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국가냐, 자본국가냐 핵심에 도전”
        2007년 02월 26일 08: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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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수 신임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2월 15일 진보정치연구소의 2대 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조승수가 무얼 하고 지내는지를 알려주는 소식이 드물었다. 당직선거에서 낙선하였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의 공직활동을 10년 넘게 지켜봐온 사람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상황이었다.

    “작년 지방선거 때에는 법에 의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당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했고, 울산 북구 선거에서 정책 조언 역할을 했다. ‘비공식 선대본부장’을 맡아달라는 제안도 있기는 했는데, 당이나 선본에 ‘공식’과 ‘비공식’이 따로 있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 그 제안은 거절했다.

    미국, 독일, 스웨덴을 둘러보며, 에너지 문제와 사회경제 모델에 대해 공부할 기회도 가졌다.

    미국에서는 한국 전력산업에 대해 정통한 존 번 교수와 함께 에너지 문제에 대해 공부했고, 미국 환경부와 세계은행의 신재생에너지 담당자들도 만나봤다. 1979년 사고가 나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던 드리마일 원전 현장과 풍력발전 회사 등을 방문했다.

    에너지 대안 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지방정부들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공화당원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영국 블레어 총리와 별도의 기후협약을 맺는 정도다.

    독일에서는 세계태양에너지 의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헤르만 쉐어 연방하원의원, 적녹연합 당시의 환경부 차관과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졌다. 에버트재단 정책연구소, 독일노총재단 연구소, 독일사회경제연구소에서 대안경제모델에 대해 의논을 나누기도 했다. 네 곳의 민주노동당 분회 모임과 민주노동당 유럽위원회 수련회에도 함께 했다.

    스웨덴에서는 금속노조 위원장, 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민당 의원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스웨덴 체류 당시 한창 총선 시기여서 선거운동 현장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주로 스웨덴 모델과 신자유주의의 관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웨덴에서든 독일에서든 노조와 당의 느낌이 다르더라. 노조 쪽 연구자들은 운동권 학자들 같이 ‘신자유주의 반대한다’고 말하는데, 당 쪽은 조금 다른 듯 했다. ‘여러 어려움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부분 수용하고 있는데, 우리 고유 모델을 지키며 천천히 갈 것이다. 큰 걱정 없다’는 식이었다.”

    조승수의 진보정치연구소장 취임 과정이 썩 매끄러웠다고 말하긴 어렵다. ‘자리’를 둘러싼 추문도 적지 않았다. 전임 소장 임기가 끝나 연구소 이사들과 연구위원들이 조승수를 거론하고 나서도 그가 취임하는 데는 반 년이 걸렸다.

    “당 안에서 소장 역할을 자임하는 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학계에서도 정치인이 소장을 맡을 경우 학계와의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임됐다.”

    진보정치연구소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감사 보고는 당 내외에 큰 충격을 안겨 줬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전통과 관습에 따라 사실과는 무관한 과장과 억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제 막 취임한 조승수가 그 내용을 채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신임소장인 그가 이 문제를 건너 뛰고 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업무 전반을 더 파악해야 하므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항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예결위 지적 사항의 대부분은 국가 선관위의 지적에 기초하고 있는데, 선관위의 지적은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수용해야 하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불가피한 조건은 당에서 선관위에 항의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 비용을 법인카드로 처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자와 자주 술자리를 갖거나 당 내 연구자들에게 연구용역을 준 것도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선관위와 똑같은 식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구소 연구위원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한편 연구소, 국회, 정책위원회가 공동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여야 하는데, 이 때 그 보상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규정이 없지 않은가.”

    어떤 사람들은 진보정치연구소가 민주노동당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어떤 사람들은 진보정치연구소만이라도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진보정치연구소는 사회조사, 정치전략, 미래대안 분야의 연구물을 통해 중앙 언론에 100여 차례 정도 노출되었는데, 이는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대다수는 물론이거니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한둘보다도 더 활발한 대외활동이라 할 수 있다. 조승수 소장은 진보정치연구소의 그동안 활동을 어찌 보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2006년 상반기까지는 결과물로 외화된 게 적었다. 조직 구성과 내부 준비기라 그랬던 것 같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회연대국가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데, 그동안의 내부 성과가 축적된 결과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물들이 일반 당원들에게까지 전달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금년부터는 대선 총선과 같이 대중정치활동 공간에서 쓰일 수 있도록 연구물을 ‘무기’로 가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물론 현실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책위원회 등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자체 연구를 줄이고, 선거 체제에 기여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 갈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때문인지 진보학계가 많이 어수선한 듯 하다. 진보적 연구자들, 학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힘써야겠다.”

    조승수 소장이 관심 있는 의제 또는 연구소에서 수행하려는 과제는 무엇일까?

    “최근 <레디앙>에서 촉발된 논쟁을 보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나 진보의 개념을 정립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사회를 어떤 사회로 만들 것이냐’를 물어야 한다. 사회국가로 갈 거냐, 자본국가로 갈 거냐 하는 핵심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여 국민에게 내보일 것인지, 주체세력은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유연한 진보’는 자기 정체성마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한국 사회의 미래가 불분명하고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주노동당이 만들려는 국가는 어떤 국가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일이 진보정치연구소의 과제다.”

    조승수는 시민단체에 의해서든, 언론에 의해서든, 유권자에 의해서든 긍정적인 평을 받아 왔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가 ‘바른 사람’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이 세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조승수는 지금 신임소장에게 남은 임기 1년 반을 지낼 집을 구하러 다닌다.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가 그가 집을 고르는 유일한 조건이다. 남들이 노동운동을 하지 않을 때 노동운동에 뛰어들고, 남들이 진보정당을 저버릴 때 그는 남았다.

    어느 누구보다 공직에 먼저 진출하여 자신의 힘으로 국회의원에까지 다다른 조승수이기에 1년 반 후의 진보정치연구소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언제나처럼 느리고 꾸준히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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