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너스 7백% 월급 2백만원의 이주노동자
        2007년 02월 25일 10: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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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너무 좋아요. 한국사람들 다 좋아요.”

    22일 충남 천안에서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대한칼소닉에서 만난 아토크(29.사진 아래)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지난 달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있는 아내에게 130만원을 보냈다. 두 달 후면 세상에 나올 그의 아이를 떠올리며 그는 내내 싱글벙글이다.

       
     
     

    회사가 노동조합에 보낸 이주노동자 29명의 임금명세표를 보니 평균임금이 215만원이었다. 기본급 86만원, 월 평균 상여금 60만원, 연장수당 70만원 등이었다. 기본급 86만원은 지난 해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에서 맺은 금속산업최저임금 83만원을 맞춘 금액이다.

    주40시간도 적용되고, 보너스도 700%를 받게 된 것은 당연히 노동조합의 힘이었다. 금속노조 대한칼소닉지회 조봉국 부지회장은 2005년 말쯤 한 이주노동자가 부산에서 일하다 떼인 월급을 받아주기도 했다. 하형석 지회장은 “똑같은 사람이고 같이 현장에서 일하는데 존중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1999년 처음 온 한국은 지옥

    아토크가 처음 한국에 왔던 1999년은 정말 지옥이었다. 수로관을 만드는 강원도의 한 작은 회사에서 그는 죽도록 일했지만 40만원도 받지 못했고, 얻어터지기 일쑤였다. 2년을 꼬박 일했는데 집에 돌아갈 때는 한국에 올 때 낸 수수료를 빼면 ‘빈 손’이었다.

    그런데 그의 친구들은 지금도 안산과 평택에서 그렇게 일하고 있다. 고향 친구 브랍도는 평택의 한 회사에서 3개월 일했는데 월급을 떼 먹혔다. “월급 줘 그러면 경찰에 전화해요. 그럼 잡혀서 집에 가요. 그래서 그냥 다른 회사 가요.”

    그의 친구들 중에는 이미 여럿이 불법체류자가 됐다. “회사 안 좋아서 도망가는 얘들 많아요. 그러다가 잡혀서 집에 간 사람도 많이 있어요.” 그는 미안해서 친구들에게 이 회사가 월급 많이 준다는 말을 못한다.

    그는 금속산업 최저임금이 뭔지, 노동조합이 뭔지도 모른다. 성길제 사무장이 오른 팔을 하늘로 치켜들면서 ‘투쟁’ 하니까 빙그레 웃는다. 대한칼소닉지회 노동자들이 지난 해 ‘비정규직 확산법안’을 막기 위한 파업을 벌이면서 회사 내에서 집회를 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그는 한국 노동자들과 팀을 이뤄 같이 일하고 있다. 곁에 있는 조합원들이 “아토크 일 잘해요”라며 인사한다.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오후 작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온 것은 지난 2001년부터였다. 노사가 비정규직을 쓰지 않기로 합의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회사의 요청으로 산업연수생을 받았다. 처음에는 조합원의 20%였고, 지금은 줄여서 10% 내에서 받고 있다.

    한번은 수카르니라는 이주노동자가 인사하려고 한국노동자의 어깨를 툭 쳤는데 그가 안전화로 이주노동자를 때려서 얼굴이 찢어져 병원에 입원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수습사원이었던 한국노동자는 그 문제로 회사를 나갔고, 그 이후로는 한번도 폭행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챌시’ 유니폼을 맞춰 휴일이면 한국노동자들과 축구시합을 하기도 하고, 회식자리에 가서 즐겁게 놀기도 한다. “이 친구들은 여기 떠나면서 한국에 정을 느끼고 간대요. 인도네시아 놀러오면 관광안내 해줄테니까 꼭 연락하라고 그래요. 그럴 땐 정말 기분 좋죠.” 조봉국 부지회장의 말이다.

    이주노동자 보호 산별노조․산별교섭의 힘

    금속노조(위원장 김창한)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회장 박헌승)는 지난 해 합의한 산별협약에서 “금속최저임금 월 832,690원(시급 3,570원)을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까지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금속노조 소속 깁스코리아, 캐스코드 등 중앙교섭에 합의한 금속노조 사업장에 들어와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산별노조처럼 이주노동자들을 같은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형석 지회장은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문화적인 차이가 현장에서 충돌을 하고 있고, 한국 노동자들이 우월감을 갖고 있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산별노조가 조합원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15만 금속노조가 가장 먼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금속노조에 가입시키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주노동자들을 가입시켜 산별노조운동의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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