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 노란봉투법 여론조사
    경총에 공동조사 제안···경총 사실상 거부
    경총 여론조사, 설문항목도 편향과 왜곡···문항 공개도 거부
        2022년 12월 14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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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실시한 노란봉투법 관련 설문 조사에 대해 “민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공동 설문조사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경총은 사실상 거부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편향과 편견으로 가득찬 설문 문항으로 경영계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했다”며 “조사 윤리와 원칙을 무시하면서 여론을 선동과 왜곡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총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진=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경총은 지난 4일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경총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노조법 제3조 개정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동조합이 불법점거나 폭력 등 불법(쟁의)행위를 했을 때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지 않거나 감면 받도록 하는 것에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법행위에 대해 민사상 면책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은 19.9%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 밖에 노조법 제2조 개정을 통한 사용자 개념 확대와 노동쟁의 개념과 근로자 개념 확대에 대해서도 각각 67.1%, 63.8%, 51.6%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운동본부는 “경총이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의 설문 항목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불법행위’로 전제하는 등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파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용균재단 대표인 김미숙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경총 설문조사) 질문 자체가 노란봉투법의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했다. 노란봉투법 내용은 폭력과 파괴에도 책임을 면하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폭력과 파괴가 없는 파업을 불법이라고 함부로 규정해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게 한 지금의 조항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경총에서 실시한 설문 문항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설문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앞서 한 언론사도 경총에 설문조사 문항 공개를 요구했으나 경총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순철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경총은 설문조사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주장만 있고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미숙 공동대표도 “질문지조차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면 여론조사는 왜 한 것인가. 질문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또한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80%, 90% 이상이 노란봉투법을 찬성하는데, 경총에서 발표한 여론조사는 거꾸로 된 결과가 나왔다”며 “경총의 여론조사가 떳떳하고 신뢰도가 있다면 여론조사에 대한 항목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조사 결과는 상반된다. 노동단체인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노조법 2조와 3조에 대한 찬성이 90%에 가까웠고, 경총 등 경영자단체가 법안의 취지를 왜곡해 표현하고 있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성 의견도 반대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운동본부는 “이처럼 상반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입장이 엇갈리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동 설문조사 필요성은 결코 적지 않다”며,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한 노란봉투법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하자고 경총과 고용노동부에 제안했다.

    운동본부는 이날 회견 후 경총에 노사정 공동설문조사를 제안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경총을 찾았으나, 경총은 출입문까지 봉쇄했다. 이들은 “운동본부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경총이 편파적이고 왜곡된 설문조사 문항으로 여론을 호도한 것이 아니었다면, 오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공개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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