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사라진 국회, 한나라당 달라지나?
    2007년 02월 23일 12: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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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철회를 소리 높여 촉구하더니 밤새 탈당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탈당 사태에 떠밀려 제1당이 된 데 이어 여당마저 사라진 형국에 적잖은 부담감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겉으로는 민생 정치를 위한 협력과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제1당의 권한만 강조하고 실제 민생 정책들은 외면하는 행태를 고수해 정치권 안팎의 비난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 2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상임위간사단회의에서 “여당발 정계개편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유야 어쨌든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었고 오늘부터, 공식적으로는 이달 말부터 이 나라에는 여당이 사라지게 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그리고 새로운 교섭단체가 공동으로 국회를 이끌 책임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 자율적인 운영, 교섭단체간 양보와 협력,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공동책임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은 이 세 가지 원리로 현안을 타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이 공식화된 전날밤 유기준 대변인이 “노대통령의 탈당은 책임정치와 민생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오직 정권재창출에만 전념하겠다는 대국민 협박이고 모든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면서 통합신당의 길을 터 주려는 기획탈당”이라며 “지금이라도 즉각 탈당의사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더니 어느새 대통령의 탈당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발 정계개편으로 제1당에 오르긴 했지만 한나라당이 수권 정당의 책임 있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영향이다. 이러한 부담감과 당 밖의 시선은 한나라당이 이달 초 임시국회 대정부질문과정에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성실한 참여를 촉구하게 하기도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당시 “한나라당이 원해서 이뤄진 일은 아니지만 원내책임은 더 막중해졌다”며 “열린우리당은 내부적으로 정신을 못 차리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10년 만에 집권을 목표로 하고 대선 승리를 눈앞에 두겠다는 한나라당의 텅 빈 의석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졌겠냐”며 강하게 질책했다. ‘부자 몸사리기’라고 당 대선주자 줄서기에 바빠 국회 일정에 빠지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비난 여론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말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당 대표의 ‘민생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개헌 논의 불가 입장이었던 강 대표는 개헌 의제를 포함하더라도 회담을 갖겠다며 회담 성사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회담 내용에서는 서로 대립각만 세웠지만, 한나라당은 사전에 실무진이 작성한 공동 성명 내용을 강조하며 ‘민생 정당’ 이미지를 부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수권 정당’이라는 이미지 포장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협력과 공동책임을 강조했던 한나라당은 이날 당장 내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학법 재개정 표대결 방침을 결정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적극 협력한다면 우리도 로스쿨 처리에 협력하겠다”며 “2월 국회도 열린우리당 입장에 따라서 좌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제1당의 책임감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제1당의 힘으로 사학법 재개정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연일 종교계의 사학법 재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열린우리당을 압박해왔다.  또한 열린우리당 탈당파에도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며 재개정 동참을 촉구했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과 다른 민생 법안을 연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지만, 여당의 “사학법 협력 여부에 따라 국회운영위원장 등 상임위 개편에 전향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사학법과 다른 상임위 운영을 연계시킨 꼴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제1당의 ‘권리’를 주장하며 국회 각 상임위원장 수, 상임위 법안소위원장 조정 등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반값 아파트’ 홍보로 민생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한나라당은 실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 부동산 후속 대책의 국회 처리도 가로막고 나섰다. 지난 22일 국회 건교위 소위에서 한나라당은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표결 처리마저 거부한 채 시간을 끌어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행태에 정치권에서는 말로만 제1당의 책임을 강조할 뿐 오히려 제1당의 권리만 챙기고 이를 바탕으로 반 서민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99%를 언급해 논란이 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국민연금법, 기초노령연금법 등과 관련해 하는 행동을 보면 집권 가능성은 99%인지 몰라도 국민에 대한 책임성은 1% 미만”이라고 한나라당의 행태를 꼬집었다.

통합신당의 양형일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진정 바라는 것은 서민들을 위한 집값 안정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야기해 정부와 타당을 비난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민생 고통을 부르짖던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라고 규탄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 역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이 때 시장논리 타령으로 반대만 일삼는 한나라당의 배짱이 놀랍고, 눈치 없는 태도도 놀랍다”며 “한나라당 대선 3수 실패만이 제 정신을 차리게 하는 회초리가 될 수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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