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BNK·기업은행
     ‘낙하산’ 인사 저지할 것”
    "공정 아니라 법을 이용한 불공정"
        2022년 12월 12일 04: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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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BNK금융지주 회장과 기업은행장에 ‘모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 임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노동·시민사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엔 금융노조 39개 지부대표자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이 함께 했다.

    사진=금융노조 유튜브 캡쳐

    모피아는 옛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노조는 정부의 이러한 금융권 낙하산 인사 움직임에 대해 “법에 의한 공정이 아니라 법을 이용한 불공정”이라며 “규정을 바꾸고, 상식을 어겨가며 모피아 낙하산을 내리꽂는 일을 누가 공정이라 부르겠나. 낙하산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 2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후임 자리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정은보 전 원장은 바로 직전 정부에서 금감원장을 지냈다. 금융권 안팎으론 금융감독 기관장이 피감기관으로 가는 것이라 공직자윤리법 상 퇴직자 취업제한 규정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금감원장은 시중은행장으로 갈 수 없다”며 “사실상 시중은행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기업은행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공직자윤리법에 예외가 된다는 이유로 편법적으로, ‘법꾸라지 낙하산’으로 기업은행장이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말도 안 되는 낙하산 인사를 기업은행에 내려보낸다면 국책은행은 산업은행뿐 아니라 기업은행마저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임직원들은 금융회사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금감원장을 금융회사에 내려보내선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금감원 수장이었던 인사가 피감기관의 장으로 내려와, 그 수하들이 남아 있는 감독당국이 금융회사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기업은행은 정은보 전 원장이 훌륭했다면 금감원 원장 임기 채워줘야 했던 것 아닌가. 임기도 안 채운 원장을 6개월 만에 기업은행으로 내려보낸다는 것은 원장직 사퇴의 보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BNK금융지주는 이사회 규정까지 바꿔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 임명을 준비하고 있다.

    권희원 부산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방들은 소멸위기까지 겹쳐 내년 더 힘든 시기다.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절실하고 막중한 과제들이 부여된 엄중한 시기”라며 “지역민과 함께 성장한 지역의 공공재인 BNK가 낙하산 인사로 경쟁력이 훼손돼선 안 된다. 지역 경제와 현안을 깊이 이해하는 인물이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또한 “이사회에서 외부출신 인사 추천을 허용하면서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모두 올드보이”라며 “디지털 전환이 금융산업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에 현업을 떠난 지 오래된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면 조직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 움직임을 두고 금융위기 가속화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는 “금융위기가 공공연하게 얘기되는 시기에 정부는 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 방침을 언급한다. IMF나 저축은행 사태,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 등 금융위기의 근본은 대출규제 완화”라며 “모피아 낙하산이 내려온다면 금융당국은 공공연하게 얘기할 필요 없이 전화로 대출규제 완화를 얘기할 것이고, 그로인해 금융회사의 자본건전성이 떨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낙하산 인사 저지를 위해 ▲BNK의 기준변경과 기업은행과 관계된 공직자윤리법 개정 추진 ▲출근 저지 투쟁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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