 모여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금 : 구체적인 주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시스템의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그 목소리가 커진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5

    정 : 포퓰리즘에 대한 얘기도 해보자. 양당은 상대 정당을 비판할 때, 다 포퓰리즘이라고 비판을 한다. 포퓰리즘이 심각해지면 나라가 위기로 간다는 인식은 하는 것 같다.

    금 : 대중추수주의라고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상대에 대한 혐오, 상대방과 우리는 다르다는 부족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공존의 가능성을 없애는 모습이라고 본다. 양쪽 다 똑같다.

    윤석열 정부도 뭔가를 잘해서 점수를 얻기보단, 문재인 정부 때의 일을 단죄를 해서 점수를 쌓으려고 한다. 민주당도 윤석열 정부를 공격해서 점수를 따려고 한다. 이런 게 다 포퓰리즘이다. 우리 사회의 편가르기를 심화시키고 양측의 적대감을 가중시키는 것인데, 아주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정 : 문재인 정부 때의 적폐청산을 뭐라고 얘기했냐 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금 : ‘비정상의 정상화’을 처음 얘기한 게 박근혜 정부다.

    정 : 자유, 정의, 공정, 인권 이런 가치를 담고 있는 자유주의의 가치가 축소 내지는 실종됐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민주당 내에서 금태섭이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왕따를 시킨다거나, 국회 내에서 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갈라진다거나 하는 모습이 그렇다.

    금 : 심각한 지경이다. 공수처법 표결 때 당론에 따르지 않고 기권했다고 공수처법 처리가 안 된 것도 아니었다. (총선 공천 때) 당 지도부에서 ‘금태섭은 공수처 반대하고 조국 전 장관 비판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주의적 정신이나 가치와 전혀 관계가 없다. 이 부분은 국민의힘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6

    정 : 금태섭의 정치적 뿌리는 민주당 아닌가. 언젠가 민주당으로 돌아가나. 아니면 어떤 조건이 되면 국민의힘으로 가나.

    금 : 어떤 조건이 되면 민주당으로 돌아가고, 어떤 조건이 되면 국힘에 들어가겠다고 얘기하는 건 너무 오만하고 건방진 말이다. 어떤 조직이든 필요하면 참여해서 바꿔내야겠지만, 개인의 정치적 거취를 생각할 때 탈당은 최후의 극단적인 수단이다. 민주당이 잘 되기를 바라고 필요하면 도울 수도 있지만, 탈당 이후 다시 돌아가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 : 대선 때 윤석열 선대위까지 들어갔는데,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뭔가.

    금 : 윤석열 선대위를 나올 때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만류를 했는데, 제가 그때 드린 말씀은 ‘내가 국민의힘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이 당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현재의 국민의힘도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 : 기형적이고 왜곡된 정치구조를 바꿔야 한국 사회가 진전한다고 했다. 그럼 무엇으로, 어떻게 기여할 생각인가.

    금 :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뭔가를 얘기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저는 양당의 퇴행적인 정치구조의 틀을 부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정 : 제3세력, 제3지대를 통한 한국 정치의 변화와 기여의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가.

    금 : 그렇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뭔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각오는 있는데, 언제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는 실제 그런 상황이 닥쳐서 있을 때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정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다고 해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올라가지도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3지대의 공간이 넓어지고 있는 동시에, 양당이 주도하는 정치에 대한 냉소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년을 보면 제3세력으로서의 위치를 가장 오래 유지한 개인은 안철수였는데, 결국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또 하나의 세력으로서는 민주노동당 정의당까지 이어지는 진보정치 세력인데, 여기는 또 정치적 역량이 부족해 왜소해졌다.

    결국 자유주의 내지는 최소한의 어떤 공통의 지반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공간들이 더 넓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데에 대한 역할을 해볼 의사는 없는 건가.

    금 : 그런 의사도 충분히 있지만, 양당이 독자적으로는 못 해도 상대방이 생기면 굉장히 강해진다. 제3지대에서 뭘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하여튼 고민해보고 있다.

    정 : 정의당 등 진보정당은 금태섭 전 의원에게 맞는 옷이라고는 생각하진 않는 건가.

    금 : 저는 정의당에 굉장히 큰 애정이 있는데, 조국 사태 이후로 너무나 오랫동안 실망스러워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정 : 마지막으로 금태섭의 미래, 금태섭의 의지는 무엇인가.

    금 : 저는 국민들이 ‘나를 대변하는 정당이 여기다’, ‘나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누구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고 싶다. 제가 그런 정치인이 되지는 못해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정말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을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응원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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