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출근해 토요일 퇴근,
    많이 자면 4시간···우리가 귀족노동자?”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긴급토론 및 현장발언대회
        2022년 12월 07일 11: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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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리 컨테이너 기사들끼리는 하루 2시간이면 좀 적고, 3시간은 평균이고, 4시간 이상 자면 많이 잤다고 얘기한다. 우리더러 귀족노동자, 고소득 노동자라고 하는데 저는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씩을 운전한다.” (컨테이너 화물기사 김윤진 씨)

    “저는 일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하루 15시간 일한다. 독한 사람들은 자는 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일하다 너무 졸리면 휴게소든 졸음쉼터든 2시간 정도 자고 일한다. 내가 졸면 아내가 옆에서 파리채로 졸지 말라고 때린다. 그렇게 해서 물량 소화하며 살았다.” (시멘트 화물기사 이성철 씨)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14일째를 맞았다. 정부여당은 일부 품목에 대해선 사상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나서며 파업 옥죄기에 몰두하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긴급토론 및 현장발언대회’에 참석해 자신들의 실제 노동환경이 어떠한지에 대해 증언했다. 정부여당이 규정한 것처럼 화물노동자들이 정말 고소득·귀족노동자인지, 이들의 안전운임제 법제화 요구가 집단이기주의인지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긴급토론은 심상정 정의당·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화물연대 주최로 열렸다.

    사진=화물연대본부

    비조합원인 김윤진 씨는 안전운임제 도입 전인 2019년부터 컨테이너 운행을 시작했다. 그는 일주일에 최소 4번 이상 경기도와 부산을 오가며 일해야 “겨우 생계가 조금 유지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편도 5시간은 걸리는 경기와 부산을 일주일에 4번 이상 오가는 그는 “월요일 출근해 토요일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해왔다. 대기 시간을 제외하고 운전만 하루 14시간을 한다. 대부분 화물차 안에서 밥을 먹고 ‘쪽잠’을 자고, 간단한 샤워는 휴게소나 샤워장이 있는 주유소에서 해결한다.

    위험천만한 순간은 야간 운행 중 벌어진다. 졸음이 몰려와 휴게소 들르면 자리가 없는 일도 부지기수라, 다음 휴게소까지 졸음을 겨우 참으며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시멘트 업계는 화물노동자 사이에서도 노동강도가 높은 품목이다. 시멘트 화물기사인 이성철 씨는 “자는 거에 대해서는 도가 텄다”고 말했다. “8초 만에 곯아떨어져 10분 만에 잔다”고도 했다. 안전운임제 도입 전엔 식사도 운전을 하며 김밥을 먹는 것으로 떼웠다.

    “이러다 죽겠구나”하는 상황이 “일주일에 2번은 나온다”고 말했다. 최후의 방법은 아내를 옆에 태우고 운행하는 것이다. “내가 졸면 아내가 옆에서 파리채로 졸지 말라고 때린다. 그렇게 해서 물량 소화하며 살았다.”

    특히 이 씨는 안전운임제 도입 후 “운임이 나오지 않을 것을 걱정하지도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과거엔 기준 없이 화주 ‘마음대로’ 운임을 지급하고 한달 근무한 내역서도 받지 못했다. 내역서를 달라고 하면 “그만두라”는 협박도 받았다.

    안전운임제 도입 후엔 운임이 정해져 있으니 혹여 운임을 받지 못할까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됐다. 일하는 시간도 조율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안전운임제를 두고 “한마디로 화물노동자의 숨구멍”이라며 “우리가 귀족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이 시민의 안전을 해치니까 서로 안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도 “안전운임제 시행 후 기본 ‘4탕’을 하던 것을 3~4탕이라고 할 정도로, 내 컨디션에 따라 근무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잠을 정말 못 잔 날이면 다음날 휴무를 하는 식으로 좀 느슨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운임제 전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안전운임제 일몰제는 폐지돼야 하고 제도는 꼭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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