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당치 않은 '욕설' 그만 두라"
        2007년 02월 27일 0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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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노태우 이래 가장 많은 퇴진 요구를 받았던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한국경제> 2월 23일자 인터뷰에서 예의 ‘법과 원칙’을 다시 한 번 피력한다.

       
      ▲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론은) 적절치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노사 자율에 맡겨놔야 할 문제입니다. …… 불법 시위 때 온정적으로 또는 상당히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이게 법과 원칙을 훼손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 우리 현실에서는 독일의 공동 결정제도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 우리 노동계는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 저도 시민단체 활동을 해봤지만, 모든 견해나 결정이 대다수 구성원의 생각 신념 의식과 자꾸 괴리돼 나온다는 게 문제입니다. …… 민교협은 처음 출발 때와는 달리 너무 정치화되고 변질됐다는 느낌입니다. …… 우리나라 좌파학자들은 너무 비겁하고 용기가 없습니다. 털어놓지 않았습니다. 할 말을 안 하는 것이죠.”

    김대환의 ‘법’은 사회적 룰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것 같다. 파업과 시위에는 강경 대처하는 개입주의를 취하고, 고용 문제에는 노사 자율이라는 방임주의를 취한다. 따라서 그의 ‘원칙’은 철저히 자본 편에 선다는 단 하나 뿐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구속된 노동자는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작년 11월까지 837명으로,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보다 훨씬 많다. 축하한다. 노무현과 김대환은 전두환에 필적하는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노동계가 ‘배타적’인 게 아니라, 노무현 정권이 노동계를 배타한다.

    ‘민주화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처음부터 ‘정치화’되어 있었으므로 정치화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곧 정치다. 장관 한 사람이 교단에 있는 사람들더러 ‘정치화’되었다거나 ‘변질’되었다고 욕질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괴리돼’ 있는 사람이 ‘대다수’ 교수들과 노동자들인지, 김대환 전 장관인지 스스로 되짚어 보라. 막말을 하지 않으면 ‘비겁하고 용기 없’는 것인가? 나는 이 정부의 정체를 도대체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노출증이 아닌가 싶다.

    <한겨레> 2월 22일자는 1면 머리기사와 16면에서 “현대차 이대로는 미래 없다. 노사 빅딜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전문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박태주 노동교육원 교수를 인터뷰하여 대기업전문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의 논지는 부제 “사-고용 보장하고, 노-생산성 향상 협조를”에서 보이는 바대로 노사 양측의 양보와 협력이다.

       
     ▲ 박태주 노동교육원 교수
     

    전문노련 위원장을 거쳐 청와대에서 일했고 지금은 한국노동교육원에 몸담고 있는 박태주의 주장에는 쉽사리 무시하지 못할 내용이 많다. “힘이 상대적으로 더 센 회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 파업 책임을 노조에만 뒤집어씌우는 것도 옳지 않다 ……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 게 무엇이 잘못인가”라는 발언은 현장 노동운동가의 말과 다르지 않다.

    “회사는 노조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조도 단기 실리주의와 파업 의존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안은 현대차 노사 합의가 아니더라도, 노사 각각이 큰 줄기의 목표로 삼을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고용 보장’과 ‘생산성 향상 협조’가 현대자동차 빅딜의 공정한 내용일 수 있을까? 노동조합이 생산성 향상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더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노동 자체가 생산성 향상의 과정이라 간주하여도 무방하다. 문제는 고용 보장과 생산성 향상 협조 사이에 공정한 거래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고용은 법률과 단체협약에 의해 보장돼 있는 것이다. 반면, ‘생산성 향상 협조’는 노동조합의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양보를 의미한다. 즉, 박태주의 빅딜론은 노동조합에게 추가적인 권리 확보 없이 여타의 권리를 포기하라는 압력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장기적인 고용 보장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고용 보장 협약이 사측에 의해 해지될 가능성이 있다면 미래의 고용 보장 협약 역시 같은 운명을 타고 날 것이다.

    “현대차 …… 현장의 노동자들은 제 기능을 못한다. 도요타는 …… 숙련노동자들이 생산현장에서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구조”라는 박태주의 분석은 타당하다. 하지만 그런 분석에서 “노사문제는 현대차가 지속성장을 하는 데 발목을 잡게 됐다. 현대차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덫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옳지 않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노동이 창의적이지 못하다면, 쟁의를 줄이라 조언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전근대적 경영을 혁신하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김대환과 박태주의 발언은 그 내용보다 그 시기가 중요하다. 예전과 다를 거 없는 평소 지론이 하필이면 2월22일과 23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을까? 2월 25일 경총은 대졸초임과 대기업임금을 동결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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